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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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 뮤지컬 … 2004년 다양한 맛과 향기

  • 김경미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4-12-10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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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 뮤지컬 … 2004년 다양한 맛과 향기
    해마다 12월 무용계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을 둘러싼 삼파전이 벌어진다. 어김없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가 전국을 순회하며 호프만의 동화를 발레로 만든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겨울에는 여기에 뮤지컬까지 가세했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연출가 박승걸이 연출한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이 그것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호두까기 인형’ 홍수에 빠졌다고 할 만하다.

    19세기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가 호프만의 환상적 이야기를 발레로 만든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뒤 세계적으로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돼왔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크리스마스 전날 클라라가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이 호두까기 인형이 왕자로 변하고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버전에 따라서는 클라라가 왕자와 결혼하는 장면이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한다. 5월에는 남자 백조들이 춤추는 ‘백조의 호수’로 유명한 안무가 매튜 본의 ‘호두까기 인형’이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됐는데, 고전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그의 작품답게 이 발레는 고아원을 배경으로 삼아 펼쳐졌다.



    똑같은 ‘호두까기 인형’이더라도 상류층의 파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 소매 속 환상여행처럼 안무가나 연출가의 해석에 따라 각각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는 작품들이 풍성한 선물꾸러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정말 호두까기 인형을, 아니 호두까기를 본 적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잘 떠오르질 않는다. 단단하고 둥근 것을 깨야 하니까 일단 재질이 강해야 할 테고, 또 조금은 무거울 것 같다. 예전에 마늘 으깨는 기구를 봤는데, 조금은 흉측하게, 마치 치과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구 같은 모양이었다. 아마 호두까기도 그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호두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려면 말이다.

    물론 호두의 알맹이만 사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단한 것을 깨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알맹이를 골라내 먹는 것이야말로 호두를 제대로 즐기며 먹는 방법이 아닐까. 호두의 단단한 껍데기를 벗기면 우글쭈글 주름 잡힌 알맹이는 얇고 부드러운 또 다른 껍질에 싸여 있다. 호두를 입안에 넣고 맛과 향기를 느끼려면 이 안의 껍질을 다시 벗겨야 한다. 하지만 마침내 호두를 먹고 나면 이 많은 과정의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다. 씹으면 씹을수록 처음의 떫은맛이 사라지고 고소함이 느껴지는데, 그 맛의 변화가 오묘하기 때문이다. 향도 독특하다. 작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고전에 우리의 시각이 투입되어 재창조된 작품은 원작과 맛과 향기가 달라진다. 해마다 조금씩 수정되고 보완되며, 때로는 아예 새로운 옷을 입기도 한다. 그럴 때면 달라진 작품은 과연 어떤 맛과 향기를 지니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2004년 12월, 호프만의 이야기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어우러진 ‘호두까기 인형’은 그렇게 다양한 맛과 향기를 지닌 채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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