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9

2006.01.17

하루 두 번 그리움 열린다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6-01-16 09: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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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두 번 그리움 열린다

    고즈넉한 궁평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낙조.

    화성8경 중 으뜸으로 치는 궁평항 낙조와 해송 숲이 장관을 이루는 궁평리와, 바닷길이 열려 색다른 볼거리가 있는 제부도. 경기 화성시 서쪽 끝자락에 자리한 궁평리와 제부도는 저마다 독특한 멋을 품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당일 나들이 코스로도 그만이지만 여유를 갖고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호젓한 겨울 바닷가를 산책하며 아름다운 저녁노을도 감상하고 돌아오는 길에 갈대가 어우러진 시화호 습지공원까지 볼 수 있어 마음은 만선 고깃배처럼 풍성해진다.

    화성 여정의 첫걸음은 제부도로 시작하는 게 무난하다. 하루 두 차례씩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는 작지만 낭만이 가득한 섬이다. 갯벌 속에 묻힐 듯 말 듯 바다 한가운데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제부도 시멘트 길은 2.3km.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줄지어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차량행렬 또한 볼 만하다.

    남서쪽 매바위 형상 탄성 저절로

    제부도는 작은 섬답지 않게 볼거리가 많다. 섬으로 들어서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해안선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 길을 택하면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포구를 만날 수 있다.

    제부도 남서쪽 끝에 우뚝 서 있는 매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하늘로 비상하려는 매나 먹이를 노리며 앉아 있는 매의 모습 등 여러 가지 형상을 연출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 밀물 때는 반쯤 잠겨 있지만, 썰물 때는 밑바닥까지 완전히 모습이 드러나 모래밭을 따라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섬을 걸어서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나무 덱으로 만든 해안 산책로는 운치 만점으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다.



    제부도를 돌아본 뒤 느지막한 오후엔 아름다운 ‘궁평 낙조’를 볼 수 있는 궁평항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손바닥만한 물고기들의 배를 갈라 바닷바람에 한가득 말리는 모습에서 어촌의 풍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아담한 어촌마을인 궁평 포구는 어느 때 가도 고즈넉한 항구의 풍경을 엿볼 수 있지만 해 질 무렵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서해의 아늑한 바닷가를 굽어보고 있는 궁평리는 옛날 궁에서 관리하던 땅이 많아 ‘궁평’ 또는 ‘궁들’이라 불렸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정자 위 서해 낙조 풍광 일품

    포구는 작지만 방파제 시설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멋이 풍겨난다. 두 줄기의 긴 방파제가 항구를 감싸듯 늘어서 있는데, 방파제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방파제 안쪽 널찍한 바다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특히 정자가 있는 오른쪽 방파제는 산책을 하며 겨울바다의 낭만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그 멋을 아는 연인들이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꼭 잡고 거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루 두 번 그리움 열린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을 연출하는 매바위.

    바다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자 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바다와 궁평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 풍광이 이색적이다. 해가 뚝 떨어져 바닷물에 입맞춤할 즈음이면 정자 난간 사이로 출렁이는 바닷물도, 푸르스름했던 하늘도 어느새 붉은빛으로 바뀐다.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모습도 유난히 평화로워 보인다.

    궁평항 옆에 자리한 해안유원지에는 100년 묵은 해송 5000여 그루가 가득 들어차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모양새도 멋스럽지만 푸른 솔잎에서 뿜어내는 싱그러운 솔향기가 상큼함을 더해준다.

    인적이 드문 이 넓은 해송 숲에서 눈을 감고 잠시 서 있으면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와 함께 밀려오는 파도소리, 이름 모를 새소리가 어우러진 화음이 들려온다. 도심에선 결코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음미하다 보면 세상 시름도 바닷바람에 모두 쓸려간다.

    ☞ 제부도 & 궁평항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비봉 IC를 나와 우회전-남양(306번 도로)-마도-송산, 사강에서 309번 도로로 진입-궁전회관 앞 갈림길에서 우회전-5km가량 더 가면 제부도 바닷길 어귀. 제부도에서 돌아나와 서신삼거리에서 우회전-309번 도로를 따라 도로 끝까지 들어가면 궁평항이 나온다.

    맛집·갈 곳

    궁평항의 맛

    궁평리의 겨울철 별미는 간재미회무침. 뼈째 썰어 갖은 야채와 함께 빨갛게 버무려 나오는 간재미회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밥에 넣어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궁평항 인근에 있는 대부분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아울러 궁평항 방파제 어귀 간이 포장마차 횟집에서는 조개구이를 비롯해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시화호 갈대 습지공원

    하루 두 번 그리움 열린다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경기 안산과 화성에 걸쳐 있는 시화호. 한때 인근 공단에서 버려진 폐수로 인해 죽음의 호수라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습지로 탈바꿈해 많은 이들의 휴식처로 거듭난 곳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갈대밭의 면적은 무려 30여만 평. 자연과 접하기 어려운 도시민이 손쉽게 자연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소중한 생태 공간이다.

    넓은 갈대밭 사이로 나무 덱 탐방로(1.7km)가 조성되어 이국적인 멋을 풍기는 이곳에선 코앞에서 갈대의 습지 생태를 볼 수 있는 것이 장점. 갈대밭 사이로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해오라기 등 겨울 철새들을 볼 수도 있다. 겨울에는 인적이 드물어 다소 황량한 느낌도 들지만, 싸한 바람을 맞으며 끝없는 갈대밭 사이로 한적하게 거니는 멋이 남다르다.

    공원 어귀에 자리한 환경생태관도 규모는 작지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전시물을 통해 습지의 생태를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다. 특히 맹금류와 족제비, 너구리 등 다양한 동물의 박제가 빼곡하게 들어선 자연생태실에 들어서면 마치 동물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층에는 영상물 상영시설과 망원경이 설치된 전망대가 있어 망원경을 통해 방대한 규모의 갈대밭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동절기 오전 10~오후 4시. 매주 화요일 휴관. 031-400-1440.

    ☞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매송 IC를 빠져나와 직진-지하차도를 지나 반월공단으로 향하다 농어촌연구원 앞에서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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