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8

2004.11.04

충청권 땅값 30% 폭락하나

충격 여전 정부 움직임 예의 주시, 전화 문의는 쇄도 … 신규 아파트 대규모 미분양 사태 우려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10-29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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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권 땅값 30% 폭락하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난 다음날인 10월22일, 충남 연기군의 한 공인중개사무소가 셔터를 내린 채 ‘사무실 임대’광고를 내걸어 놓았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후 집값, 땅값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지표의 바로미터 구실을 하는 건설 경기 침체 여부 또한 관심거리다. 우선 대전·천안·청주 등 충청권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등 집값의 경우 5% 안팎, 땅값은 3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파트는 최근 1년간 상승폭이 10% 이내 수준이어서 하락 폭이 크지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정부가 충청권 피해 최소화를 위해 행정특별시와 더불어 기업도시, 신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경우 지역 호재가 있는 충청도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벌써부터 신행정수도 건설 명목으로 책정된 122억원을 충청권 개발비로 전용하는 방안 외에, 연기금 등을 통한 충청권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충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충청 지역 신규 아파트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수도권과 광역시 부동산 시장은 이미 붕괴된 상황이라 ‘한국판 뉴딜정책’이 나온다 해도 건설 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따른 건설투자 효과가 41조원에 달할 것이라 추산한 바 있다.

    대전 아직까지 차분 … 공주·연기는 ‘관망세’

    충청권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아파트는 대우·LG·포스코·벽산·계룡 건설 등 21개 업체 1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충남 아산 배방지구에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 측은 “이 지역은 신행정수도 효과 외에도 고속철과 탕정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기업도시 등 호재가 많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결정 뒤 충청권에서 첫 아파트 분양에 나선 LG건설의 천안시 쌍용동 모델하우스도 첫날인 10월22일 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선전’했다. 현지 관계자는 “행정특별시 건설 등 대안이 적극 모색되면서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데다,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 계룡시에 1038가구 분양 계획을 세워둔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솔직히 걱정스럽다.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했다.



    충청권 땅값 30% 폭락하나

    9월 초 문을 연 대전시 가오지구 분양 모델하우스 모습.

    신행정수도 건설을 예상하고 주변 땅을 많이 사둔 중견 건설업체들의 고전도 예상된다. 건설업자인 이모씨는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아산 지역에 땅을 산 업자들이 많다. 아산시가 도시계획 구역 지정을 통해 아파트 건설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피해는 물론 땅을 판 사람들도 업자들의 자금난으로 중도금이나 잔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에 비하면 공공 공사 축소로 인한 피해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듯하다. 한국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행정수도 건설 발주는 7~8년 뒤에나 있을 일이었기 때문에 당장의 타격은 없다. 장기적으로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문제는 있다”고 밝혔다.

    충청권 땅값 30% 폭락하나

    충청권 부동산값이 하락하는 대신 강남 집값이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충청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총체적 폭락 조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공주시 장기면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찾아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화로 ‘얼마에 내놓으면 땅을 팔 수 있겠느냐’ ‘값이 어디까지 떨어질 것 같으냐’는 문의는 많이 온다. 바로 옆 중개업소에는 1400만원이나 되는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나선 투자자도 있다더라”고 했다.

    중개업소 풍경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전시는 차분한 분위기다. 유성지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오익진씨는 “환경이나 편의시설이 좋고, 지하철역도 4개나 들어서 있어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는 않을 듯하다. 노은2지구 분양 때 투기자본이 몰렸다지만 실수요의 10% 정도였고 프리미엄도 8000만원 수준이었다. 평당 800만원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산 지역 또한 흔들림이 적다. 고속철도의 영향으로 주민들 사이에 ‘이미 수도권’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까닭이다. 곧 삼성전자의 대규모 LCD 단지도 들어올 예정이다.

    공주·연기 지역은 ‘관망세’에 가깝다. 심리적 실망감은 크나 정부의 적절한 후속 대책이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치원은 좀 다르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지난여름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프리미엄이 34평 기준 2000만~3000만원까지 형성됐다. 3순위 분양 때 외지 투기 자본이 왕창 몰렸던 거다. 전매까지 허용돼 마구 팔리다가 중간에 금지됐다. 이곳은 행정수도가 아니면 아무 매력도 없는 곳이다. 인구 유출 지역에 세워진 15층 아파트에 누가 와 살겠느냐”고 했다.

    “투기꾼은 이미 수익 올려” … 수도권 반사이익 예상도

    더 큰일이 난 것은 충북 오창, 충남 청양·부여·홍성·논산·보령·서천 지역. 신행정수도 배후지라는 기대감에다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땅값이 지나치게 뛴 것이다. 설사 정부가 대안을 내놓는다 해도 신행정수도 정도의 규모가 아니고서야 개발 효과를 보기 어렵다. 급매물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산시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준호씨는 “진짜 투기꾼들은 단타매수를 통해 이미 수익을 올린 상태”라며 “상투를 잡은 얼뜨기 투기꾼, 중·장기 투자를 노린 일반인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북 청원, 충남 홍성·청양·서산의 경우 지목에 관계없이 값이 2배 이상 치솟은 까닭이다. 김씨는 “거래를 중개했다는 이유로 부동산업자들이 큰 곤욕을 치르게 됐다”고 걱정했다.

    MK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농지가 수용 예정지에 속한 주민 중에는 보상을 예상하고 은행돈을 빌려 주변에 미리 농지를 마련한 사람들도 있다. 매입할 때보다 땅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큰 손해가 염려된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충청권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수도권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스피드뱅크연구소 안명숙 소장은 “아무래도 서울·수도권 주택 시장의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세중코리아 김학원 대표는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고 심리적으로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정도는 될 것이다. 신규 분양에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호재인 것은 맞지만 침체된 시장을 되살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위헌 결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에서는 급매물을 회수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한다.

    한국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가 너무 서둘러 생긴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선 지금쯤 충청 지역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개발’을 호재 삼아 급등한 땅값은 언제고 빠지게 되어 있다. 또 그 거품으로 부양된 경기는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 정상화와 건설업체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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