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1

2006.11.21

로드맵 1단계 GT·DY 연대說 說 說

정계개편 구심점 역할 통해 친노 진영 위축, 통합신당 성사 ‘시나리오 흘러나와’

  • 오일만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oilman@seoul.co.kr

    입력2006-11-15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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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맵 1단계 GT·DY 연대說 說 說

    5월31일 지방선거 투표 종료 직후 열린우리당 상황실에서 선거 참패 예측 보도를 보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열린우리당 지도부.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정계개편의 급류에 휘말려 표류 중이다. 우리당은 17대 총선 이후 모든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했다. 당의 존립 의미가 사라진 현 상황에서 뚜렷한 조타수도, 구심점도 없다. 당을 해체하고 분열시키는 ‘원심력’이 힘을 받으면서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인 것이다.

    우리당이 정계개편 국면에 접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의 막이 올랐다. 각 계파들은 자신들의 구상을 봇물처럼 쏟아냄으로써 그야말로 정계개편의 ‘백가쟁명(百家爭鳴)’ 시대를 활짝 열었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11월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 아침론’을 거론하면서 ‘통합신당’을 공식화했다.

    우리당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갑론을박 끝에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2월9일까지 당의 진로와 정계개편 방향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책임 있게 당론을 수렴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별로 없다.

    현재 당내는 ‘통합신당’과 ‘재창당’의 두 기류로 나뉜다. 하지만 두 기류 속에서 각각 세력의 주체 및 응집하는 방식 등에 따라 핵분열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정치판은 내년 3, 4월까지 시계(視界) 제로의 정계개편 국면을 헤매면서 계파 간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주도권 노리는 GT·DY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김근태(GT), 정동영(DY) 현·전 의장 간의 ‘연합전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근 당내에서는 ‘김근태·정동영 합의→친노세력의 전당대회 추진 명분 제거→선도탈당그룹 견제 등 통합신당 창당’ 순서의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김근태·정동영 연대를 중심으로 잡고 친노 진영을 위축시켜 통합신당을 성사시키겠다는 의도다.

    당내 DY계는 30∼40명, GT계는 2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연합전선을 펼쳐 정계개편의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GT 측에서는 유선호·최규성·문학진 의원, DY 측에서는 이강래 의원을 중심으로 물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민평련 측의 한 관계자는 “당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GT와 DY밖에 없다. 통합신당을 만들더라도 우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도모하려면 이들이 뭉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당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전당대회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을 결정하고 질서 있는 ‘헤쳐 모여’를 위해 당헌, 당규 개정 등을 추진할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당 주도로 정계개편의 논의를 이끌어가려면 무엇보다 ‘선도탈당 그룹’을 막아내는 역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과 DJ 연합전선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전격 회동이 정계개편 논의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통합신당에 반발하는 그룹들은 당장 ‘영호남 화합 신당’을 제기했다. 여당 내 영남권 대표주자인 김혁규 의원은 “향후 정계개편은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중심이 되는 영호남 화합의 신당 창당을 목표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김대중 회동’에 가장 고민스러운 계파는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가 아닐까 싶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양자 회동 직후 “노 대통령이 워낙 어려우니까 김 전 대통령의 호남 지지층을 활용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면서 “한마디로 노 대통령의 여당 집안 단속용”이라고 깎아내렸다. 11월2일 ‘신당 창당’을 선언한 고건 전 총리 역시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

    고 전 총리의 한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모두 고 전 총리가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이 측근은 “고 전 총리의 신당 창당이 성공할 경우 누가 가장 피해를 보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당분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강력한 협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세력 통합을 주장하는 고 전 총리가 ‘비(非)노·비(非)DJ’ 노선을 확립한 순간이다. 전·현직 두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자기색깔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지역적 기반이 호남인 만큼 DJ의 영향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인 노 대통령의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그럼에도 고 전 총리는 전·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경우 범여권 통합에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을 차지하게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발걸음 분주해진 이해찬

    ‘대통령 지킴이’ 자처 … 30년 동지 GT와 사실상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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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월 이해찬 전 총리가 청와대를 방문, 노무현 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 회동은 이해찬 정무특보의 작품인가. 얼마 전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된 이해찬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이 의원은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며 임기를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와 함께 자신의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2004년 총리에 임명됐을 때만 해도 김근태 의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렸다. 김 의장이 2007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대위원장을 맡아 재집권의 꿈을 이루겠다는 꿈을 같이 꾸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정치 지도자로 올라선 이후 이 의원은 김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내 재야파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최근 이 의원은 김 의장에게도 “참여정부와 정치인생을 같이하겠다. 노 대통령에게 받을 것을 다 받았다. 더 이상 정치적 욕심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 측의 한 핵심 인사는 “김 의장으로서는 일종의 배신을 당한 셈이다. 재야파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운명을 같이했던 이 전 총리가 정치적 신념과 약속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김 의장을 포함한 당내 핵심세력은 최근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통합신당 창당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이 움직임에는 ‘대통령을 배제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당연히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 의원의 첫 번째 과제는 대통령을 배제한 채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당내 흐름에 맞서는 것이 됐다. 결국 30년 넘게 동지이자 형-동생으로 지낸 두 사람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당내 한 인사는 “김 의장을 돕겠다고 했었지만 그동안 김 의장에게 빚진 것은 없지 않나. 자신을 총리까지 만들어준 대통령에게 보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과 DJ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그가 정계개편 과정에서 대통령 정무특보 이상의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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