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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쌀’로 지은 밥 삼삼하네

산삼 배양근 농축액 현미에 주입 생산 ... 태극전사 식탁에 올라 귀하신 몸 과시

  • 이천=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산삼쌀’로 지은 밥 삼삼하네

‘산삼쌀’로 지은 밥 삼삼하네

산삼 배양시설.

독일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앞둔 5월 말. 언론을 통해 작지만 흥미로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태극전사’들의 식단에 ‘산삼쌀’로 지은 ‘산삼밥’이 오른다는 것, 그리고 ‘산삼쌀’을 국내 한 독지가가 기증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산삼밥이라…. ‘밥심’을 제일로 치는 한국인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메뉴가 아닐 수 없다. 산삼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제대로 본 적 없는 범인(凡人)들이라면 궁금증부터 일게 마련일 터. 산삼밥의 재료인 산삼쌀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효능을 지녔을까.

‘독지가’의 정체는 ㈜네오바이오(www. neobio.co.kr).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이 업체는 1999년 설립된 이래 산삼 배양근 관련 제품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바이오벤처다.

㈜네오바이오 2004년부터 시판

네오바이오는 국내 최초로 천연 산삼(흔히 ‘천종산삼’으로 불린다)을 모체로 산삼의 인공 배양에 성공한 기업이다. 천연 산삼의 조직을 분리해 인공으로 대량 배양시킨 산삼 배양근은 산삼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성분을 갖고 있으며, 인삼과 홍삼에 없는 항암 성분인 Rg3, Rh2 등 특이 사포닌을 다량 함유해 항암 효과와 당뇨병 및 치매 예방, 인체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네오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천연 산삼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전문가조차 있을까 말까 한 판에 천연 산삼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 것일까. 네오바이오 안상준 대표는 “2002년 6월 자체 개발해 특허등록한 산삼 DNA 지문분석법을 활용해 천연 산삼과 장뇌삼, 재배 인삼, 중국 삼과 미국 삼 등 외래 삼(蔘)의 DNA 표지자를 선별해냄으로써 각각의 삼에 고유한 유전적 차이를 규명하고 있다”며 “천연 산삼과 이를 바탕으로 배양한 산삼 배양근의 DNA 구조는 98% 이상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력 덕분에 네오바이오는 2005년 12월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네오바이오는 또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축구대표팀에 장뇌삼 300뿌리와 산삼 진액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이는 월드컵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사 제품에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될 법하다.

‘산삼쌀’로 지은 밥 삼삼하네

산삼 뿌리를 살펴보고 있는 네오바이오 연구원.

네오바이오에서 생산하는 산삼 배양근 관련 제품은 산삼 배양근 추출액과 분말, 산삼 음료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최근 떠오르는 품목이 바로 산삼쌀. 산삼쌀은 현재 시중 및 인터넷을 통해 팔리고 있다. 500g짜리 3팩이 한 세트로, 가격은 15만4000원이나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브랜드 쌀 중 하나인 ‘철원오대쌀’10kg들이가 3만원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무척 고가인 셈이다.

이처럼 비싼 쌀을 개발한 까닭은 무엇일까.

“기존의 산삼 응용 제품은 산삼 배양근 농축액이나 분말 등 고가품에 한정돼 있었다. 따라서 산삼 성분을 우리가 늘 섭취하는 식재료인 쌀에 투입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가격을 대폭 낮추면 산삼의 효능이 널리 알려져 산삼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안 대표는 “산삼쌀의 개발 목적에는 품질이 우수한 기능성 쌀의 수출 길을 터서 농촌을 살리기 위한 것도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산삼 배양근이 의약품의 원료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대신 2003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원료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기능성 식품의 제조에는 문제가 없다. 여건이 조성되면, 네오바이오 측은 산삼 성분을 이용한 천연물 신약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산삼쌀의 생산공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원료는 약초의 주산지로 알려진 경남 함양지역의 농민들이 친환경농법으로 수확한 현미. 이 쌀을 깨끗이 세척한 뒤 특수 제작된 시스템에 의해 산삼 배양근 농축액을 진공상태에서 쌀눈을 통해 주입한다. 그 후 8시간의 건조과정을 거쳐 진공 포장을 하면 산삼쌀이 완성된다. 산삼쌀은 씻지 않고 그대로 밥을 지으면 되는데, 일반 현미밥을 할 때처럼 1시간 이상 쌀을 물에 불리는 것이 좋다.

산삼쌀의 외관은 일반 현미와 비슷하다. 하지만 색은 현미보다 더 누르스름하다. 쪼개볼까? 겉과 속의 색이 같다. 네오바이오 측에 따르면, 이는 산삼 배양근 농축액이 쌀에 골고루 흡착된 결과라고 한다.

500g 3팩 15만4000원

배양근 농축액을 쌀에 침투시키는 이 기술은 2005년 4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신기술 전시회에서 ‘기능성 쌀 및 그 제조방법’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기존의 기능성 쌀들이 지녔던 한계, 즉 쌀 표면에 코팅된 기능성 성분이 쌀 세척 과정에서 곧잘 떨어져나가는 단점을 극복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삼쌀’로 지은 밥 삼삼하네

산삼쌀과 산삼밥(오른쪽).

산삼밥은 산삼쌀만으로 지어도 되지만, 입맛이 껄끄러워 먹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백미에 15~25%의 산삼쌀을 섞어 먹는 게 좋다.

그렇다면 그 맛은 어떨까. 취재과정에서 먹어본 산삼밥의 첫맛은 일반 현미밥처럼 조금은 거칠다는 것. 하지만 밥알을 씹을수록 삼의 향이 입 안에 감돌았다. 산삼쌀만으로 밥을 지으면 구수하긴 하겠지만 약간 쓴맛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식성이야 저마다 다르게 마련이므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안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김과 같이 먹을 때 가장 맛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 한 번의 시식만으로 산삼밥의 효능을 알기는 힘든 법. 네오바이오 마케팅기획팀 노희진 과장은 “산삼쌀을 비롯한 산삼 관련 제품의 매출이 2005년엔 46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100억원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토고와의 경기가 끝난 뒤 산삼쌀에 대한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네오바이오 측으로서는 월드컵 마케팅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산삼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식단 차림을 지휘한 정지춘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조리장은 “산삼밥을 메뉴에 올렸는데, 산삼이 몸에 받지 않는 선수들의 경우 자칫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 경기 이틀 전부터는 백미에 완두콩을 섞은 완두콩밥을 주로 해줬다”며 “선수들이 산삼밥을 먹긴 했지만, 워낙 각종 보약에 익숙해서인지 따로 더 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명약’의 대표격인 산삼. 이 산삼의 성분이 들었다는 산삼쌀은 2004년 시판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고가다. 일반 소비자들이 상식(常食)하기엔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일까. 이런 생각이 스친다. 산삼밥이든 그냥 밥이든 잘 먹고 탈 나지 않으면 그게 ‘약밥’ 아니겠느냐는.



주간동아 2006.07.25 545호 (p64~65)

이천=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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