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2006.11.21

금강산관광 보조금 중단 약속 ‘말뿐’

통일부 내년 남북교류협력 지원예산에 체험학습 명목 30억원 편성 ‘확인’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6-11-15 16: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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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관광 보조금 중단 약속 ‘말뿐’

    통일부 혁신재정기획본부가 대외비로 작성한 ‘07년 (남북협력)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왼쪽). 관광객들이 금강산 천선대를 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대북지원 규모를 줄이거나 재고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문별로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정부는 핵실험 이후 논란을 빚고 있는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대북송전 등 남북교류협력 분야에 대해 ‘핵실험과 관련없이’ 예전 규모 이상의 지원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통일부가 북한 핵실험 직후인 10월 중순 작성한 ‘07년 (남북협력)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입수,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통일부가 마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총 9503억 9000만원을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올해 예산항목에서 빠진 대북경수로사업 관련 예산을 제외하면, 항목에 따라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늘어난 수치다. 예산편성 방향과 관련, 이 자료는 “남북협력기금을 통한 남북경협, 사회문화 교류 및 인도적 사업 등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내용과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북지원 예산편성 핵실험 영향 안 받은 듯

    먼저 정부는 2007년 금강산 체험학습 지원을 위해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10월18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 체험학습 명목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금강산관광에 지원해온 연 50억원 규모의 정부보조금을 중단한다”는 정부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 당시 정부는 “정부 차원의 금강산 현지 시설공사도 중단하고, 내금강관광 등 더 이상의 사업승인도 하지 않기로 했다”며 금강산관광을 순수 민간사업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의 내년 예산계획에는 이러한 내용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지원분을 삭감하지도 않았다.

    지난 7월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예산도 421억원에 달했다.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상봉행사 지원 등에 배정된 이 예산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액수. 하지만 중단 7개월째를 맞는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현재 북한 핵실험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재개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고, 북측과의 이견으로 공사가 중단된 이산가족면회소 건설도 언제 다시 공사가 시작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보다 대폭 증액된 예산부터 책정해놓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장래가 불투명한 사업에 한껏 부풀린 예산부터 책정해놓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은 언제든 요구만 하면 돈지갑을 푸는 만만한 상대’라는 인식을 더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 설명자료는 이 밖에도 친북성향 단체들의 방북비용 지원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사회문화교류 지원사업에 115억원, 대북지원 민간단체에 대한 직접 지원에 180억5000만원을 지원할 것임을 명기해놓고 있다. 설명자료는 또 총 2315억원을 지원할 계획인 식량차관 분야 지원과 관련, “최근 북한의 핵실험(10·9)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더더욱 감소할 것이며, 북한의 식량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임”이라고 밝혀 줄어든 국제사회의 지원분만큼 우리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뉘앙스도 풍기고 있다.

    경협투자의 위험 발생 확률을 10% 수준으로 계산해 (남북)교역·경협 손실보조 명목 자금 100억원을 책정해놓은 것도 궁금증을 낳는 대목이다. 이로써 손실보조용 기금예산은 총 146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통일부는 위험 발생 확률 10%에 대해 “여러 사정을 감안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밝혔지만 근거가 미약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고는 있지만 대북송전을 위해 ‘최소한 필요한 측량’ 등의 명목으로 정부는 150억원을 책정해놓고 있으며,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예산 규모도 530억원으로 이미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송전 예산 문제는 지난 6월 ‘대북송전 관련 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정부-여당의 당정회의 결정 이후 여권 내에서도 ‘퍼주기’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안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관련 사업에도 내년 한 해 동안 총 212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최근 임금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180억원), 입주업체를 위한 기반시설 지원(706억원) 등도 포함돼 있다. 그 밖에도 정부는 북한철도 개·보수(10억원), 농업협력(320억원), 수산협력(150억원), 광업협력(240억원), 과학기술 협력(50억원) 등에도 예산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6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합의한 800억원 경공업 지원도 핵실험과 관계없이 지원할 태세다.

    “상황 변화 따른 탄력적 운용 필요”

    이러한 통일부의 대북지원 계획과 관련,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어느 특정 분야의 대북지원이 문제가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대북지원에 탄력성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의 환경과 국제사회의 대북인식이 바뀐 상황에서도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항목과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금은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런 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원 자체에만 급급한 채 핵실험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정부의 대북지원은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 정부의 대북지원은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던 측면도 있었지 않았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드니까 그만큼 우리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인도적 지원을 해온 시민단체가 한다면 모를까 정부가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007년 남북협력기금 운용계획(안) (단위 : 억원)
      분야 항목 세부항목 금액
    사회문화교류(175) 인적왕래 지원(30) 금강산 체험학습(30)   60
    사회문화교류 지원     115
    인도적 지원(48.554) 이산가족교류 지원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340
    이산가족상봉 행사 지원   74
    이산가족교류 경비 지원   7
    인도적 지원사업 대북 비료 지원   1400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301.4
    대북지원 민간단체 지원   180.5
    북한 영유아 지원   237.5
    식량차관 등 부대경비 지원   390
    식량차관     1925
    남북경제협력 교역·경협 손실보조     100
    금융기관 지원     13.7
    교류협력기반 조성사업 대북송전   150
    신동력 경협사업 농업협력 320
    수산협력 150
    광업협력 240
    과학기술협력 50
    경공업 지원 800
    기타 남북협력사업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22
    북한기술 경제인력 양성사업 12.4
    남북상사 중재위원회 구성 운영 4.4
    남포항 현대화 40
    동해선 CIQ 공동야드 건설 156
    개성공단 관련 사업 기반시설 지원 706
    근로환경 개선 180
    탁아소 건설 2
    기술교육센터 건설 57
    종합지원센터 220
    아파트형 공장 234
    개성공단 관리위 대출 104
    전력 대출 295
    통신 대출 327
    교역 경협자금 대출     200
    남북경협 관련 대출

    (민족공동체 회복지원 대출)
    북한철도 개·보수   10
    관광협력 금강산관리위 구성 80
    합계 : 9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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