주간동아 566

2006.12.26

힙라인 속에 카드라인이 비쳤다!

  • 류진한 한컴 제작국장·광고칼럼니스트

    입력2006-12-19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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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라인 속에 카드라인이 비쳤다!
    겨울이다. 설원 속에서 ‘쨍~’하게 차가운 공기를 즐기면서 짜릿한 스피드를 만끽하는 겨울 스포츠의 계절이다. 차가운 바람 밑으로 바짝 엎드린 하얀 눈과 얼음, 그리고 그 위를 달리는 형형색색의 속도들…. 마니아라면 누구나 슬슬 손발이 가렵고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그런 사람들이 겨울 내내 눈을 밟지 못한다면 아마도 ‘상상동상’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계절에 맞는 스포츠를 소재로 캠페인을 전개한 신용카드 광고를 소개하고자 한다. 꽉 막힌 사무실에서 잠시라도 탁 트인 설원의 시원함을 느껴보기를 바라며….

    나는 문득 ‘스피드와 소비가 주는 즐거움의 궁합은 뭘까’라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그 공통점을 굳이 묶는다면 첫째는 짜릿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요, 둘째는 그 짜릿함을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짜릿함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여기 소개하는 비자(VISA)카드 광고는 ‘스피드’로 대표되는 겨울 이미지에 ‘소비’라는 컨셉트를 결합한 작품이다. VISA 하나면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자신에 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슬로건 ‘all you need’. 더 이상의 군더더기도 필요 없다. 지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부각된 형형색색의 힙라인 속으로 착 달라붙어 있는 ‘Card line’, 경쟁하듯 뾰쪽하게 깎인 이미지로 이 광고는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이런 그림과 뒷주머니에 꽂은 두툼한 장지갑이 어울리기나 할까? 요즘 같은 겨울에는 그렇다 치고, 얇은 반바지에 면티 하나 걸치고 나가는 외출이라면 지갑을 두툼하게 불려놓은 현찰들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럴 땐 명함 지갑에 카드 한 장 달랑 넣고 다니는 것이 폼나 보이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이런 생각을 잘 담아내고 있는 만큼 이 광고는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잘 만들어진 광고 하나 때문에 필요하지 않은 카드를 발급받을 소비자도 없을 뿐더러,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손때가 묻도록 카드 하나만을 고집할 이유 역시 없다. 하지만 광고가 주는 일관되고 힘 있는 메시지는 눈덩이처럼 쌓여 언젠가는 마치 영어의 말문이 터지듯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우리가 수많은 성공 캠페인의 사례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그런 크리에이티브의 파워를 믿는다는 것, 광고의 성패 여부는 ‘믿음과 인내의 차이’ 외에 별다른 인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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