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2006.11.14

덩치 줄이고 힘 키우고 경원대의 야심찬 실험

경원전문대와 통합 후 정원·학과 대폭 축소 10년 내 세계 최고 학과 배출 등 ‘장밋빛 청사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6-11-09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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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치 줄이고 힘 키우고  경원대의 야심찬 실험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에 자리한 경원대 전경.

    경원대학교가 ‘대학 통합’ 실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내년 3월1일자로 경원대와 경원전문대학이 통폐합된다. 경원대 통합은 전체 감축인원 1807명, 감축학과 및 전공 수 37개로 수도권 대학 통합 중 가장 큰 규모다.

    대학 통합은 전국 대학들의 최대 당면과제 중 하나다. 정부 주도로 대학 통합이 추진된 2004년 이후 여러 대학들이 대학 통합에 나섰지만 일부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했다. 수험생 수 감소에 대비하고 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학 통합이 절실하지만,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표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원대는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10월16일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승인을 받음으로써 4년 만에 대학 통합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헬스케어’ 분야 집중 육성

    경원대가 대학 통합에 뛰어든 것은 국내외 교육환경의 변화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다. 현재 국내 대학은 202개, 전문대학은 157개에 이르지만 수험생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01학년도에 88만명이던 것이 2006학년도에는 58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또한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준비된’ 인재를 양성하지 않고서는 양질의 취업을 달성할 수 없는 사회환경으로 변했다. 대학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는데, 앞으로는 국제사회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요구받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통합 경원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원대는 최근 ‘G2+N3’라는 이름의 학교 발전 프로젝트를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향후 10년 안에 2개 학과를 세계 최고 수준(G: Global Top)으로, 3개 학과를 국내 최고 수준(N: National Top)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 프로젝트는 특성화 정책을 통해 구체화된다. 경원대는 우선적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헬스케어란 정보통신기술(IT)과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을 결합해 일상생활에서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예를 들어 ‘건강나노칩’은 환자 몸속을 돌아다니며 각 신체 부위를 촬영, IT 장치를 통해 의료진에 건강정보를 송신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부유 노인층이 증가한 영향으로 헬스케어 분야는 유망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덩치 줄이고 힘 키우고  경원대의 야심찬 실험

    이길여 총장

    경원대는 지난해 경기도 지역특성화 사업 중 하나인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사업’의 주관 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다. 건립 예정인 바이오 관련 연구소를 중심으로 공대 생명공학부와 소프트웨어·전자통신대학이 공동으로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판교와 송파 신도시, 분당의 벤처단지 등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입지적 특성은 경원대가 이들 지역에 핵심기술과 인력을 제공하는 데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길여 총장 재학생 장학금으로 월급 쾌척

    경원대는 또한 디자인학과와 중국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경원대는 지난해 산업자원부 산하 퍼블릭디자인혁신센터를 유치해 디자인 분야의 경쟁력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2005학년도부터 매년 100명의 재학생을 선발해 중국 산둥대학으로 1년간 유학 보내고, 산둥대학 학생들도 경원대로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경원대는 이러한 교류를 통해 중국 관련 학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통합 경원대는 교양학부를 교양대학으로 확대했다. 이길여 총장은 “미국 대학 총장들은 졸업식 때 ‘교양인으로서 남녀공동체에 편입된 것을 환영한다’고 축사를 시작하는데, 진정한 글로벌 인재는 풍부한 교양을 갖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우리 대학이 목표로 하는 ‘덕목을 갖춘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좀더 체계적인 교양교육이 필요해 단과대학으로 승격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교양대학 산하에는 자율전공학부가 설치돼 1년 수학 후 본인 선택에 따라 전공을 결정하도록 했다. 자율전공학부는 사회 수요에 따라 입학 정원을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기능 도 담당한다.

    이 총장은 대학 통합 실험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자신의 월급을 학교에 내놓았다. 총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의 급여를 모두 재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주기로 한 것. 학기마다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학교의 위상을 높인 학생 20명을 선발해 300만원의 총장특별장학금을 지급한다. 10월에 첫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한미학생콩쿠르대회 수상자, 환경조경대전 수상자, 최다 헌혈자 등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통합 경원대는 2009년까지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90여 명의 교수를 채용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현재 48.7%에서 63.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문지구 개발(상자기사 참조)뿐만 아니라 현재의 중앙도서관 맞은편 1만5000평 부지에 학생회관, 교수회관, 종합과학관 등 5개 시설을 지음으로써 ‘교육 환경 업그레이드’에도 힘쓸 예정이다. 경원대의 대학 통합 실험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 탄생으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경원대 하드웨어도 새 단장

    500억짜리 첨단 빌딩 짓고 시민에게도 개방


    덩치 줄이고 힘 키우고  경원대의 야심찬 실험

    정문지구 신축 빌딩 조감도.

    통합 경원대는 대학시설 인프라의 고급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학 정문과 구 학교본관 일대 2만5000평 대지에 5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첨단 빌딩을 건설하는 것. 11층 규모로 2009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이 빌딩에는 학생회관, 도서관, 컨벤션센터, 스카이라운지, 종합검진센터, 헬스센터, 체육관, 유치원 등이 들어선다. 시설물은 성남 시민에게도 개방된다. 지역 주민들이 지하철 분당선 경원대역과 도보로 1~2분 거리에 자리한 이 빌딩의 유치원에 자녀를 맡기고 헬스센터, 종합검진센터 등 웰빙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이길여 총장은 “정문지구는 학교와 성남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학교와 시민 간의 의사소통 공간, 학술문화 교류의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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