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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검찰 “국고 손실 아닌 1억 달러 예산 절감” … 감사원 실적 추구하다 잇단 ‘헛발질’ 따가운 지적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연속적인 검찰의 무혐의 결정으로 과잉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감사원.

전윤철 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계속해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감사원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고발했던 사건이 검찰에서 연속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사원 감사가 과연 공정했는가’ ‘감사원이 실적을 위해 과잉 감사를 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시비도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감사원을 곤란에 빠뜨린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한국항공)의 T-50 사건부터 살펴보자. 2004년 6월18일 감사원은 “한국항공이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이하 록히드)가 담당하기로 한 T-50의 주익(主翼) 생산권을 가져오는 대가로 록히드에 준 8000만 달러는 T-50의 원가에 포함시킬 수 없다. 록히드 입장에서 8000만 달러는 기타소득에 해당하므로 한국항공은 3000만 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원천징수했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항공은 T-50 사업을 하며 1억1000만 달러(8000만 달러+3000만 달러)의 국고 손실을 입힌 혐의가 있다”며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군 중령 투서한장으로 시작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지익상 검사는 “한국항공은 록히드로부터 T-50 주익 생산권을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1억 달러가 넘는 국가 예산 절감 효과를 보았다”는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피고발인 전원에 대해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1억1000만 달러 국고 손실(감사원)과 1억 달러 이상의 예산 절감(검찰)이라는 엄청난 간극. 감사원은 이 간극의 어디쯤에서 비틀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전윤철 원장.

감사원의 T-50 감사는 T-50 개발 당시 한국항공과 함께 이 사업에 참여한 미국 록히드에 주재관으로 가 있던 이모 공군 중령의 투서로 시작되었다. 이 중령은 이 투서를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에 보냈는데, 부방위는 이를 조사하지 않고 감사원으로 이관했다(2003년 11월). 감사원은 이 투서를 근거로 감사에 들어가 한국항공이 국고 손실을 입혔다며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오히려 역전패하고 만 것이다.



감사원의 오판은 T-50 주익 생산권 문제를 살피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무기는 정부 예산으로 개발하므로 그 기술에 대한 소유권은 정부가 갖는다. 한국항공을 비롯한 방산업체는 정부 기술을 사용해 정부가 원하는 무기를 만들어주는 대행업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T-50 사업이 본격 시작되던 97년, 국방부는 FX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어 심각한 예산 압박을 받았다. 때문에 T-50 개발비를 모두 부담하지 못하고 30%는 나중에 갚아준다는 전제하에 업체로 하여금 떠맡게 했다.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한국항공이 생산하는 T-50.

이렇게 해서 한국항공이 17%, 록히드가 13%를 부담하게 됐는데, 록히드 측은 총 개발비의 13%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T-50이 양산에 들어가면 전체 양산비의 20%에 해당하는 사업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로서는 록히드의 협조가 매우 중요했으므로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T-50 양산비의 20%쯤에 해당하는 것이 주익 생산이었으므로 록히드는 T-50 주익 생산권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2002년 T-50 시제 1호기를 만들고 보니 이 비행기의 단가가 너무 비쌌다. T-50의 단가가 높으면 T-50을 구입해야 하는 공군도 예산 압박을 받는다. 이에 공군과 국방부는 어떻게 하면 T-50의 단가를 낮출 수 있는지를 검토하게 됐고, T-50의 주익을 미국(록히드)보다 임금이 싼 한국(한국항공)에서 생산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거라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군은 한국항공을 통해 록히드에 주익 생산권을 넘겨줄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록히드 측은 주익 생산으로 그들이 기대한 수익이 1억1000만 달러니 이를 주면 넘겨주겠다고 했다. 이에 한국항공은 “3100만 달러만 주겠다”고 역제의했다. 이렇게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두 회사는 8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이로써 공군은 94대의 T-50을 생산할 경우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김선일씨 피살·부실 채권도 무혐의

그런데 록히드 주재관이었던 이 중령은 다른 판단을 했다. 그는 처음 한국항공이 제시한 3100만 달러가 적절한 가격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8000만 달러를 준 것은 우리 측의 협상력 부재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부방위에 투서를 한 것인데, 이것이 감사원에 이관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부풀려진 것이다.

록히드가 받은 8000만 달러는 주익 생산을 포기함으로써 받게 된 ‘권리포기 대가’에 해당한다.본래 방산물자 원가는 국방부가 판단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방산물자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이라는 국방부령(令)을 갖고 있다. 이 규칙 제2항 6조 등에는 방산물자의 원가에 포함될 수 있는 항목이 죽 나열돼 있는데, 이 항목 중에 권리포기 대가는 포함돼 있지 않다. 감사원은 바로 이 사실 때문에 ‘한국항공이 록히드에 준 8000만 달러는 T-50의 원가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던 것.

감사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록히드가 받아간 8000만 달러는 복권 수입처럼 근로를 하지 않고 번 돈(불로소득)이므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 세법은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을 제공한 사람이 30% 이상의 고액 세금을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록히드에 8000만 달러의 기타소득을 제공한 한국항공은 원천징수 세금 3000만 달러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라크로 출국하는 감사관들.

이로써 T-50 주익 생산권을 가져옴으로써 1억 달러 이상의 국고를 절감한 한국항공은 외려 1억1000만 달러를 토해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감사원이 이런 결정과 함께 관련자를 고발하자 검찰은 ‘한국항공이 록히드로부터 뇌물을 받고 8000만 달러라는 거액을 권리포기 대가로 준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한국항공의 장부를 압수해 갔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도 뇌물을 준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항공은 록히드에 8000만 달러를 지급할 때 국방부와 기획예산처 등 기타 부서의 유권해석까지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T-50 주익 생산권을 가져온 것은 국가 예산을 절감한 것이 분명하므로 검찰은 지난해 가을부터 내사를 중단하고 올 1월13일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이러한 조치에 한국항공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감사원은 자신의 판단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 같다. 피감기관이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수정하려면 감사원에 재심의 청구 요청을 해야 한다. 재심의 청구가 있으면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재심의를 한 후 최종 판단을 한다. 결국 감사원은 1차 감사도 하고, 2차 감사(재심의)도 독점하는데 지금까지 1차 감사를 뒤집는 결과를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감사원은 절대적으로 신성한 무소불위 기관인가”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감사원의 과잉감사는 여러 부문에 악영향을 끼쳤다. 감사원의 고발이 있기 전 한국항공은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60여대의 T-50을 수출하기 위해 협상을 펼치고 있었다(20억 달러 상당). 마침 아랍에미리트는 록히드로부터 F-16 80대를 구입했는데, 록히드 측이 F-16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기로 T-50 구매를 강력 추천해준 덕분이었다. 그런데 감사원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아랍에미리트는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본 후 협상 재개를 결정하자”며 뒤로 물러앉았다. 또 한국항공은 멕시코를 상대로 T-50의 ‘동생 격’인 초등훈련기 KT-1 24대(1억2000만 달러 상당)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이 협상 또한 검찰 고발로 인해 순연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사이 감사원은 제보를 한 이모 중령을 포상하며 ‘축배’를 들었다.

감사원의 판단이 검찰에 의해 뒤집어진 것은 T-50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이라크에서 납치된 김선일씨가 알 자르카위 세력에 의해 살해되었을 때, 감사원은 김씨를 고용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하고 감사관을 이라크로 보내 현지 조사를 펼쳤다. 이러한 조사는 전문 수사기관이 해야 할 영역임에도 뜻밖에도 감사원이 나섰던 것.

조사를 마친 감사원은 김천호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유기치사(遺棄致死)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내다 버림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김선일씨가 알 자르카위 세력에 납치된 후 김천호씨가 구조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김선일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알 자르카위 세력이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나기주 검사는 김천호씨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T-50 과잉감사는 누가 감사하나

감사원으로부터 고발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

후일담이긴 하지만 당시 이라크로 달려가 현장 조사를 했던 감사관들의 조사는 매우 엉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신변에 불안을 느꼈는지 현지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간 김천호씨가 자신이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증명하기 위해 가나무역의 이라크인 직원을 불러들였을 때 드러났다.

현지로 날아갔던 감사관들은 김선일씨를 구출하기 위해 테러세력을 만났던 이라크인 변호사 등 극소수 인물만 조사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천호씨의 호출로 한국에 온 이라크인 직원들이 국회 증언을 하다 보면 감사관들이 이들을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라크로 갔던 감사관들은 한국에 온 이라크인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 추가 조사를 벌이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오버’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자산공사)의 부실채권 매각사건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99년 5월 자산공사는 대한주택보증이 지불 보증하고 태성주택사업이 발행한 액면가 99억원짜리 부실채권을 미국계 투자회사인 모건 스탠리에 100원에 팔았는데, 2000년 9월 대한주택보증은 모건 스탠리에 88억원을 주고 이 채권을 회수했다. 지난해 자산공사를 감사하게 된 감사원은 이 문제를 지적하며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이 사건을 맡은 대검 중수부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대검 중수부는 왜 무혐의 결정을 내렸을까. 이유는 99년의 자산공사 처지에서는 이 채권을 100원에 매각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자산공사는 이 채권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비록 보증채권이긴 하지만 보증 제공자인 대한주택보증의 지불 능력이 없으므로 무담보 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100원에 넘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책보다는 직무·회계 감사 치중을”

그런데 1년 사이 사정이 180도 바뀌었다. 대한보증보험은 지불능력을 회복했고, 이 채권을 회수해 사업을 재개 필요가 생겼다. 그리하여 모건 스탠리에 88억원을 주고 이 채권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1년 사이 급변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감사원은 1년 후의 상황을 ‘기준점’으로 선택했다. 그래서 88억짜리를 100원에 팔았다며 관계자를 고발했던 것. 그러나 검찰은 99년 시점에서 100원에 판매한 것은 정당한 판단이었다며 자산공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아무튼 자산공사는 부실채권의 미래가치를 잘못 판단함으로써 88억원을 날렸다. 그러나 한국항공은 T-50 주익 생산권을 가져왔을 때 예상되는 미래가치를 정확히 판단해 1억 달러 이상의 국고를 절약시켰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한국항공을 향해 든 매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업자가 사업활동을 하다 교통신호를 위반해 범칙금을 낼 경우, 세법은 이 범칙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8000만 달러는 국방부 규칙에서 인정한 원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항공은 이 돈과 원천징수해야 할 3000만 달러의 세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검찰 판단으로 감사원 판단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검찰은 한국항공 등이 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해준 것이지, 감사원의 판단이 틀렸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는 더욱 분명한 감사원 측의 해명을 듣기 위해 해외출장 중인 전윤철 감사원장을 대신해 김종신 사무총장에게 질의서를 보내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T-50 사건 등은 재심이 끝난 후 이야기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는 법률이나 명령 시책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 중에는 성공을 거둔 것도 있지만 때로는 실패한 것도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실패한 정책이라고 해서 감사원이 모두 처벌한다면 공무원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욕적으로 일하도록 감사를 하려면 감사원은 정책감사가 아닌 직무감사나 회계감사 같은 고유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정책감사에 치중할수록 오히려 감사원은 체면이 깎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28~30)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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