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0

2004.09.02

시골 정착, 욕심 버리고 ‘행복 사냥’

  • 입력2004-08-27 15:0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골 정착, 욕심 버리고 ‘행복 사냥’
    스코트·헬렌 니어링 부부처럼 살고 싶어하며, 음악과 책과 빵을 좋아하는 김종헌(57)·이형숙(52) 부부는 지난해 7월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홍천 산골로 터전을 옮겼다. 김씨는 억대 연봉을 받는 ㈜비비안의 CEO였지만 미련 없이 사표를 냈고, 아내 이씨는 제과제빵장이며 대학강사.

    두 사람은 그곳에 ‘피스 오브 마인드(Peace of Mind)’라는 북카페 겸 빵집을 차리고 행복 사냥에 나섰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시골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들이 어떻게 과감하게 도시생활의 편리와 이기를 버릴 수 있었을까.

    “욕심과 타성을 버리면 가능해요. 용기보다는 차라리 복이 많아서 이런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이곳에서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이형숙씨)

    “자존심을 지니고 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벼슬에 나갔다가도 때가 되면 스스로 물러날 줄 알았습니다. 저도 명예로운 퇴임의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조화롭고 화목하게 살아가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었습니다.”(김종헌씨)

    이들 부부의 시골생활을 담은 신간 ‘피스 오브 마인드’(동아일보사 펴냄·사진)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나의 훌륭한 교본이 될 수 있는 귀거래사(歸去來辭)다. 김씨의 깊고 담백한 삶의 철학과 이씨의 솔직한 회고담은 읽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주제가 있는 전원카페 만들기 전략은 실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유용할 듯하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김씨가 북카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 독일 지사에 근무할 당시 옛 성을 개조한 북카페에 들렀다가 아이디어를 얻으면서부터. 이후 그는 25년간 조금씩 책과 카페 소품들을 모아나갔다. 그렇게 해서 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에는 고서를 포함한 1만여권의 장서, LP CD DVD 등 5000여장의 음반, 서화 2000여점이 구비돼 있다.

    이화여대 불어교육과를 다닌 이씨는 남편의 부임지인 독일 뒤셀도르프의 유명한 헤라클레스 빵집에서 도제식으로 제과·제빵 기술을 익혔고, 고려대 등에서도 전통떡과 한과 공부를 마쳤다. 요즘엔 틈틈이 대학강의를 나가고 자생 허브를 이용한 제과·제빵과 떡 연구를 하고 있다.

    “시골생활을 하기 전까지 저희 부부는 계속 엇박자로 살았습니다. 제가 독일 미국 홍콩 지사 생활을 할 때 아내는 국내에서 자식들을 키우며 공부를 했고, 제가 고국에서 근무할 때는 아내가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러다 이곳 자연에서 비로소 뜻 맞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씨 부부는 8월27일 자신들의 카페에서 30년 전 약혼식에 참석했던 지인들을 모두 불러 결혼 30주년 기념 파티를 열 계획이다. 느린 템포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들 부부의 늘그막 생활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