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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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美 비웃듯 우호·협력 강조 北·中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 “초심 잃지 않고 관계 수호·발전”…소식통 “신두만강대교 中이 만들어줘”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 sjkim@ytn.co.k

    입력2016-10-10 15: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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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북한 압박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9월 2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 하원의 맷 새먼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북한 국제금융거래망 차단 법안’을 발의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막으려면 전 세계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국제 대금 지급 체계에서 북한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루 전 미국 정부가 “국제은행간전기통신협회(SWIFT)라는 국제금융거래망에서 북한을 퇴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힌 직후 나온 조치다.

    국제외교가에선 북한과 거래할 경우 SWIFT를 직접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국제금융거래망 차단 법안’ 카드가 초강경 대응 조치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이란식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2년 이란을 제재하고자 이란의 30개 금융기관을 국제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 당시 최대 돈줄이던 석유 수출 결제 수단이 막히자 이란은 결국 대화에 나서 지난해 미국과 핵협상에 서명했다.



    평양과 베이징 오가며 다진 우의

    미국의 이번 조치가 10여 년 전 대북 금융제재처럼 북한을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5년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은행과 BDA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 금융제재를 시행했다. 당시 북한이 받은 고통은 예상외로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란식 제재가 북한에는 통용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이란과 달리 폐쇄적인 경제체제라는 점, 또 교역을 대부분 중국과 하고 있고 대금 결제도 위안화로 이뤄진다는 점 등에서 이란 제재 때와 달리 효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북 금융제재에 이어 미국은 각국에 북한과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단절하거나 격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9월 28일(현지시각)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의회 청문회에서 “세계 각국에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외교·경제적 관계를 격하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9월 25일 현재 75개국이 북한 규탄 성명을 냈고, 일부 국가는 북한과 예정된 회담과 방문을 취소 또는 격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압박에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IAEA는 9월 30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역대 가장 강도 높은 표현이 담긴 북핵 규탄 결의를 168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IAEA는 북한이 최근까지 5차례 진행한 핵실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최종 결정해 발표한 9월 30일.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와 북·중친선협회가 평양 옥류관에서 초대회를 열어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67주년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북·중 주요 인사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리진쥔(李進軍) 주북한 중국대사가 한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리 대사는 “형제인 북한 인민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조선노동당의 지도 아래 각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는 모습을 기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정세 아래에서 중국은 북한과 함께 초심을 잃지 않고 북·중 관계를 잘 수호하고 발전해나가길 원한다”면서 중국의 북·중 관계 방향이 담긴 16자 방침, 즉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를 강조했다.

    바로 하루 전 평양에서는 주북한 중국대사관 측이 주최하는 건국 67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북한은 여기에도 고위급 인사를 대거 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 대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극심한 수해를 본 데 대해 중국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속한 복구와 재난 극복을 희망했다”고 보도했다. 리 대사의 이러한 발언은 9월 중순 ‘사상 최악의 수해에도 북한이 중국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여러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닐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와는 별도로 9월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국무원 주최 국경절 기념행사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참석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시점에 북한이 평양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건국기념일 행사에 모두 참석하고, 중국이 북·중 관계 발전을 강조한 점이 주목된다.

    9월 30일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행사가 열렸다. 북한 나선경제특구의 주요 길목이라 할 신두만강대교 개통식이 바로 그것. 중국 지린성 훈춘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두만강대교의 총 4차로 가운데 2차로의 개통식이 열렸다. 부분 개통한 이유는 공사 도중 2개 차로가 두만강 폭우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개통식에 북측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이유도 두만강 피해 복구 작업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선특구 길목, 신두만강대교 개통

    지린성 한 소식통은 “신두만강대교는 원래 5월 30일 개통 예정이었으나 4개월 정도 지연됐다”고 전했다. 그나마 9월 30일 개통이 가능했던 것도 중국 측이 모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중국 측 구간은  5월 공사가 끝났는데 북측 구간의 공사가 자꾸 늦어지자 답답해하던 중국이 북측 공사 구간까지 모두 맡아서 처리했다고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격이다. 신두만강대교는 북한 나선경제특구를 오가는 물동량을 크게 늘림으로써 북·중 교역의 새로운 거점 노릇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보여주는 우호 협력 관계는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단절하라는 미국 측 요청을 대놓고 비웃는 모양새다. 또한 중국 기업 훙샹(鴻祥)그룹의 불법 대북거래가 폭로된 이후 나온 기대 섞인 전망, 즉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런 가운데 훙샹그룹에 이어 또 다른 중국 기업이 북한과 의심스러운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9월 24일 북한 원산 에어쇼에 등장한 뉴질랜드산 10인승 경비행기가 기폭제였다. 인공기가 새겨진 이 경비행기의 수출이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 경비행기는 이착륙 거리가 짧아 특수부대의 침투용 이동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비행기의 대북 수출은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물품의 수출 금지’라는 대북제재 결의를 어긴 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후 뉴질랜드 정부가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비행기 제작사 측은 지난해 12월 중국 기업에 판 비행기라고 밝혔다. 제작사 측은 또한 “이 비행기는 아직도 중국민항 당국에 등록돼 운용되고 있으며, 북한 에어쇼에 등장한 것은 중국 회사가 벌인 관광홍보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사 측의 설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뉴질랜드 정부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한편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 의장국은 러시아가 맡았다. 안보리 의장국은 15개 회원국이 한 달씩 돌아가며 맡는다. 10월에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신규 제재 결의가 채택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과도하게 옥죄는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어 이번 제재 결의안의 수위 역시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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