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3

2005.05.03

40대는 인생의 하프타임

  • 입력2005-04-28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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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76살인 김광석 부장은 102살인 노모의 수발을 드느라 이틀째 결근했다. 간병하던 72살의 아주머니가 힘들다고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79살의 장석우 소장은 석 달 전 건물 관리사무소를 정년퇴직한 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고 있지만 연속해서 퇴짜를 맞는 바람에 풀이 죽어 있다. 80살의 권호경 교수는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책 출간 작업을 하고 있다. 책 출간으로 아내의 병원비를 조달하려면 책이 많이 팔려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 작업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다.’

    2057년 4월 우리나라의 모습을 한번 그려본 것이다. 과연 인간 수명의 끝은 어디일까. 미국 월간지 ‘애틀랜틱’ 최신호는 10년 안에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방안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이토츠그룹의 마쓰이 요시오 혁신기술팀장은 “잘못된 유전자를 교체하고, 질병 예방 유전자를 심는다면 2025년경에는 12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미국 MIT 생물학 교수인 레너드 게렌테 교수는 “최근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150살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 후반전 경제활동 대비할 때

    인간의 수명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났다. 196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체 평균수명은 52살이었다. 그런데 2002년 평균수명은 77살이고, 여성은 이미 80살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에는 전체 평균수명이 81.5살, 2050년에는 83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30대 젊은이라면 특별히 무절제한 생활을 하지 않는 한 100살 전후까지 살 수 있고 40, 50대의 중년도 건강관리만 잘 하면 90살 이상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평균수명의 연장은 직장과 직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30년대까지만 해도 30살까지 직장생활을 하면 은퇴했다.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60살까지는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2020년 무렵이면 70살이 훨씬 넘어서까지 직장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은 자연스럽게 40살을 기준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중요한 것은 전반부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후반부가 몹시 고단하다는 것이다. 경제활동 기간은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길다. 또 후반부는 전반부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평생직장은 없어진 지 오래고, 직업과 직장의 안정성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40대 이후 직장을 떠난 뒤에도 20~30년간 이어질 경제활동을 생각한다면 전반부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벌써부터 40대에 들어서 직장을 잃고 허둥대다 힘든 후반부를 보내는 사람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후반기를 준비하는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병행경력(paraller career)을 쌓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중인생(double life)’-우리나라에서는 투잡스(two jobs)라고 부른다-을 통해서 후반부를 준비하고 있다. 그로 인해 학원은 평생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두 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컨설팅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MBA 과정에 들어가거나 로스쿨에 입학하고, 헤드헌터나 커리어 코치를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전반부에 성공을 거둔 교수나 펀드매니저, 정치인 중에는 아예 사회사업가·사회운동가로 변신하는 사람도 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경우로, 그는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등 자신의 후반부를 사회봉사 활동을 하며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한 케이블TV 사장으로 꼽히는 보브 포드는 자신의 저서에서 40대를 인생의 내리막길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아니라 운동경기에서 전반전을 끝낸 ‘하프타임’으로 해석한다. 그는 “하프타임에 어떤 기획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후반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40대는 제2의 전성기를 위한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40대는 인생의 하프타임

    신 현 만 l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평생직업과 직장을 얻기 위한 노력과 준비는 일찍 할수록 효과가 크다. 20, 30대의 경력관리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면 인생의 후반전은 더욱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40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 아니 이미 50대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지금부터라도 남은 후반전, 최소한 30여년의 경제활동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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