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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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캠코더폰’이냐”

애니콜 V4400 소비자 삼성전자 고발 … “동영상은 뚝뚝 끊기고 MP3도 엉망, 허위·과장 광고”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8-11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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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캠코더폰’이냐”
    삼성전자가 소비자들에게서 검찰 고발을 당했다.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삼성이 2004년 6월 말 출시한 애니콜 SPH-V4400 휴대전화. 소비자들은 “삼성이 이 제품에 ‘캠코더폰’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일반 캠코더 성능과 동일하다’고 홍보한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CCTV 수준밖에 되지 않는 등 심각한 허위·과장 광고로 20만 구매자를 우롱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운영자 김승민)은 8월8일 오전, 소비자 476명의 피해 진술서를 첨부해 수원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삼성전자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V4400 사용자인 회사원 박창형(23·경기도 안산) 씨는 “75만원이 넘는 최신 휴대전화를 구입하고도 문제가 끊이지 않아 서비스센터를 여섯 번 드나들고 제품 교환도 두 번이나 했다”며 “소비자를 우롱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누구든 나서 바로잡아주었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V4400 기종의 인터넷 사용자 모임인 ‘V4400소비자의힘’(이하 소비자의 힘)(http://cafe.daum.net/

    v4400user)에는 박 씨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회원 55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삼성전자 측의 공식 사과와 피해 보상이다. 전말을 살펴보면 이렇다.

    2004년 6월, 삼성전자는 초특급 모델인 탤런트 권상우 씨를 내세워 V4400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이 때문에 V4400은 일명 ‘권상우폰’으로 불리기도 한다). KTF에만 단독 공급한다는 V4400은 소비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화려한 첨단기능으로 꽉 차 있는 듯했다. 삼성은 ‘200만 화소, 카메라, 캠코더, MP3까지’라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했다. 특히 상세제품설명서에 기재한 것처럼 ‘디지털 캠코더로 사용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품 겉포장과 속포장에 ‘캠코더폰’이라는 용어를 여섯 번이나 인쇄해놓았다. 첨단기능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고, V4400은 고가 제품임에도 출시 4개월 만에 17만대가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소비자 우롱하는 대기업 횡포



    그러나 구매 고객들은 뜻밖의 상황에 부딪혀야 했다. 무엇보다 V4400은 ‘캠코더폰’이 아니었다. 동영상이 자연스러우려면 카메라가 1초당 최소 15장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V4400은 1초당 겨우 3~5장을 찍을 뿐이었다. 자연히 동영상 화면은 마치 CCTV로 촬영한 것처럼 움직임이 똑똑 끊어졌다.

    “이게 무슨 ‘캠코더폰’이냐”

    소비자가 수원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오른쪽)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

    또 다른 문제는 전반적으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 부팅에만도 1분40초 이상이 걸렸다. 특히 ‘멀티팩(KTF의 다운로드 서비스, 게임·메신저·메일·증권시세 등 다양한 기능을 즐길 수 있다)’ 속도는 이전 제품보다 2배 이상 느렸다. 삼성이 내세운 V4400의 강점 중에는 ‘멀티팩 화면을 기존의 작은 크기가 아닌 휴대폰 액정 전체만큼 큰 사이즈로 지원한다(full 화면 멀티팩 지원)’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속도가 워낙 느리다 보니 그런 장점이 제대로 살지 않았다. 물론 상세제품설명서 등 어디에도 왜 멀티팩 속도가 느려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사용자인 회사원 조성호(28·서울 공항동) 씨는 “버튼 하나를 누르면 1초 있다가 ‘ㄱ’이 써지고, 다시 2초 있다가 ‘ㅏ’가 써지는 식”이었다며 “그렇다 보니 요금은 요금대로 늘고 갑갑하기는 또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MP3 기능도 ‘예상 외’였다. 제품설명서에는 원음듣기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똑똑한 휴대폰’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소비자로서는 MP3 기능이 완벽하게 구현돼 있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그러나 실제 V4400의 MP3에는 ‘되감기’ ‘빨리감기’ 등의 기능도 없으며, MP3를 듣던 중 전화가 오면 그냥 끊기고 만다.

    그 외에도 V4400 소비자들은 첨단 휴대전화답지 않은 다양한 버그(오작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소비자의힘’ 사이트에는 오작동 사례 및 서비스센터에서 오류를 바로잡은 사례들이 수백 건 올라 있다. 휴대전화가 그냥 꺼져버린다거나, 내부 기능 충돌로 새로 올린 파일이 엉뚱한 곳에 저장된다거나, MP3로 내려받은 서로 다른 곡 제목이 모두 같게 표시된다거나, 전화가 와도 아예 수신이 되지 않는 등. 배터리를 분리했다 다시 끼운 뒤 재부팅하면 그제야 다시 정상 작동이 되기도 했다.

    조성호 씨 역시 이런저런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10여 차례 방문하고 제품 교환도 두 번이나 받았다. 그러다 결국 구입 6개월 만인 지난 1월 아예 환불을 하고 말았다. 조 씨는 “같은 KTF 가입자인데도 우리 사무실에서 나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건물 옥상에 있는 기지국을 점검해달라고 이동통신사 직원까지 불러봤겠나. 서비스센터에 갈 때마다 수리를 받았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전화가 먹통이 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참다 못해 강력히 항의한 끝에 환불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조 씨는 늘 구입하던 애니콜 브랜드를 ‘포기’하고 다른 회사 제품을 샀다. 앞으로도 삼성 휴대전화를 살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가자 참다 못한 한 사용자가 2004년 10월4일 다음 카페에 ‘소비자의힘’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틀 만에 1000여명의 회원이 모일 만큼 호응이 뜨거웠다. 회원들은 언론사 보도자료 배포, 타 휴대전화 사용자 모임과 연대, 소비자보호원 단체 건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게 무슨 ‘캠코더폰’이냐”

    ‘V4400 소비자의 힘’ 사이트에 사용자들이 올린 버그 및 기구 결함 사례들.

    삼성전자 측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카페 개설 이틀 만에 운영자에게 연락을 하고, 다시 이틀 후 1차 미팅을 했다. 10월22일에는 ‘소비자의힘’ 측 질의에 대한 공식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러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삼성 측은 일단, ‘캠코더폰’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선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멀티팩 속도에 대해서는 “화면이 커진 만큼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2배 가까이 증가해 수행 속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했다. 휴대전화의 전반적 속도 저하 역시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MP3 기능 추가도 어렵다고 했다. 그 외 몇몇 사안들에 대해서는 버그 패치 설치나 ‘차기 버전에서 제공할 것’을 약속했고 그대로 지켰으나 회원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소비자의힘’ 운영자인 정주영(20) 씨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답을 한 데다, 버그 패치 설치를 해도 또 다른 오류가 자꾸 발생했다. 무엇보다 서비스센터를 수차례 방문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소비자들을 몹시 지치게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 측은 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휴대전화 수리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 측은 ‘소비자의힘’이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계속 지적하자, 2004년 11월에야 자사 홈페이지의 V4400 제품설명 중 ‘동영상 촬영’ 부분을 일부 수정했다. ‘디지털 캠코더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설명에 괄호부호를 삽입하고 ‘초당 3~5프레임’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14만명의 소비자가 V4400을 구입한 다음이었고, 홈페이지 문구 수정 외 다른 조처는 전혀 없었다. 멀티팩 속도 등에 대한 추가 설명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다.

    ‘소비자의힘’ 측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목표한 첨단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고 기술적 오류마저 있다면 그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당장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불완전한 제품을 내놓아,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사 비방 법의 심판 ‘오싹한 경고’

    V4400을 지난해 새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전략폰’으로 설정했던 KTF 측은 “문제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서비스를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KTF 고위관계자는 “영업을 하다 보면 일정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마케팅 일정에 따라 서두른 측면은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허위·과장 광고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미리 알았느냐는 말하기 힘든 문제”라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한편 ‘소비자의힘’ 측은 2004년 10월 운영자 개인의 이름으로 소비자보호원 소비자분쟁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V4400 문제를 다루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12월 중순 소비자보호원 측에, ‘(오류) 증상이 재현되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환급 요구는 거절하되 ‘고객만족 차원에서 제품 구입가를 환급하겠다’는 공문을 보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잘못’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위원회 상정은 막는 ‘영리한 길’을 택한 것이다.

    이어 2005년 2월4일에는 ‘소비자의힘’의 공개질의서에 대해 사실상 경고문이랄 수 있는 장문의 ‘답변서’를 보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사이트 운영자를 지목해 “향후 귀하 및 ‘소비자의힘’ 운영자들(당사를 음해하려는 귀하의 배후세력 포함)이 당사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과 같이 당사 제품 및 당사를 비방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및 형사상 명예훼손, 협박,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한 형사고소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여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운영자를 비롯해 20세 안팎의 ‘어린’ 회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의힘’으로서는 등골 오싹한 ‘경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오랜 준비 끝에 검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후속 조치를 취하자 삼성전자 측은 크게 당황한 분위기다. 삼성 측은 “캠코더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아니냐. 출시 당시에는 V4400이 정말 새로운 컨셉트의 휴대전화였다. 제품 마케팅이나 영업상 특정 홍보 카피를 도입할 수 있는 일”이라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삼성 측은 또 “하지만 소비자들의 문제제기가 있기에 잘못을 인정하고 (홈페이지 문구를) 변경했다. 오류 수정을 위해서도 3개월여간 엔지니어들과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제 애니콜 V4400 문제는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에 넘어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분명해 삼성전자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떤 결론이 나든 V4400을 둘러싼 분쟁은 잦은 오작동과 제조사들의 과장 광고에 시달려온 휴대전화 소비자들의 의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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