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9

2006.06.13

‘상하이방’ 밀어내고 ‘안후이방’ 뜬다

후진타오 중심으로 한 안후이성 출신 인사 득세 … 후 주석 집권 2기 앞두고 권력 쏠려

  • 베이징 = 하종대 동아일보 특파원 orionha@donga.com

    입력2006-06-07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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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방’ 밀어내고 ‘안후이방’ 뜬다

    안후이성 출신 주요 정치지도자들.<br>① 후진타오 주석<br>②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 위원장 <br>③ 리커창 랴오닝성 당서기<br>④ 왕양 충칭시 당서기

    2007년 가을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전대)를 앞두고 ‘안후이방(安徽幇)’이 중국의 새로운 권부(權府)로 떠오르고 있다. 안후이방이란 최근 중국 권력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안후이성 출신 제4세대 및 제5세대 지도부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중국 ‘핑궈(果)일보’가 4세대 지도부의 핵심 인물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고향인 안후이성의 이름을 본떠 만들었다.

    그러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상하이방(上海幇)’이나 칭화(淸華)대학 출신 인사들을 가리키는 ‘칭화방(淸華幇)’에 비해 아직은 낯선 이름이다. 실제로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나 종합 검색사이트 신랑(新浪), 써우후(搜狐) 검색란에 ‘안후이방’을 입력하면 절도단과 기업가군만 나온다. 아직은 정치세력을 지칭하는 말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후진타오 닮아 신중하고 사려 깊어

    안후이방은 후진타오 주석의 집권 2기를 앞두고 시나브로 부상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움직임이 없는 듯하지만, 안에서는 치열한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정중동(靜中動)’이다. 이런 면에서 상하이방이 사람들 앞에 나서길 좋아하는 장쩌민을 닮았다면, 안후이방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후진타오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핵심 정치세력 가운데 안후이방은 아직 많지 않다. 중국공산당의 심장부이자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안후이방은 후 주석 1명뿐이다. 권력 2인자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안후이성의 페이둥(肥東) 출신이지만, 그동안 후 주석보다는 장 전 주석과 가깝게 지냈다. 그는 1979년부터 94년까지 16년간 상하이시 당서기 등을 거치면서 장 전 주석의 후원 아래 정치적으로 성장했고, 역시 장 전 주석의 추천으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했다.



    중국공산당의 중앙정치국 위원 24명(후보위원 1명 제외) 가운데에도 안후이성 출신은 후 주석과 우 전인대 상무위원장 단 2명뿐이다.

    전국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의 당서기와 성장(또는 시장, 자치구 주석) 가운데 안후이성 출신은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와 왕양(汪洋) 충칭(重慶)시 당서기, 왕민(王珉) 지린(吉林)성 성장, 추보(儲波)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당서기 4명으로 전체 인원의 6.5%에 불과하다(68쪽 표 참조). 당서기 및 성장, 4대 지방권력인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주임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까지 포함해도 8명뿐이다. 현재 31개 성의 4대 요직은 124개 가운데 23곳은 겸직 중이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권력 판도는 후 주석이 집권 2기를 앞둔 올해 들어 정치를 다잡기 시작하면서 안후이방 쪽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이는 장 전 주석의 영향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양상. 200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직에 선출된 이래 후 주석은 2003년 3월 국가주석, 2004년 9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2005년 3월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장 전 주석에게서 물려받았지만 지난해까지는 상하이방에 포위된 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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