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4

2006.12.12

민간외교 종횡무진 “세계는 좁다”

김승연 회장 각국 인사와 활발한 교류 … 미국은 물론 그리스-헝가리와 남다른 인연 과시

  • 주성원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입력2006-12-06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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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외교 종횡무진  “세계는 좁다”

    10월24일 유엔한국협회가 주최한 유엔의 날 기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1월8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올해 모의 유엔회의와 유엔논문경연대회에서 입상한 8명의 대학생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 국제사회와 유엔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들에게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와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노동기구(ILO) 회의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

    유엔한국협회 첫 민간인 회장

    김 회장은 이날 유엔한국협회 회장 자격으로 대학생들을 만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엔한국협회는 유엔회의 등에서 입상한 대학생 2명에게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를 참관하도록 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입상자 범위를 대폭 늘렸고 연수 지역도 넓어졌다.

    이는 올해 7월 김승연 회장이 유엔한국협회 회장에 취임한 뒤 생긴 변화다. 평소 ‘글로벌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김 회장의 소신이 유엔한국협회 운영에도 반영된 것. 평소 ‘재계의 민간외교관’으로 불리는 김 회장의 면면은 이처럼 유엔한국협회의 변화에도 잘 나타난다.

    유엔한국협회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외교 단체다. 1947년 국제연합 대한협회로 출범한 이 협회는 유엔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외교통상부에 등록된 단체다. 전통이나 그동안의 활약상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민간외교 단체로 꼽힌다.



    이 협회 회장은 그동안 주로 정·관계 출신 인사들이 맡아왔다. 재계에서 회장이 나온 것은 11대 회장인 김승연 회장이 처음이다. 올해로 설립 60년째를 맞는 이 협의의 첫 ‘민간인’ 회장인 셈이다.

    김 회장은 1994년부터 이 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유엔과의 관계를 이어왔다. 2004년 10월에는 유엔 산하기관인 유엔평화대학 개발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유엔한국협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유엔한국협회장 취임이 아니더라도 김 회장의 활발한 민간외교 활동은 유명하다. 한때 김 회장의 민간외교 활동 폭을 두고 “작은 나라의 대통령보다 넓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재계의 알아주는 ‘미국통‘

    김승연 회장은 특히 미국 정계와의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는 늘 김 회장이 동행했다.

    민간외교 종횡무진  “세계는 좁다”

    김승연 회장이 2003년 11월13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왼쪽)을 영접하고 있다.

    김 회장의 미국 인맥은 선대(先代)인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 때 형성된 것이다. 김종희 창업주는 1970년부터 한미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탄탄한 대미 인맥을 구축해왔다. 김 창업주는 화약업체를 운영하면서 미국 군수업계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이들을 통해 인맥을 넓혔다.

    이런 인맥을 김승연 회장이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리처드 워커 전 주한 미국대사,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등이 김 창업주 때부터 한화그룹과 인연을 맺은 주요 인사들이다. 워커 전 대사는 2002년 4월 국내외 정·재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팔순 잔치를 서울에서 열기도 했다.

    김 회장이 가꿔온 미국 인맥도 넓다. 김 회장은 지난해 자서전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따로 만나 화제가 됐다.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2003년에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독대한 일도 있다.

    이런 폭넓은 미국 인맥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악화됐던 한미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재계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인정받은 ‘미국통’인 셈이다.

    그리스-헝가리 등과도 각별한 인연

    김승연 회장은 미국 외에도 그리스, 헝가리 등 유럽 국가와도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 김 회장은 84년부터 주한 그리스 명예총영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리스 대사관은 한화그룹 본사에 입주해 있다.

    한화그룹은 93년 그리스 국영은행이던 아테네 은행을 인수했다. 아테네 은행은 그리스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따라 매물로 나온 것이었는데, 이를 한화그룹이 사들인 것. 한화그룹으로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외환위기 때인 98년 그룹의 자금난으로 아테네 은행을 재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한화그룹과 김승연 회장이 그리스와 맺고 있는 돈독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한화그룹과 헝가리의 인연도 각별하다. 한화그룹은 94년부터 헝가리에서 한화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또 93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화식품이라는 라면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김 회장은 2002년 경제통상대사로 임명됐다. 그리고 그해 9월과 10월 헝가리와 그리스를 차례로 방문했다. 헝가리에서는 페테르 메게쉬 총리를 만나 2010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고, 그리스에서는 게오르게 파판드레오스 외무장관과 면담, 양국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헝가리와 그리스 모두 한국의 세계박람회 유치 노력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헝가리의 페테르 메게쉬 총리와 면담할 때는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세계박람회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해 동석한 외교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김 회장은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방문한 사람으로서 헝가리가 한국을 지지한다는 대답을 듣지 못하면 나는 이 방을 나갈 수 없다”고 끊임없이 지지를 요청해 헝가리 총리의 약속을 얻어냈다. 면담을 마치고 총리실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한국에 돌아가서 헝가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도 되느냐”고 확인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여수는 그해 12월 열린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세계박람회 유치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당시 김 회장이 보여준 끈질긴 태도는 지금도 외교가에서 회자될 정도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한국-이스라엘 상공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일협력위원회 자문위원과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등 여러 국가를 상대로 전문 외교관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유엔한국협회 약사

    .1947년 11월 국제연합 대한협회로 발족

    .1949년 8월 국제연합 한국협회로 개명

    .1952년 9월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 제7차 총회에서 준회원국으로 가입

    .1962년 10월 공보부에 사회단체 8호로 등록

    .1968년 9월 WFUNA 제20차 총회에서 정회원국으로 승격

    .1994년 6월 외무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법인허가 취득

    .1995년 6월 유엔한국협회로 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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