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4

2006.05.09

헤지펀드의 머니게임 비밀 알려주마!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06-05-08 10: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헤지펀드의 머니게임 비밀 알려주마!
    “회장님,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M&A를 통한 경영권의 이전과 거래는 세계적 추세 아닙니까?” “우리는 M&A나 국제금융을 잘 모릅니다. 오디세이가 우리를 상대로 사기와 협박을 쳐서 돈 좀 벌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강제로 뜯어가는 불량배들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 겁니까?”

    “회장님, 국제금융에서는 사기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수업료라는 말을 쓰지요.” “외국자본이 와서 토종 기업을 탈취한다는 비판 여론이 많은 것 알고 계시죠?”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들어온 국제 금융자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헤지펀드와 적대적 M&A(기업 인수·합병)와 관련한 ‘먹느냐 먹히느냐’식 기사는 연일 지면을 장식한다. 헤지펀드는 막강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금융 프로 중의 프로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는 소설 ‘매직램프’를 통해 치열한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외국자본의 실체를 파헤친다.

    오디세이 투자회사는 하버드대학 출신 투자의 귀재 오웬이 7년 전에 만든 신흥 헤지펀드다. 회사가 창립하던 해에 멕시코 채권 투자로 큰돈을 벌어들인 오디세이는 중국 증권시장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공산당 간부를 통해 비상장 기업에 접근, 주식을 싼 가격으로 사모아 큰돈과 고객, 그리고 명성을 얻었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오웬이 이번에는 한국 M&A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노린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월가의 한 증권회사에 다니던 박지수(제임스)를 스카우트해 한국 지점장으로 앉힌다. 오웬은 지수에게 한국의 우량기업 두 곳을 적대적 M&A를 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즉 ‘매직램프’를 지시한다. 두 기업은 한국 자동차 부품회사 세진기업과 코스닥의 떠오르는 기업 마이티 솔루션이다.



    두 회사에 대한 공략은 다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평이 나쁜 세진의 경우 주식 매입과 해외 전환사채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뒤 대주주를 압박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마이티 솔루션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다. 즉 회사를 최종적으로 인수해갈 글로벌 기업을 구한 다음 회사를 상장폐지시키기로 한다.

    우여곡절을 겪지만 세진과 마이티 솔루션 주식을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오디세이는 한국을 떠나고, 박지수도 거액의 보너스를 챙긴 뒤 떠난다.

    “한국이 국제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후진국형 마인드를 가진 대주주와 냉혹한 국제금융을 향해 ‘국부 유출’을 외쳐대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저들의 실체를 파악,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에 시달린 SK, 아이칸과 전쟁을 벌인 KT&G, 그리고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해 국부 유출 의혹을 사고 있는 외환은행이 떠오른다. 국제금융 프로들이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벌이는 머니게임에서 우리는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다.

    이종환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384쪽/ 1만3000원

    Tips

    헤지펀드(Hedge Fund)

    100명 미만의 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원유·철강 등의 실물자산까지 포함, 고수익 고위험 자산에 헤징 기법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자본을 말한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세금이 없거나 아주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피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




    화제의 책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