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2016.11.30

스포츠

달아오른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 18년 만에 총액 4000억 원 돌파 눈앞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lkh@naver.com

    입력2016-11-29 15: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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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의 역사는 1999년 11월 이전과 후로 확연히 나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99년부터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15년까지 총 171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16년 동안 각 구단이 FA에 지급한 액수는 3546억6300만 원에 이른다. FA제도 도입과 함께 KBO리그는 부자 구단과 넉넉지 못한 구단으로 극명히 나뉘었고, 구단 사장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스포츠 재벌도 탄생했다.

    11월 11일 문을 연 올해 FA시장은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사실 KBO리그 10개 구단 전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 구단은 모기업의 사회적 공헌과 홍보 효과를 노리고 꾸준히 통 큰 투자를 이어왔다. 단숨에 리그 최정상급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FA제도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만큼 효과도 컸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두산 베어스는 2014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장원준과 4년 총액 84억 원 계약을 맺으면서 막강한 투수진을 완성했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대형 계약이었지만 성과만큼은 확실했다.

    2016년 FA시장은 일찌감치 사상 첫 ‘100억 계약’ 시대의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됐다. 최정상급 투수와 타자들이 동시에 FA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 김광현,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내년 만 29세가 되는 젊은 투수다. 부상이 없다면 매년 200이닝 안팎 투구에 15승 이상이 가능한 국가대표 에이스다. 역대 투수 최고 계약은 2015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KIA로 돌아온 윤석민으로 4년 총액 90억 원을 받았다.



    빅리그 진출이 첫 번째 선택지

    윤석민은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했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리그 최고 우완투수였던 경력이 뒷받침돼 당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90억 원 계약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나이, 기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김광현과 양현종의 전략적 가치는 윤석민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관건은 해외 진출이다. 2013시즌 후 당시 최대 FA 카드였던 윤석민은 일찌감치 미국 도전을 선언해 FA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해 김광현과 양현종의 행보, 그리고 KBO의 FA제도는 2013년과 차이가 있다. 먼저 올 시즌부터 원 소속팀의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됐다. 규약에 따라 11월 11일부터 모든 구단이 FA 협상을할 수 있다. 사실상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2월 1일 직전에 계약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해까지는 FA가 원 소속팀과 우선협상기간 내 계약에 합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결별을 의미했다. 우선협상기간이 있을 때 각 구단은 다음 시즌을 위한 팀 설계를 더 명확히 계획할 수 있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현재 각각 전문 에이전트를 선임했다. 12월 초 미국에서 각 팀 단장이 모이는 윈터 미팅이 개최되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는 “팀 전력에 따라 김광현과 양현종은 5선발 혹은 롱릴리프 후보로 분류된다. 25인 로스터 보장 계약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스프링캠프 경쟁에서 승리하면 빅리그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단기의 금전적 보상은 메이저리그가 KBO나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과 양현종이 국내에 잔류하면    4년 총액 100억 원 이상이 가능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메이저리그 승격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연봉 수준도 국내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과 단기 계약을 맺고 큰 성과를 올리면 KBO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연봉 계약을 새롭게 체결할 수 있다. 만약 실패하고 돌아와도 윤석민의 사례처럼 4년 총액 100억 원 수준의 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빅리그 진출이 첫 번째 선택지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김광현과 양현종의 소속 팀은 매우 난감해하고 있다. 100억 원대에 이르는 계약도 부담스러운데 해외 리그 진출 여부를 기다리느라 내년 시즌 팀 전력 구성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팬들의 원성이 부담스럽다.



    메이저리그서 눈독 들이는 6명의 선수

    11월 23일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KBO에 신분조회를 요청한 선수는 총 6명이다. 신분조회는 해당 선수를 자국 리그 팀이 영입해도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구단이 해외 선수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해오면 해당 국가 리그에 공식 공문을 발송한다.

    KBO가 ‘FA 신분으로 해외 진출에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답변을 보낸 주인공은 김광현, 양현종과 함께 리그 최고 거포로 꼽히는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와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같은 팀의 차우찬, 그리고 롯데 내야수 황재균,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우규민이다. 황재균은 직접 미국 마이애미에 개인 캠프를 차리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초청해 훈련 모습을 공개하는 등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김광현, 양현종과 함께 지난해 박석민(NC 다이노스)이 기록한 4년 총액 96억 원을 뛰어넘을 수 있는 후보로 꼽히던 최형우는 11월 25일 KIA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최영우는 만 32세에 KBO의 첫 번째 100억 원대 계약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138경기에 출전해 타격, 최다 안타, 타점 부문 3관왕에 오른 그는 해외 진출과 국내 잔류를 놓고 고민하다 무게감 있는 중심 타선을 필요로 하던 KIA를 선택했다.

    11월 25일 대형 계약이 발표된 가운데 다른 주요 FA의 해외 진출 여부는 메이저리그 계약이 정리되는 12월 초 윈터 미팅이 끝난 뒤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그사이 나지완은 소속팀 KIA와 4년 총액 40억 원에 서명했다. 매우 합리적인 합의로 해석된다. 두산 이원석은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 총액 27억 원을 받았다. 역시 모범적인 계약이다. 두산 주장 김재호는 시장 예상 액수보다 많은 4년 총액 5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우승에 대한 공헌과 팀 리더라는 점이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까지 FA 4명이 계약해 217억 원이 더해지면서 역대 FA 총액은 3763억6300원이 됐다. 만약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에 황재균까지 KBO리그에 남는다면 FA제도 도입 18년 만에 총액 4000억 원 돌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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