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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韓美 이혼수속 중!

말로만 ‘미래동맹’ 국방 현안 논의 ‘티격태격’

한반도 환경 변화 양국 시각차로 긴장의 줄타기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말로만 ‘미래동맹’ 국방 현안 논의 ‘티격태격’

말로만 ‘미래동맹’ 국방 현안 논의 ‘티격태격’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맨 왼쪽)과 윤광웅 국방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05년 10월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열린 제37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세계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하면서도 중·장기적인 과제를 협의한다. 향후 1~2년 안에 동맹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보자는 취지다.”

2004년 10월 양국이 안보정책구상(SPI) 회의를 신설하면서 밝힌 목표다. 이후 1년 9개월 동안 서울과 워싱턴을 오가며 차관보급 차원에서 진행된 SPI 회의는 양국 간 주요 군사현안을 논의하는 핵심 창구로 자리 잡았다. 한미 간의 정책 이견 여부가 이슈로 떠오른 지금, 이 회의의 논의 내용과 진전 상황을 짚어보는 일은 그 ‘이견’과 ‘차이’가 과연 어디서 왔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1990년대 이래 미국은 각국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의 성격을 재조정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냉전을 전제로 구성된 해외 군사력을 재편하는 작업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96년 발표된 미-일 신안보선언과 이듬해 개정된 신방위 가이드라인.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으며, 올해 신문지면을 장식한 양국의 ‘군사적 긴밀화’ 움직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이 2002년 한국 측에 동맹의 성격을 다시 논의하자고 공식 요청한 까닭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한미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데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 핵심이 바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의 분쟁에도 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다.

3년 반 넘게 고위급 협의체 가동 제자리걸음



이후 한미 양국은 2003년부터 18개월 동안 진행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 회의와 그 후신인 SPI를 계속해왔다. ‘미래동맹’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FOTA 역시 출범 초기에는 ‘한미동맹의 중·장기적인 미래를 큰 틀에서 검토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회의는 주한미군 감축 규모와 용산기지 이전 등 세부 문제에 집중됐다. 한미동맹이 향후 어떤 성격을 띨 것인지, 주한미군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등 ‘총론’에 대해서는 별다른 결과물이 없었고, 바로 그 부분을 SPI에서 협의하겠다는 게 당초 설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9차 회의까지 마친 SPI 역시 미래동맹의 큰 틀보다는 전시작통권 문제나 기지 이전 협상의 뒤처리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아부었다. 초기에 안보환경 평가 등 기본적인 토론이 진행됐지만,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작통권 환수를 천명한 이래 논의가 이 문제에 집중됐다는 후문이다. 국방부는 올가을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이에 관한 결과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미상호방위조약 부분 개정이나 ‘안보선언’ 등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가 흘러나오던 초기 분위기와는 달리 ‘개념 차원의 연구보고서’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3년 반 넘게 고위급 협의체가 가동돼왔음에도 동맹의 미래를 설정하는 작업이 연구검토 수준에서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양국 간의 ‘접근방식’ 차이다. 미국 측은 총론 차원의 성격 규정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반면, 한국 측은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개별 사안’을 논의하려 한다는 것.

동맹의 목표가 지역안정인지 대북억제인지, 동맹의 성격이 현재와 같은 강도 높은 군사동맹인지 변화를 줄지부터 결정하면 그 하부 개념인 주한미군의 숫자나 활동반경 문제는 자연스럽게 결론이 난다는 게 미국 측 관계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 보면 이러한 큰 틀의 논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으므로, 기지 이전이나 작전통제권 같은 구체적인 사안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는 관측이다.

이는 향후 한반도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이와도 관계가 깊다. 참여정부가 안보정책의 장기 목표로 설정한 ‘평화체제’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 측은 북-미, 북-일 수교와 경제협력 같은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정전체제를 대신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안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미동맹의 성격이나 주한미군의 위상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동맹 유지나 미군 주둔의 필요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반면 미국 측의 생각은 다르다. 10년 뒤 북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희망 섞인 변화’를 전제로 논의할 수는 없으므로, 현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견해에 가깝다. 즉,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된 역할을 맡고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며, 반대로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분쟁 등을 처리하는 작업은 미국이 주로 담당하고 한국이 지원한다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 문제다. 한국으로서는 동북아 지역분쟁에 끌려 들어가는 뇌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국은 FOTA를 통해 첨예하게 논쟁을 해오다가, 올해 초 장관급 전략대화를 통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더욱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으나, 구체적인 움직임은 드러난 바 없다.

일부 당국자들은 이러한 상황이 “‘의도적 모호성’을 유지해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갖는 위험성을 줄이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분명한 점은 이 문제가 미래동맹 성격 규정의 핵심인 만큼, ‘모호성’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동맹의 미래를 논의하는 작업 역시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FOTA가 이름과 달리 미래동맹에 대한 별다른 논의 없이 종결되고, SPI도 구체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략적 유연성’ 의도적인 모호성 유지

‘큰 틀의 논의’를 원하는 워싱턴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마뜩치 않을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불만이 SPI에서 논의되는 현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작통권 문제만 해도 미국은 공식적으로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유엔사령부 강화론’ 등 여기저기서 다른 뉘앙스의 목소리가 새나오는 형국이다.

최근 열린 9차 SPI에서는 미국 측이 한국 측이 제시한 ‘2010~12년 환수’보다 빠른 2009년 안을 제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작통권 환수에 대해 한국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불러일으켜 논의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고자 하는 ‘플레이’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래동맹에 관한 논의가 한국 측이 제시한 이슈에만 집중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펜타곤의 카드라는 해석이다.

앞서도 말했듯, 이 같은 ‘삐걱거림’의 근원에는 양국이 그리는 ‘미래’ 그림이 다르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고육지책’이라는 당국자들의 설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엇갈리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전문가들 모두가 일치된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 측이 당분간은 미국 측이 원하는 대로 ‘큰 틀’의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SPI를 비롯해 양국의 군사 현안에 관한 논의가 앞으로도 긴장의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간동아 547호 (p28~29)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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