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6

2016.09.28

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다국적 맛의 향연이 펼쳐지다

서울 청담동의 새로운 레스토랑들

  •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6-09-26 19: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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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무렵 서울 강남 청담동은 가진 자들의 공간일 뿐이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청담동은 여전히 고즈넉하고 여유롭지만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10년 이후 새로운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으면서 다국적 맛의 경연장으로 조용히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2000년대 후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미국 뉴욕에서 유행한 후 그 여파는 한국에도 빠르게 번졌다. 청담동에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되는 ‘울프강스테이크하우스(Wolfgang Steak House)’도 그 물결을 타고 탄생한 가게다. 이곳은 뉴욕의 대표 식당인 ‘피터 루거(Peter Luger)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40년간 일하다 독립한 볼프강 츠비너(Wolfgang Zwiener)가 한국에 만든 식당이다. 뉴욕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에만 공급되는 마스터 퍼베이어(Master Purveyors)의 USDA 프라임 블랙 앵거스 드라이에이징 고기를 사용한다. 안심과 등심이 뼈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포터 스테이크는 버터 등을 얹은 뒤 구워 강하고 진한 맛이 난다. 스테이크가 가장 원시적인 사냥의 결과물임을 말해준다. 거칠지만 육즙은 고르고 고기 질감도 좋다.

    28일간 숙성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특유의 블루치즈 냄새 같은 숙성향은 덜한 편이지만 맛은 좋다. 근처에는 싱글 몰트 바로 마니아가 자주 찾는 ‘볼트82’가 있고 이곳 2층에는 미국식 스테이크 전문점 ‘볼트82 스테이크’도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만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위스키는 크게 보리 싹인 맥아만 이용한 몰트(Malt) 위스키, 옥수수와 맥아를 혼합해 만든 그레인(Grain) 위스키,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블렌디드(Blended) 위스키로 나뉜다. 국산 위스키는 대개 블렌디드 위스키 원액을 들여와 물과 혼합한 것이었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단식 증류기를 사용하고 피트(Peat)라는 석탄을 태워 맥아를 건조하기 때문에 독특하고 짙은 향이 난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싱글 몰트 위스키도 있는데, 이것으로 위스키를 처음 경험한 사람은 싱글 몰트에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싱글 몰트는 순수하고 깊은 맛과 향을 낸다. 얼음이나 물을 살짝 떨어뜨리면 깊고 진한 향이 코끝을 타고 번진다. 한남동에서 시작한 ‘볼트82’는 싱글 몰트 마니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청담동까지 진출했고 여전히 바는 손님으로 북적인다. 한 잔에 1만~2만 원 하는 싱글 몰트를 천천히 마시며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달라진 음주 풍속도를 보여준다.

    ‘랩트웬티포(LAB24)’는 스타 셰프 시대를 연 에드워드 권이 모던 프렌치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식사는 다섯 가지 아뮈즈부슈로 시작하는데 이는 일본 오츠마미(이자카야에서 술을 시키기 전 나오는 간단한 음식)처럼 그 레스토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음식이다. 담배 모양 연어타르타르의 식감과 안에 들어간 송어알이 잘 어울린다. 달군 조약돌을 통에 넣고 그 위에 빵을 얹은 뒤 뚜껑을 덮어 내는 등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직접 만든 디저트 역시 식사 마무리에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전반적으로 수준이 일정하고 고른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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