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9

2006.06.13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의 진화’

  •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입력2006-06-12 10: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의 진화’
    경제학 교과서로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스테디셀러는 1948년에 출간된 폴 새뮤얼슨의 ‘경제학(Economics)’이다. 7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새뮤얼슨은 30대 초반 MIT에서 ‘경제원론’강의를 맡으면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를 만들었다. 새뮤얼슨의 교과서는 친절하고 흥미로운 서술방식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당시 과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케인즈의 이론을 경제학 입문서로서는 처음 소개해 화제를 뿌렸다. 이 책은 초판 이래 40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오늘날 경제학자 가운데 이 책으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하버드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가 새뮤얼슨의 아성에 도전했다. ‘맨큐의 경제학’(Principles of Economics, 교보문고)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된 이 책은 97년 출간 당시 “세계 경제원론 교과서의 틀을 바꿀 획기적인 책”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58년생인 맨큐는 29세에 하버드대학 정교수가 돼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30대 후반에 쓴 ‘맨큐의 경제학’이 17개 언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 저자가 됐다. 맨큐의 성공 요인은 경제학을 ‘죽은 경제학자들의 허구한 날 같은 소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 삶의 이야기’로 바꿔놓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비교우위’ ‘절대우위’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미국 NBA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잔디 깎기를 예로 든다. ‘맨큐의 경제학’은 오늘날의 한결 말랑말랑해진 경제학 관련 교양물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경제학계에 새로운 천재가 등장했다.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래빗 교수다. 그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와 동대학원 최우수 졸업, 2003년 미국의 ‘예비 노벨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 2003년 ‘포춘’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 중 한 사람이다. 젊은 나이에 이룬 화려한 이력을 들먹이지 않아도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은 2005년 한국 출판시장에서 경제학 서적 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마약 판매상은 왜 어른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걸까?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공통점은? 저자는 이처럼 엉뚱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뒤, 경제학의 시각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다.

    ‘괴짜 경제학’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서른살 경제학’(유병률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도 경제학 교양서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위협적이지만 설명은 친절하다. 여기에 웅진지식하우스가 ‘괴짜 경제학’ 후속타로 팀 하포트의 ‘경제학 콘서트’를 냄으로써 연타석 홈런을 쳤다. 대학시절 ‘경제원론’이라고 하면 대형 강의실에서의 졸린 오후 수업이 떠오르는 세대에게 ‘소설처럼 재미있는 경제학’이라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경제학 교양서의 저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참신한 서술방식을 고안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제학 분야에서도 튀어야 산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