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2006.06.27

명품 韓牛 떴다, 수입 소 물렀거라!

지자체 한우 브랜드화 박차 … 생산부터 유통까지 엄격한 관리 최고급 품질 자신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6-21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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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 韓牛 떴다, 수입 소 물렀거라!

    충남 서산시 운산면 농협가축개량사업소에서 방목 중인 우수품종 한우들.

    경매장에서 한 마리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한우는 이제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해 농림부에서 후원하고 소비자시민의모임이 주관해 실시한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에서는 3300만원짜리 소가 나왔다. 경기도 안성시 한우회 회원들과 농협이 함께 브랜드화한 ‘안성마춤’ 한우다. 2004년도 경진대회에서는 평창영월정선축협의 ‘대관령한우’가 220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맛이 뛰어남은 당연지사다. 물론 경진대회라는 특수성이 감안된 가격이기 때문에 일반 경매가격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일반 한우의 가격과는 수준이 다른 명품 한우라 칭할 만하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명품’ 한우를 개발한 지방자치단체와 농협, 축산농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결과에 따른 농산물 개방에 대해서도 비교적 여유가 있다. 해외에서 쏟아져 들어올 수입쇠고기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명품을 목표로 전국적으로 개발된 한우 브랜드는 232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 한우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189개다. 이는 각 지자체와 축협, 축산농가가 경쟁적으로 브랜드 개발에 나선 결과다. 브랜드 한우는 전국적으로 46만5000두로 전체 한우 157만8000두의 29.5%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 한우가 모두 명품은 아니다. 농림부와 소비자단체는 2003년부터 우수축산물 경진대회를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한우의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수 축산물 브랜드’를 선정하고 있다.

    심사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사양관리 계획과 생산체계, 품질의 균일 여부, 사료 종류와 의약품 사용 여부, 사육시설과 방제체제의 친환경적 여부, 도축 및 가공장의 위생 수준과 유통체계까지 심사대상에 포함된다.



    46만5000두 브랜드로 키워져

    올해 1월 선정 발표된 우수 브랜드는 횡성 한우와 대관령한우, 남해화전한우, 장수한우, 팔공 상강한우, 안성마춤 한우, 물맑은 양평 개군한우, 상주 감먹는한우, 순한韓牛, 섬진강 뜨레누, 함평 천지한우, 합천 황토한우, 홍천 한우늘푸름 등 모두 13개다.

    이들 우수브랜드 한우는 모두 거세한 한우이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품종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반 수소는 생후 20개월이면 출하할 만큼 성장하는데, 거세를 하면 발육이 느려져 생후 30개월간 비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육질이 훨씬 부드러워지고 맛이 좋아진다”는 게 축협 관계자의 설명. 또 대부분 축산물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에 맞는 환경과 위생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명품 韓牛 떴다, 수입 소 물렀거라!

    우수 브랜드 한우



    이들 브랜드 한우의 경우 1등급 이상 최상의 육질 출현율은 평균 80%를 넘는다. 일반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이 6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 이상 높은 것이다. 가격 차이도 크다. 일반 한우는 1마리당 5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브랜드 한우는 최소 600만원부터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우수브랜드 한우는 주변 환경과 사육 방법 등 저마다 강점으로 내세우는 특징이 다르다. 이를 크게 분류하면 청정환경에서 철저한 품종관리를 강조하는 브랜드와 자체 개발한 독특한 배합사료 첨가물을 내세우는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올 1월 13개 우수 브랜드 확정 발표

    천혜의 청정환경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로는 횡성한우와 홍천 한우늘푸름, 순한韓牛, 안성마춤 한우, 섬진강 뜨레누, 대관령한우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한우가 횡성한우로 지난해 축산물 브랜드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횡성군과 횡성축협이 ‘횡성한우 명품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1995년이다. 이때부터 축협은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매년 ‘정액선정위원회’를 열어 정액 평가 및 선정작업을 이어왔다. 97년 첫 거세 한우를 출하한 횡성축협은 그해 국립농산물검사소(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로부터 품질인증을 받고 그 다음 해 횡성의 명품으로 지정받았다.

    횡성한우의 특징은 낮과 밤의 일교차가 분명한 기후 조건과 깨끗한 물, 맑은 공기에서 사육해 한우 고유의 풍미가 강하다는 것. 근육조직이 가늘고 섬세해 매우 부드럽고, 지방이 골고루 잘 퍼져 보습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순한韓牛는 전남 동부권 8개(고흥, 곡성, 광양, 구례, 보성, 순천, 여수, 장흥) 축협이 연합해서 만든 전국 최초의 광역화 공동브랜드다. 이 브랜드가 강조하는 것은 지리산과 한려수도를 접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안전성을 상징하는 ‘4무(無)’다. 여기서 4무는 무항생제, 무항균제, 무호르몬제, 무유해미생물 을 일컫는다.

    지난해 경매에서 33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안성마춤 한우는 2003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던 브랜드다. 안성마춤 한우는 ‘안심시스템’을 강조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성장과정에 따른 사료의 종류와 양 등 사양관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투명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축산업계에 본격적인 브랜드화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IMF 사태라는 혹독한 시련기를 거친 한우농가들이 저마다 차별화를 위한 독특한 사료 개발에 나선 것.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축협, 농가 그리고 대학이 연계해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사료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브랜드들이 상주 감먹는한우와 합천 향토한우, 함평 천지한우 등이다.

    상주 감먹는한우(상감한우)는 상주시와 상주축협이 2000년부터 4년간 공동으로 개발한 브랜드다. 브랜드를 기획·개발한 상주축협 김욱경 과장은 “지역특산품인 곶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 껍질을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감 껍질을 분말로 만들어 한우 사료로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감한우 사료는 일반 배합사료에 특허사료를 첨가해 섞은 것으로, 특허사료에는 감 껍질 분말과 맥강(보릿겨), 이온사료, 활성탄 등이 일정한 비율로 첨가된다. 이 사료로 비육된 한우의 육질은 다른 한우와 성분에서 차이가 난다.

    명품 韓牛 떴다, 수입 소 물렀거라!

    경북 상주시 상주축협 ‘축협생장물사업장’의 한우들. 상주축협은 시와 4년간 공동으로 개발한 감 껍질 분말 등이 들어 있는 특허사료로 500여 마리의 한우를 직접 키우고 있다.

    상주축협이 건국대 육학실험실에 의뢰해 받은 ‘상감한우 육질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감한우 육질은 일반 한우에 비해 보습력이 높고, 회분의 함량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육질은 훨씬 쫄깃쫄깃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감 껍질 속에 소의 설사를 예방하고 강장작용을 해주는 타닌 성분과 소의 면역성을 길러주는 비타민 A와 C, 그리고 당분, 마그네슘, 섬유질 등 소에게 필요한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합천 황토한우는 황토를 배합사료에 첨가해 키운 한우를 브랜드화한 것이다. 합천축협 측은 “향토를 첨가해 비육한 결과 한우의 근육조직 내에 지방 침착이 높아 육질이 부드럽고 보습력과 연도가 크게 향상돼 맛이 담백하다”면서 “육질 내의 아연(Zn) 함량은 높은 반면 칼슘과 망간, 인, 철 등의 함량은 낮아 중금속 해독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함평 천지한우는 일반 배합사료를 먹이지 않고, 함평축협이 자체개발한 셀레늄이 첨가된 섬유질 사료(TMR)로만 키우고 있다. 셀레늄은 인체에 필수적인 무기질로 황산화효소의 중요한 구성성분 중 하나로서 면역체계와 갑상선의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 필수적이다. 함평축협 측은 “대전 과학분석센터에 매년 의뢰한 결과 일반 한우보다 셀레늄 함유량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인체에 유익한 기능성 한우”라고 밝혔다.

    “생산단가 낮아져 한우 경쟁력 제고”

    한편 대관령 청정지역에서 한우를 생산하고 있는 대관령한우도 기능성 쇠고기 생산을 목표로 연구, 개발 중이다. 평창영월정선축협 측은 “오메가3 지방산은 청소년의 성장을 돕고, 성인들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심스 박사에 의해 증명됐다”면서 “대관령한우는 다른 한우보다 오메가3 지방산이 1.8배 정도 많이 함유돼 있는 기능성 한우”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우 브랜드화는 축산농가 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쇠고기와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농림부 관계자는 “브랜드는 힘이다. 소비자들이 현재 쇠고기를 구매할 때 고려하는 것은 위생과 안전성, 그리고 브랜드의 신뢰도”라면서 “이제 중산층 이상은 수입쇠고기보다는 국내 브랜드 한우를 선호하는 만큼 미국 등에서 수입쇠고기가 들어와도 대부분 가공용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우 생산단가가 점차 낮아지면서 한우 판매가격도 떨어져 경쟁력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랜드 한우 후발주자들의 다양한 도전

    옻·마늘·두충 등 독특한 사료 먹여… 관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명품 韓牛 떴다, 수입 소 물렀거라!

    경기도 가평 옻한우는 가평축협에서 직접 판매·관리하고 있다. 가평축협 축산물 판매장에서 옻한우를 구입하는 지역 주민.

    옻, 솔잎, 마늘, 인동초, 두충 등 이제 한우는 못 먹는 것이 없다. 각 지자체와 축협, 축산농가 등은 독특한 사료를 앞세운 브랜드 알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평 옻한우와 하동 솔잎한우, 창녕 인동한우, 산청 천왕이한우, 의성 마늘먹는한우 등이 대표적인 특허사료 브랜드 한우다.

    가평 옻한우는 출하 4개월 전부터 옻나무를 분쇄해 배합한 사료를 먹인 한우다. 가평축협 측 관계자는 “강원대 축산학과에 의뢰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2년여간 연구한 결과 일반 한우와 다른 몇 가지 특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가평축협에서 제시한 관련 연구결과에 따르면 옻 사료를 먹인 한우의 육질에서는 노화를 방지하는 불포화지방산이 12% 이상 많았으며, 부패를 일으키는 저온성 미생물이 크게 줄어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졌다. 그만큼 장기보관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옻 사료는 또 한우등급 1등급 이상 출현율을 80% 이상으로 올리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동 솔잎한우는 지난해 우수축산물 브랜드로 선정됐던 브랜드다. 솔잎한우는 솔잎추출 음료수를 만든 뒤 남은 찌꺼기를 분쇄, 발효시켜 만든 특허사료를 내세우고 있다. 유산균이 사람의 장기능을 강화하듯이 솔잎생균제가 한우의 장내 미생물을 활성화해 소화를 촉진시키고 항생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창녕 인동한우는 천연식물성 항균제인 인동초를 첨가한 사료로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산청 천왕이한우는 두충을 사료로 키운 한우를 내세우고 있다. 두충은 항암작용과 당뇨 및 골다공 억제효과가 있는 약재다.

    이처럼 새로운 사료 개발 등의 방법으로 매년 증가한 한우 브랜드는 232개로 급증했지만 실제 유통되는 브랜드는 152개뿐이다. 35%에 해당하는 80개 브랜드는 유명무실한 상태. 축협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역적 특성을 살린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만들어만 놓고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가 농림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일단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만든 경우도 있고 관내 축산농가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면서 내년부터 정부의 축산농가 브랜드 정책 자금지원이 중단되는 만큼 향후 3~4년쯤이면 시장에서 살아남는 브랜드와 사라질 브랜드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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