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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게릴라의 개성만점 배낭여행|⑧ 캐나다 밴쿠버

날씨 빵점, 볼거리 백점, 친절 만점

  • 글·사진=김영랑 orang@bcline.com

날씨 빵점, 볼거리 백점, 친절 만점

날씨 빵점, 볼거리 백점, 친절 만점

밴쿠버 전경.

7년간의 직장생활에 쉼표를 찍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던 중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지인의 초대를 받았다. 연간 관광객 2300만명, 평창을 제치고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낙점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자주 꼽히는 곳. ‘아니, 그렇게 좋아?’ 하는, 약간은 삐딱한 마음으로 밴쿠버행 짐을 꾸렸다.

캐나다 영토는 우리나라의 45배나 되지만 인구는 3000여 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10개 주(州)와 3개 준주(準州)로 이루어져 있는데, 북쪽은 사람이 살지 않는 동토(凍土)이고 미국 국경과 맞닿아 있는 남쪽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돼 있다. 밴쿠버는 미국 서부와 국경을 맞닿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안에 위치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들어와 사방을 둘러보니 그야말로 길이 ‘바둑판’이다. 현 위치를 잘 파악하고 이정표를 보면 길을 잃어 고생할 일은 없다. 게다가 밴쿠버 사람들은 참 친절하다. 지도를 든 채 두리번거리는 여행자를 보면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라고 물으며 먼저 다가오니까 말이다.

서울 명동과 같은 쇼핑거리인 랍슨가(Robson St.)로 향했다. 상점 안에도 눈요깃거리가 많지만 역시 사람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 백인만큼이나 아시아인이 많다. 하루 동안 사계절 날씨를 모두 겪는다는 밴쿠버의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민소매부터 두툼한 겨울 점퍼까지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낯선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풀어준 것은 거리에서 만난 장애인들이었다. 도로의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한 덕분에 장애인들도 일반인처럼 편안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여행객·장애인들의 천국 … 도심 속 공원 ‘매력 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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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시내에 있는 주 의사당의 아름다운 야경.

웨스트 조지아가(West Georgia St.)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콜로세움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이 아닐까 싶었는데, 밴쿠버 공공도서관이란다. ‘아니, 도서관이 이렇게 멋져도 되는 거야!’ 싶을 정도로 개성 있고 웅장한 외관이다. 한글 낙서가 종종 눈에 띄는 걸 보니 한국 유학생들도 많이 드나드는가 보다. 밴쿠버에 머무는 내내 몇 번씩 찾아와 인터넷도 하고 소설도 읽는 여유를 부려보았다. 내 여행의 로망-동네 도서관에서 동네 사람처럼 책 읽다가 오기-을 이룬 셈이다.

그랜빌가(Granville St.)를 따라 쭉 내려가면 밴쿠버 속의 작은 섬 그랑빌 아일랜드가 나온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거리 악사들의 공연을 즐겼다. 특히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같은 퍼블릭 마켓에는 갖가지 농수산물과 육류 등이 즐비하다. 값싸고 싱싱한 식재료를 사다가 숙소에서 직접 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UBC(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 도착한다.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인류학 박물관에 닿았다. 전 세계 인류의 의식주 관련 자료, 예술작품 등이 방대하게 전시돼 있다. 한국 자료도 눈에 띈다. 아름다운 토템 작품들이 통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바깥의 경관과 어우러져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심에 바로 이웃한 공원을 빼놓고는 밴쿠버의 매력을 말할 수 없다. 종일 비가 내리는 날과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가 하루 사이로 반복되는 4월의 밴쿠버. 오늘은 맑은 하늘이 보인다. 밴쿠버의 ‘녹색 심장’ 스탠리 파크에서 자전거 타기에 도전해보았다. 걸어서 다닌다면 하루가 모자랄 만큼 넓은 공원이다. 해질 무렵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면서 자전거 타기란 색다르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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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밴쿠버 시내에는 매연을 줄이기 위해 전기버스가 다닌다.
②던컨 마을의 벽화.

날씨 빵점, 볼거리 백점, 친절 만점

탄광을 단장해 꾸민 부차드 가든.

하루는 숙소 가까이에 있는 잉글리시 베이로 산책을 나갔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사람들은 빗줄기에 신경 쓰지 않고 조깅을 하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카약을 즐긴다. 인상적인 점은 각 벤치마다 주인이 있다는 것이다. 공원 운영금으로 사용되는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연을 벤치 동판에 새겨놓은 것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영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밴쿠버 아일랜드로 1박2일의 여행을 떠났다. 4월 초, 아직 이른 봄이라 꽃이 덜 피었을까봐 걱정했는데 웬걸, 밴쿠버 아일랜드의 부차드 가든은 사방이 꽃천지였다. 걸어서 족히 두 시간이 걸리는 규모로 탄광을 단장해 꾸몄다고 하니 정원에 대한 이들의 애착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밴쿠버 아일랜드 내에 있는 ‘던컨’ 마을은 캐나다 관광정책의 깜찍함이 숨어 있는 곳이다. 인디언과 정착민의 역사가 그려져 있는 벽화가 거리 곳곳에 있어 마치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갤러리처럼 느껴진다. 소박하고 별 볼일 없는 자그마한 마을에 벽화로 생기를 불어넣어 여행자들이 꼭 들르도록 한 것이다.

페리 선착장이 있는 나나이모 시내의 나나이모 박물관. 전시물은 생각보다 궁색하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는 유럽 이주민들의 개척으로 이뤄진 나라이므로 아시아와 같은 유구한 역사가 없다. 백인들이 박해하고 쫓아낸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뿐인 박물관을 관람하다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밴쿠버에서의 마지막 날. 야경을 보기 위해 랜드마크 호텔의 꼭대기층 레스토랑을 찾았다. 굳이 저녁을 먹지 않아도 칵테일이나 차 한 잔을 마시며 훌륭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웨이터가 안내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 시간 동안 360도를 도는 스카이라운지라서 밴쿠버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영화 촬영을 위해 오픈카에서 대기 중인 중국배우 리롄제(李漣杰, 이연걸)를 본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처음 가졌던 삐딱한 마음을 접고 밴쿠버와 캐나다를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꼽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도시 사람들이 ‘역사’ 이전부터 있어왔던 자연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 하나, 풀 한 포기도 본디 있던 자리에 두고 보려는 자연친화적인 정책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만이 인간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겸허한 가치관이 엿보인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모든 자동차 번호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Beautiful British Columbia!’

Tips

밴쿠버 현지에는 한국 여행사가 많다. 혼자 배낭여행을 하는 중이라도 로키산맥이나 캐나다 동부, 미국 동부 등으로 떠나는 패키지팀이 자주 출발하므로 합류할 수 있다. 로키산맥 3박4일 상품은 330캐나다달러(약 28만2000원), 캐나다 동부나 미국 동부는 450캐나다달러(약 38만4500원) 정도.




주간동아 2006.07.04 542호 (p88~89)

글·사진=김영랑 orang@bc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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