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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중국 해양공정’으로 이어도 지도 표기 논란 … 해양법 전문가 “마라도 표지석 제거해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마라도 표지석. 사진 설명문에는 ‘한국정부는 마라도에 한국의 최남단은 마라도라는 국계비를 세웠다’고 적었다. 설명문은 그보다 남쪽에 있는 이어도는 중국과 관련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도가 빠진 한중일어업협정수역도(지도 1) 붉은 점선 은 이어도 위치 . 국회에서 이를 문제삼자 해수부는 이어도가 표기된 한중어업협정수역도를 새로 제출했다(지도 2).

2001년 1월22일 국립지리정보원은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제주 마라도 서남쪽 81해리(150km)에 있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의 명칭을 ‘이어도’로 확정했다. 이후 이어도는 사실상 우리 국토의 막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06년 10월 국립지리정보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한민국 전도(全圖)에는 이어도가 보이지 않는다. 지리정보원은 왜 이어도를 표기하지 않았을까.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중 암초에 구조물이 설치되고…, 이어도를 지도에 표기하는 문제는 좀더 확인해 봐야 한다.”

2005년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만든 한중일어업협정수역도(지도1). 이 지도에서도 이어도는 찾아볼 수 없다. 해수부는 이에 대해 ‘용도가 다른 지도라 표기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업 질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육상과 해상을 기준으로 지도를 작성했다. 영토 개념으로 작성된 지도가 아니기 때문에 이어도를 표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全圖에 표기 안 해



그러나 해수부는 9월 국회 홍문표 의원이 이어도의 지도 표기 문제를 놓고 질의하자 이어도가 그려진 한중어업협정수역도를 새로 제출했다(지도2).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월17일 ‘이어도를 지도에 잘못 표기할 경우 한중어업협정 등 외교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9월14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이어도를 놓고 벌이는 한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아무런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한 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도는 과연 대한민국 지도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없는 것일까.

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이어도의 지도 표기 문제는 사실상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도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해양법을 강의하는 부산대 박찬호 교수는 “이어도를 지도에 표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인공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한다고 해도 수중 암초는 섬이 될 수 없다”는 해양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박춘호 해양법재판소 재판관(건국대 석좌교수)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법률적 해석이야 다르지 않지만 “이어도에 구조물이 있고 과학기지도 있으니 (지도에) 표기해도 무방하다”는 것. “이어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입장 등을 고려해 볼 때 이어도를 지도에 표기했다고 해서 외교적 갈등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어도에 대한 이런 혼선에도 정부는 지도 표기에 대한 원칙이나 기준을 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00년 8월 한중어업협정을 통해 이어도를 중립해역인 공동수역으로 설정했다.

정부가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사이 중국은 어떻게 ‘해양공정’을 진행했을까. 1999년 이후 중국은 몇 차례에 걸쳐 중국 연안은 물론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멀티빔 측량을 실시했다. 심지어 한국 연안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 작업을 통해 몇몇 수중 암초를 찾았다. 이어도 인근에서 찾은 수중 바위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제주도 남서쪽으로 200km 가량 떨어진 해역에 위치한 이 바위는 이어도(동서쪽)에서 불과 4.5k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이 암초에 ‘딩얜(丁岩)’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난 9월 외신들은 일제히 “중국 정부는 이어도보다 작고 볼품없는 이 수중 암초를 정부기록 문서에 공식 등재했다”고 보도했다.

“영토 침범” 중국인들 관심 급증

중국 국가해양국 주도로 해양출판사가 2005년 9월에 발간한 ‘중국 근해 및 인근 해역 지형·지모(中國近海及隣近海域地形地貌)’를 보면 중국이 이 섬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1999년을 비롯해 2001년, 2003년 등 3차례에 걸쳐 중국 근해 및 인근 해역의 지형을 조사했다(56쪽). 이 책은 또 이어도가 당초 알려진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자리한다는 사실도 기록해 놓고 있다.

‘중국 근해 및 인근 해역 지형·지모’를 살펴보면, 중국은 이어도는 물론이고 한국의 서해안 깊숙한 곳까지 조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43쪽 하단에는 소흑산도에서 남쪽으로 45km 지점에 숨어 있는 수중 암초 일향초가 해저 7m에 위치하며, 주변 해역의 평균 수심은 20~50m라는 등 세세한 정보들이 기록돼 있다.

이 책을 연구 중인 해양법 전문가 Z 씨는 “정부가 조만간 이곳에 이어도 같은 해상구조물을 설치해 해양과학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수중 암초의 실체를 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드물다”고 말했다. Z 씨는 또한 “중국 측이 실측을 통해 일향초 주변 해역을 조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닷속 지형지물에 대한 조사는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바닷속 지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자원조사가 아닌 지형지물에 대한 조사의 경우에는 각국이 양해를 한다. 조사를 토대로 해서 나온 정보를 공유할 경우 상대국에도 도움이 되는 호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향초의 지형을 조사하던 당시 우리 정부는 한일어업협정과 독도문제를 놓고 일본과 날선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어도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6년 9월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어도에 대한 중국인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글이 게재됐다. ‘한국은 왜 중국의 수중 암초를 침탈하는가’라는 제목의 이 게재물은 ‘한국이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함으로써 중국 영토를 일방적으로 침범했다”고 지적했다.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이 글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글과 함께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이다.

이 사진은 한국 마라도의 비석을 담고 있다. 비석에는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란 글이 선명하게 박혀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는 마라도에 대한민국 최남단이란 국계비(國界碑)를 세워놨다’고 적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한국의 최남단 국경은 마라도임을 스스로 밝히고 그 내용을 비석에 새겼음을 강조한 것. 한 국제법 전문가는 “마라도 남쪽의 영토 존재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 한국 정부를 조롱한 글”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설명문에는 이어도가 한국의 작은 섬인 마라도에서 82해리 떨어져 있지만, 중국 제1 도시인 상하이에서는 불과 100해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로 서울이나 평양은 500해리가 훨씬 넘는다고 기재해 이어도가 중국과 더 깊은 관련이 있음을 강조했다.

박춘호 재판관은 “해양법상 마라도의 비석과 그 내용이 실효적 지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형성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Z 씨의 설명이다.

“이 비석의 내용이 법률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영토와 관련한 개념을 정립해야 할 때 이 비석 내용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크다. ‘당신네 국가의 최남단은 마라도라고 스스로 기록해 놓고 왜 여기(마라도)까지 내려왔느냐. 해명하라’는 정치적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해양법 전문가인 Z 씨는 중국 측 인사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농반 진반’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한 후 중국 측 지인이 ‘(당신 정부가) 구조물을 설치해 인공섬을 만들었다. 마라도에 있는 국계비는 언제 뽑아 가느냐’라고 하더라.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뼈가 있었다.”

박 재판관은 “영토를 둘러싸고 국가 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경우, 단정적 표현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Z 씨의 시각도 비슷하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바닷속 개발에 대한 각국의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다. 앞으로는 바닷속 국경에 대한 개념도 달라질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하는데 법(해양법)은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마라도의 비석을 제거해야 한다.”

국토 최남단 마라島냐 이어島냐

‘중국 근해 및 인근 해역 지형·지모’에 정보가 실린 일향초. 정부는 2008년까지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영토 개념 정립할 때 발목 잡을 수도

중국인 가운데 이어도가 자국의 영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한국의 영토라고 인정하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중국의 시각과 관계없이 이어도는 한국의 대륙붕에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법상 우리 영토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곳에 경계선을 그을 때까지 한국이 영유권 등을 주장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Z 씨는 “한국 정부나 국민이 감정을 앞세워 중국 측을 자극하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먼저 자극하지 않으면 중국 측도 굳이 이 문제를 공론화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그들의 선의만 믿고 있을 수도 없다. 중국은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8개국과 직·간접적으로 영토를 둘러싼 갈등관계를 빚고 있다. 어느 한 지역에 대한 너그러운 결정은 곧 다른 지역의 국경선을 긋는 잣대가 되며, 이는 중국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문제가 된다.

9월14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어도의 명칭을 중국명인 쑤옌자오(蘇岩礁)로 고쳐 불렀다. 쑤옌자오는 ‘소코트라 암초’에서 유래했는데, 소코트라는 1900년 이어도를 처음 발견한 영국 상선의 이름이다. 이어도를 굳이 쑤옌자오로 고쳐 부른 배경을 따지자면, 이어도가 영국에 의해 처음 발견된 섬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곧 이어도에서 한국의 역사적 연고권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이어 해양공정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 억겁의 세월을 바닷속에서 살아온 이어도는 말없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주간동아 558호 (p12~1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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