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2

2005.11.29

조훈현 3년 만에 태극마크 ‘노장 투혼’

조훈현 9단(흑) : 조한승 8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11-28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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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훈현 3년 만에 태극마크 ‘노장 투혼’
    조훈현’ 하면 ‘바둑황제’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각종 국가대항전에서 ‘한국바둑의 영원한 주장’으로 활약하며 우승을 도맡아하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한데, 승부 세계에 영원한 승자 없고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 그거 허튼소리 아니다. 쉰 고개를 넘기던 2002년 이후부터 가장 큰 국가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표팀 선수 명단에서 슬며시 빠지더니 어언 3년째, 이제는 태극마크를 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세월 무상이라 해야 하나.

    국가대항전으로 자리한 강원랜드배는 세계 바둑의 양강인 한국과 중국이 6명씩의 대표선수들을 내보내 연승(連勝)전 방식으로 최강을 가린다. 대회 규모 7억원에 우승상금은 1억5000만원. 강원랜드배 대표선수 선발전 최종 관문에서 만난 조한승 8단은 올해 농심신라면배 대표선발 최종전에서 3년 만에 대표팀 복귀를 꿈꾸던 노장 조훈현 9단을 돌려세운 바로 그 젊은 장수. 근래 이창호 9단에게도 2연승을 거둘 정도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백 로 공격나발을 분 장면. 좌우의 흑 가 매우 위태로워 보이는데, 이때 떨어진 흑1의 모착(帽着)이 조훈현 9단 특유의 ‘속력행마’였다. 이어진 흑5의 강렬한 끊음. 궁지에 몰릴수록 방어보다는 최강의 반격으로 맞서는 조훈현 9단의 기풍이 작렬하고 있다. 흑7에 이르자 곤란해진 건 오히려 백!

    상식적인 진행이라면 흑8까지 흑 를 희생타로 오른쪽 대마가 안정하여 그다지 불만은 없으리. 그러나 이런 밋밋한 타협은 조훈현 사전에 없다. 곤란해진 백은 결국 1 이하로 납작 눌린 채 넘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이 사품에 흑도 14·16으로 살아둔 뒤 재차 18에 끊으니(백은 A의 약점도 남았다), 초반 이 대목에서 백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288수 흑 3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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