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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충청 민심 달래기 ‘동상이몽’

우리당, 정책 지원 칼자루 ‘비교적 느긋’ … 한나라당, 주민 반감에 위기의식 ‘대안 찾기 분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여야, 충청 민심 달래기 ‘동상이몽’

여야, 충청 민심 달래기 ‘동상이몽’

한나라당과 헌법재판소를 비난하며 삭발 시위에 나선 충청도민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에선 수시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중앙선대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충청권 표심’은 회의에서 특히 중요한 의제로 다뤄졌다고 한다. 중앙선대위는 여론조사를 통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을 점검하면서 대선 전략을 손질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더 부각해야 한다” “영·호남 대립 극복보다는 분권체계를 정립하는 쪽으로 가는 게 호응도가 높다”는 회의 때 의견은 결국 대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대선에서 “재미를 좀 봤다”. 대선 당시 노후보는 충청권에서 52%를 득표했다. 올 4·15총선에서도 충청권의 기류는 친노(親盧)였다. 오락가락 행보 끝에 한나라당도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당론을 내세웠지만, 행정수도에 대한 ‘저작권’과 탄핵 역풍을 이겨내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은 충청권 24개 의석 가운데 19석을 차지했다.

수도 이전은 2007년 대선 및 2008년 총선과 맞물려 돌아갔다. 또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 이슈는 ‘정략적 표 대결’의 전장에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손에 따라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대권을 잡았듯이 충청권의 표심은 선거 때마다 승부의 주요 분수령이었다. 충청권은 한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 기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대전, 충·남북의 유권자 수는 349만여명으로 전체 유권자 3500만여명의 9.9%. 서울 지역구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대략적으로 출신지역이 호남 26%, 영남 19%, 충청 15%로 추산된다. 충청표가 대선 판세뿐만 아니라 총선에서 박빙의 대결 영상을 띠는 수도권 접전지에서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차기 대선 및 총선에서 영·호남 대결구도가 이어진다면 충청권에서 ‘재미를 본’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 민심은 엇갈린다.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바닥 민심에선 “정부가 단추를 잘못 꿰어 일이 잘못됐다”는 비판론도 읽혀진다. 수도 이전이 무산된 것에 대한 분노는 새삼스럽지 않지만, 책임 소재를 겨냥한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는 종잡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자폭하라” “노무현이 책임져라”는 엇갈린 외침은 향후 표심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다만 ‘수도 이전+선거’ 함수의 이니셔티브는 여전히 우리당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 이전 문제 표심과 직결 … 충청 유권자 9.9%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더라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제 아래 충청권에 대해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집중적 정책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우리당은 충청권 민심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긋한 표정이다.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충청권을 끌어안고 갈 수 있다는 것. 우리당 한 의원은 “우리당과 대통령의 주요 국정과제인 지방분권에 차질을 빚게 된 게 억장이 무너질 뿐 충청권 민심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충청권에 대한 지원은 우리당이 ‘저작권’을 갖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헌재의 결정으로 무산됐지만, 선거에서만큼은 “재미를 또 볼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은 까닭이다. 우리당 한 당직자는 “수도 이전이 기정 사실화됐더라면 기대심리가 충족돼 충청권에서 득을 볼 게 별로 없었다. 그러나 충청권의 허탈감이 고스란히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고, 우려했던 수도권 유권자들의 상대적 상실감도 사라졌다”고 풀이했다.

여야, 충청 민심 달래기 ‘동상이몽’

10월24일 충남 연기군 남면 주민 100여명이 헌재의 위헌 결정 및 한나라당의 수도 이전 반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나라당, 행정타운·기업도시 등 구상 … 민심 충족 여부 미지수

충청권의 분노에 좌고우면하는 것은 오락가락 행태를 보여온 한나라당이다. 당론으로 반대한 적이 없는데도 행정수도 이전을 무산시킨 주역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행정타운 건설’ ‘공공기관의 충청지역 분산 배치’ ‘기업도시 및 경제자유도시 충청권 유치’ 등이 설왕설래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위기 의식을 반영한다. 박근혜 대표가 수도 이전과 관련해 물렁물렁한 행보를 보인 것도 ‘선거 함수’ 탓이었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구애는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추석 직전,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놓으려다 당내 역풍에 밀려 사문화된 ‘수도이전문제 대안연구(안)’가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전 안을 토대로 추가 및 수정 보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도이전대책특위 간사인 최경환 의원은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 방안, 충청권에 대한 대책은 위헌 결정과 무관하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이전대책특위가 작성한 ‘수도이전문제 대안연구(안)’에 따르면 충청권에 과학기술부총리 및 교육부총리 산하 행정 기능을 이전해 ‘행정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대덕밸리를 R&D(기술 개발)특구로 지정해 충청권에 첨단 기업도시를 건설하고 오송 오창지구를 생명산업과학단지로, 충청 서해안권을 물류중심지 및 문화관광벨트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10월24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초안은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2개의 부총리 소속 기관(교육인적자원부 과학기술부)을 이전한다는 계획이 당내 여론 수렴 과정에서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 충남도당의 한 관계자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종합선물세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당이 적극적으로 충청권 끌어안기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지방분권과 수도 이전은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고 했을 만큼 노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이 담긴 정책이다. 그러나 수도 이전 정책이 ‘선거 함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당은 ‘저작권’을 무기로 충청권 표심을 다독거릴 태세고, 한나라당 역시 “충청표를 잡지 못하면 선거에서 진다”는 ‘법칙’을 극복해야 한다. 9.9%를 향한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구애’는 뜨거울 것 같다.





주간동아 458호 (p26~2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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