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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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활동 A°… ‘위풍당당’ 여성 의원들

17대 국회 여성 정치인 41명 성적표 … 약자 인권 향상·성 평등 사회 진일보 기여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6-04-12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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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활동 A°… ‘위풍당당’ 여성 의원들

    여야 여성 의원들이 국회에서 ‘2006년 지방의회 여성 정치참여 확대방안 논의를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여성이 정치의 중심에 섰다. 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총리로 지명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을 앞두고 있다. 가장 유력한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는 박근혜 대표까지 모두 여성이다. 최소한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여성이 더 이상 힘없는 소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여성 정치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한 여성 정치인 41명이 그동안 펼쳐온 정치 활동에 대한 평가가 그 바로미터다.

    여성 의원을 정당별로 보면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한나라당 17명, 민주노동당 4명, 민주당 2명 순이다. 이들은 대부분 각 정당별 남녀 성비로 선출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지역선거구에서 선출된 의원은 열린우리당 5명, 한나라당 5명 등 10명에 불과하다. 아직까지 지역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의원의 한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3월2일 현재 611건 법안 발의

    하지만 그동안 이들이 보여준 입법 활동은 남성 의원 못지않다. 41명의 여성 의원들은 3월2일 현재 모두 611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전체 법안 발의 건수 4255건의 14.4%에 해당한다. 여성 의원이 의원 총수(299명)의 13.7%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 의원보다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안 내용도 여성 인권 향상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국장의 평가다.

    “17대 국회는 16대에 비해 여성 의원 수가 두 배나 늘었다. 여성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에 여성이 진출하면서 여성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됐다. 그 결과 호주제 폐지나 성매매 방지법을 제정하고, 여성조세 문제, 성폭력 및 가정폭력 관련 법안 개정 등 여성 인권 향상과 성 평등 사회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갔다. 여성 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권 향상과 기회 균등을 확대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여성 의원 개개인의 정치 활동은 어느 정도였을까. ‘주간동아’는 국회 출석률과 법안 발의 건수 및 처리결과 등을 기초로 여성 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비교해봤다. 국회 출석률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국회전문 감시사이트인 ‘열려라 국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참고했고, 의원별 법안 발의 건수는 국회 홈페이지에 제공된 자료를 기초로 정리했다.

    [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 현황 ]

    17대 국회 본회는 2004년 6월5일 247회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3월2일 258회 11차 회의까지 모두 12회 89차례 열렸다. 드물게 하루에 두 차례 회의가 열리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하루에 한 차례 열린다. 따라서 차례는 편의상 일(日)로 계산했다.

    여성 의원들 가운데 본회의 출석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과 윤원호 의원이다. 이들은 89일 중 87일 출석했다. 나머지 이틀은 청가(請暇)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출석률은 97.75%. 청가서는 출석하지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때 국회에 제출하는 서류다.

    반면 출석률이 가장 낮은 여성 의원은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다. 89일 중 결석 6일, 청가 16일 등을 제외한 출석 일수는 67일로 출석률 75.28%에 그쳤다.

    이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국회 본회의라는 게 주로 법을 통과시키는 일을 하고, 여야 간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민주당처럼 원내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당 소속 의원은 본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 어렵고, 출석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적지 않아 상대적으로 출석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 측은 이어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본회의보다 상임위 출석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의원은 여야 간 대치 상황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출석하지 않았을 때도 홀로 출석해 목소리를 내는 등 상임위 활동에는 어느 누구 못지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떤 의원이 본회의에 가장 자주 결석했을까. 국회 의사과에 따르면 ‘결석’은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출석하지 못한 청가나 출장을 제외하고 ‘무단’으로 빠졌을 때를 말한다.

    무단결석 일수가 가장 많은 의원은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으로 모두 16일이었다. 이는 결석률 18%로, 5일에 하루꼴로 빠진 셈이다. 그 뒤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13일)과 고경화 의원(10일) 순. 공교롭게 본회의 결석 일수 상위 1, 2, 3위가 모두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나타났다.

    김영선 의원 측은 “당 최고위원이고 선거 때는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주요 직책을 많이 맡다 보니, 본회의에 출석하려고 했다가도 갑자기 당 회의가 생겨서 사유서를 제출하지 못한 채 결석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다른 최고위원과 비교해보면 출석률이 그다지 낮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4년 3월 이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박근혜 대표는 본회의 89일 중 결석 4일, 청가 6일을 제외한 79일을 출석해 88.76%의 출석률을 기록 중이다.

    김 의원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도 회의 일수 83일 중 결석 11일, 출장 3일로 83.13%의 출석률을 보였다. 순위로는 여성 의원들 중 30번째다.

    안명옥 의원 65건 발의 최다

    상임위 출석률 최하위는 박근혜 대표다. 국방위원회 소속인 박 대표는 69일 중 50일을 결석하고 출석한 날은 고작 19일에 불과했다. 박 대표 측의 설명이다.

    “본회의는 모든 의원이 모이는 회의다. 당이나 상임위의 일정과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상임위는 여러 개인 데다 일정도 다 다르다. 결국 당 일정에 맞춰서 회의나 행사를 잡을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상임위와 겹치는 날이 허다하다. 구조적으로 참석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일정이 겹치지 않으면 상임위에 가급적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적도 있다. 과거 당 대표가 국정감사에 참석한 일이 얼마나 있었는가.”

    한명숙 총리 지명자는 본회의 89일 중 결석 1일, 청가 8일, 출장 2일 등을 제외한 78일을 출석해 87.64%의 출석률을 보였다. 상임위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총 73일 중 출석 63일, 결석 6일, 출장 1일, 청가 3일로 출석률이 86.3%였다.

    입법활동 A°… ‘위풍당당’ 여성 의원들


    17대 국회는 16대에 비해 법안 발의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6대 국회 전체 회기 중 발의된 법안 건수는 모두 3177건. 그런데 17대 국회 회기의 전반기도 아직 지나지 않은 3월30일 현재 법안 발의 건수가 4255건에 달하고 있다. 16대 전체 발의 건수보다 1000건 이상 많은 것. 여기에는 여성 의원들의 활발한 입법 활동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회 사무처 의안과 관계자는 “과거 국회에 비해 입법 활동이 무척 진지하고 활발해졌다”면서 “특히 여성 의원들이 두 배 이상 늘면서 여성 관련 개정 법률안이 많아진 것도 법안 발의 건수가 폭증한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41명의 여성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건수는 모두 611건. 여성 의원 1명당 평균 15건의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이는 공동발의 법안을 제외한 의원 대표발의와 1인 발의만 집계한 수치다.

    개인별로 보면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무려 65건을 발의해 다른 의원들의 추종을 불허했다. 법안 발의 건수 여성 상위 10명을 살펴보면 한나라당 의원이 5명으로 가장 많고, 민주노동당 3명, 열린우리당 2명이다. 열린우리당에 비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더욱 적극적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법안 처리결과를 보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야당 의원들보다 ‘타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10건을 발의해 4건은 ‘원안 또는 수정 가결’됐고, 2건은 ‘대안폐기’돼 6할(60%)대의 타율을 기록했다. 여야 통틀어 가장 높은 타율이다.

    “정파 떠나 약자 위한 입법 필요”

    대안폐기란 ‘새로운 대체 입법안을 만들어 상정하는 등 대안이 마련된 뒤 기존에 제출한 법안을 폐기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폐기는 폐기나 철회와 달리 제출된 법안이 입법 과정에 일정한 구실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법안 발의 19건 중 원안·수정 가결 2건, 대안폐기 6건으로 42.1%의 처리율을 보였고, 김현미 의원은 11건 중 원안·수정 가결 1건, 대안폐기 3건으로 처리율 36.4%를 기록했다. 강혜숙 의원은 법안 발의 건수가 6건으로 다소 적었지만, 대안폐기 3건으로 50%의 처리율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 중에는 김희정 의원이 13건 중 대안폐기 7건으로 53.84%의 처리율을 기록하면서 유일하게 5할대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노당의 경우는 심상정 의원 혼자 역투하는 모습이다. 33건을 발의해 1건이 가결되고 4건이 대안폐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처리율은 15%. 나머지 의원의 처리율은 매우 저조하다. 현애자 의원이 발의한 26건 중 처리된 것은 대안폐기 단 1건뿐이다. 최순영 의원도 13건 중 대안폐기 1건 이외에 12건이 보류 상태다. 이영순 의원이 발의한 25건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여성 의원 설문조사

    “국회 내 성차별 존재”… 한명숙 총리 지명자 평가 엇갈려


    ‘주간동아’는 17대 여성 의원을 대상으로 국회 내 성(性)인식과 여성 총리 당적 문제,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등 현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여성 의원 대다수가 국회 내에서 여전히 성차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양성평등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 의원 19명 가운데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성차별을 받고 있다’ 4명, ‘남성 중심 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다’ 14명 등 절대다수인 18명이 국회 내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성차별을 느끼는 이유로는 ‘상임위나 주요 당직이 대부분 남성 의원들로 채워져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정보를 교류하는 네트워크가 술자리나 골프 등 비공식적 정보유통 구조여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입법활동 A°… ‘위풍당당’ 여성 의원들
    ‘참여정부에서 여성 인권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 응답자 8명 중 4명이 ‘과거 정권에 비해 크게 신장했다’, 4명이 ‘어느 정도 신장됐다’고 전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응답자 8명 중 5명, 민주노동당은 응답자 3명 전원이 ‘과거 정권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다. 다만 ‘퇴보했다’거나 ‘오히려 양성평등이 심화됐다’고 답한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한명숙 여성 총리 지명자에 대한 평가도 여야 간 입장이 달랐다. ‘한명숙 총리 지명자가 현 정부에서 책임총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열린우리당 의원은 응답자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비록 야당이지만 민주노동당 의원 응답자 3명 중 2명은 ‘그렇다’, 1명은 ‘능력과 자질은 있으나 현 정부에서는 어렵다’고 답해 한 총리 지명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응답자 8명 중 ‘아직 모르겠다’ 6명, 기타 1명 등 대부분 답변을 유보했다. 이런 흐름은 한 총리 지명자의 당적 문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그래프1 참조).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 비슷했다.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19명 중 15명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그래프2 참조).

    한편 ‘여성 정치인 가운데 차기 정치지도자로 가장 적합한 인물’과 ‘여성 인권 신장에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대권주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부분 박근혜 대표를 지목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차기 정치지도자로 한명숙 총리 지명자와 이미경 의원,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를, 여성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될 만한 대권주자로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과 정동영 의장을 비슷한 비율로 꼽았다.

    설문조사는 현역 여성 의원 41명 가운데 한명숙 총리 지명자와 당 대표로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점을 고려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제외한 39명을 대상으로 했다. 총 응답자는 19명이었고, 당별로는 열린우리당 8명, 한나라당 8명, 민주노동당 3명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 비해 민노당 소속 의원들의 법안 처리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소수 정당이라는 현실적 한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면 법안 발의 건수가 가장 적은 의원은 열린우리당 이미경 의원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단 1건으로, 2005년 6월1일 제안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전부 개정법률안’이 유일하다. 이 의원은 문화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위원장은 조정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준비하던 법안도 다른 의원에게 넘겼다”면서 “1건은 16대 국회 때부터 준비해온 것이기 때문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으로 민주당 이승희 의원(2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3건) 순으로 저조했다.

    한편 한명숙 총리 지명자는 5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모두 보류 상태다.

    김기선미 정책국장은 “과거에 비해 여성 의원들의 관심 범위뿐만 아니라 시각도 무척 넓고 깊어졌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정치적 쟁점에 대해 아직까지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김기 국장은 “여성 의원들이 진정한 정치 활동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파를 떠나 사회적 약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에 맞는 입법 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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