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2005.11.22

수영 천재 박태환 한국 스포츠史 바꿔!

체력·기량 ‘쑥쑥’ 자유형 400m 기록 ‘세계정상권’ 2008 베이징올림픽서 메달 획득 기대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younglo54@yahoo.co.kr

    입력2005-11-16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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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 천재 박태환 한국 스포츠史 바꿔!

    3월29일 제주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박태환.

    2004년 8월14일 아테네올림픽 수영 경기가 열린 아쿠아틱센터 야외풀장 화장실, 14세 어린 소년이 보기에 측은할 만큼 소리내 울고 있었다. 아테네올림픽 한국선수단 최연소자인 수영의 박태환이었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수영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경기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해 제대로 물질 한번 못해본 채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도성초등학교 시절 천식을 고치기 위해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었는데,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 나서게 돼 심적으로 부담을 느껴 부정출발이라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당시 키 175cm, 몸무게 58kg의 마른 체격이던 박태환은 이제 고등학생(경기고 1)으로 자랐고, 1년 새 체격도(180cm, 70kg) 부쩍 커졌다. 게다가 기록은 체격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2008년엔 대학 1년생으로 최고 전성기 될 듯

    박태환의 주 종목은 자유형 400m다. 아테네올림픽 출전 당시 박태환은 3분50초대 후반의 기록을 갖고 있었는데, 이 기록으로 부정출발을 하지 않고 레이스를 펼쳤다면 40위권에도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나쁜 성적에 좌절해 수영에 흥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박태환은 3월 제주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3분50초37로, 한규철이 갖고 있던 3분53초55를 3초18이나 단축하여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0월 울산에서 벌어진 제86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신기록을 0.21초 단축하여 3분50초16으로 금메달을 따는 등 자유형 200m와 계영 400m, 계영 800m에서 모두 우승하여 4관왕이 되면서 2만여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최우수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박태환은 11월6일 막을 내린 제4회 마카오 동아시아대회에서는 자유형 400m에서 자신이 불과 한 달 전에 세운 한국기록 3분50초16을 무려 1초45나 단축, 3분48초71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8초대 기록은 세계적인 기록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동독의 우베 선수는 3분46초95로 금메달을 땄고,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선 당시 독립국가연합(CIS)의 우베가 3분45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는 뉴질랜드의 대니언 선수가 지금의 박태환의 기록보다 뒤지는 3분48초9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쥐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개최국 호주의 수영 천재 이언 소프가 3분40초59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야외수영장이라 그런지 그때보다 무려 3초가량 뒤진 3분43초10으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박태환은 수영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을까. 그는 10월 전국체전 자유형 400m에서 3분50초를 기록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3분48초대에 진입했다. 남자 수영의 전성기는 20세 전후, 우리나라 학령으로는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2학년 때다. 그런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면 박태환이 대학교 1학년이다. 그때까지 체격조건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은 틀림없고, 노련미도 생길 것이다. 3분40초대 초반까지 기록이 단축되리란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그러면 한국 스포츠 역사가 바뀌게 될 것이다.

    한국 스포츠계는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마라톤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올림픽 메달을 만져보지 못했다. 양궁, 레슬링, 유도, 태권도, 탁구, 복싱, 역도, 핸드볼 등에서만 금메달을 따오고 있다. 수영과 육상 외의 다른 종목은 행하고 있는 나라는 많아도 메달을 다툴 만한 수준의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은 기초종목이 강하다. 중국은 아테네올림픽에서 배출한 32명의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육상 남자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딴 리후씨앙을 2004년 최우수선수로 선정했고, 일본도 16명의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수영 남자 평영 100m·200m에서 2관왕을 차지한 기타지마 고스케를 최고선수로 선정했었다.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 육상과 수영에서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8강, 즉 A파이널에 세 번 들었다. 수영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400m 개인혼영에 출전한 남유선 선수가 7위를 차지한 게 유일하다. 육상은 84년 LA올림픽에 출전한 김종일 선수가 남자 멀리뛰기에서 A파이널에 올랐고, 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김희선 선수가 여자 높이뛰기에서 A파이널에 올랐다.

    그동안 올림픽 수영은 한국의 머나먼 메달밭

    박태환은 주 종목인 400m뿐만 아니라 자유형 200m와 1500m에서도 가능성을 갖고 있다. 200m는 지난 동아시아대회 계영 800m 영자로 출전해 자신이 갖고 있는 1분50초05의 한국기록을 0.53초 단축한 1분49초52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200m 기록 1분49초는 세계정상권 기록인 1분43~4초대와 차이가 크다. 단거리에 속하는 200m에서 5초 이상 차이 나는 것은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나 1500m는 다르다. 박태환은 동아시아대회 1500m에서 15분00초32로 한국 및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은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딴 중국의 유망주 장린(15분00초27)보다 머리 하나 먼저 들어왔지만 터치 판을 두 번 치는 바람에 간발의 차로 뒤진 것. 유윤겸 수영 대표팀 감독은 “사실 태환이가 이긴 것이다. 방심한 나머지 처음에 터치 판을 잘못 찍어 두 번 시도했다. 분명이 머리 하나 정도 먼저 들어왔다.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 그러나 레이스 운영 능력 등을 볼 때 1500m에서도 꿈의 기록인 14분대 진입은 물론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1500m 15분대 기록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때 조성모가 세운 한국신기록 15분12초32를 12초나 단축한 엄청난 기록이다. 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 기록이 15분00초40(미국의 데이비드)이었고, 그 후 올림픽 금메달 기록은 14분43초~14분56초 사이를 오가고 있다. 따라서 박태환은 400m뿐만 아니라 1500m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수영은 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와 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조오련 선수가 자유형 400m와 1500m 2관왕을 2연패하면서 국제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다. 30여년이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에서 메달 또는 금메달로 한국 스포츠 역사를 바꿔 쓰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박태환의 시험무대는 2006년 12월에 벌어지는 카타르 아시아경기대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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