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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와 ‘캔디’ 안방극장 점령

  • 김용습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snoopy@sportsseoul.com

‘넘버3’와 ‘캔디’ 안방극장 점령

‘넘버3’와 ‘캔디’ 안방극장 점령

‘Dr. 깽’의 양동근,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 ‘불량가족’의 남상미(위부터)

안방극장에 이른바 ‘넘버3’와 ‘촌녀’의 전성시대가 왔는가. 최근 들어 방송 3사의 미니시리즈에 조직폭력배 혹은 촌티 나는 여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안방에서 설치는 조직폭력배들은 하나같이 어설프다. 주먹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진짜 폭력배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인간적인 캐릭터들이다. 영화 ‘친구’의 유오성이나 장동건이라기보다는 ‘넘버3’의 한석규 같은 인물들이다.

KBS 2TV 미니시리즈 ‘굿바이 솔로’(노희경 극본·기민수 연출)의 이재룡, SBS TV 드라마 스페셜 ‘불량가족’(이희명 극본·유인식 연출)의 김명민, MBC 미니시리즈 ‘Dr. 깽’(김규완 극본·박성수 연출)의 양동근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방송 3사 수목 미니시리즈의 남자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한때 조직의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가 뒷골목 건달로 전전하고 있는 ‘강호철’(이재룡)은 12살 연하의 카페 여사장 ‘미리’(김민희)와 애틋한 사랑을 교감하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반신불수가 된 여인에 대한 죄책감과 불투명한 자신의 미래 때문에 사랑 앞에서 무심한 척 애쓰는, 따뜻한 건달이다. ‘가족 대행 서비스 업체’를 운영하는 무식한 건달 ‘오달건’(김명민)은 실수투성이의 코믹한 캐릭터다. 큰소리 뻥뻥 치고 걸핏하면 손찌검을 하려고 드는 등 행동거지는 거칠지만, 무섭기보다는 웃음이 나오고 되레 연민마저 느껴진다. 양동근이 연기하는 ‘강달고’는 중학교 중퇴 학력의 깡패. 조직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도망자 신세가 된 강달고는 살아남기 위해 가짜 의사 노릇을 하고, 그 와중에 만난 진짜 의사 김유나(한가인)를 통해 따뜻한 사랑과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가 하면 여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촌스러운 겉모습에 밝고 씩씩한 성격의 ‘캔디형’이 도드라진다. MBC TV 미니시리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정유경 극본·표민수 연출)의 복실(정려원)과 ‘불량가족’의 양아(남상미), 그리고 MBC 주말극 ‘진짜 진짜 좋아해’(배유미 극본·김진만 연출)의 봉순(유진) 등이 그 주인공.



정려원은 ‘내 이름은 김삼순’ ‘가을 소나기’ 출연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에서 순박한 표정과 갈래 머리, 그리고 촌스러운 패션과 행동거지를 통해 ‘복실이’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남상미도 바닷가 출신 처녀라는 극중 설정에 걸맞게 억척스러우면서 솔직·털털한 연기를 잘 표현하고 있다. 4월8일 첫 방송을 한 ‘진짜 진짜 좋아해’의 유진은 ‘강원도에서 온 부시우먼’이라는 자신의 표현처럼 촌티 패션과 사투리 연기의 진면목을 과시하는 중이다. 유진은 “여봉순은 강원도 산골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다가 상경해 훗날 청와대 요리사가 되는 인물이다. 문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야생 처녀인지라 후줄근한 몸뻬 바지와 노메이크업은 기본이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투박하고 귀여운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한다”고 말했다.

조직폭력배 캐릭터가 안방극장에 등장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넘버3’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SBS 드라마 제작국의 김영섭 책임프로듀서는 “평범한 사람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데다 좀더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폭력배는 매력적인 인물 소재다. 특히 드라마가 양산되면서 기존의 백마 탄 왕자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식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칫 조직폭력배에 대한 무분별한 미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순박하고 풋풋하고 당당한 캔디형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안방극장을 휩쓸었던 수많은 ‘신데렐라’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명수, 지상렬, 노홍철, 장영란 등 한때 ‘비호감’ 혹은 ‘얼꽝’으로 불렸던 연예인들이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득세하고 있는가 하면, ‘예쁜 남자’와 동성애 코드가 붐을 이루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채널·다매체·디지털화 등 방송 서비스의 변화와 프로그램 콘텐츠의 질적·양적 팽창 등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를 개발하고 발굴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531호 (p85~85)

김용습 스포츠서울 연예부 기자 snoop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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