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5

2004.07.29

‘허영과 사치’ 눈멀면 망할 수밖에

선지자 이사야 온갖 죄악 남유다 묘사 … 총체적 부패 성 타락 시대 넘어 ‘따끔한 충고’

  • 조성기/ 소설가

    입력2004-07-22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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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과 사치’ 눈멀면 망할 수밖에

    배꼽에 피어싱을 한 모습. 이사야서에 따르면 기원전에도 이미 ‘코걸이’와 피어싱 등 화려한 장신구가 유행했다.

    인간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지을 수 있는 죄에 대해 가장 광범위하고 통렬하게 비판하며 책망한 선지자를 들라고 하면 이사야를 꼽을 수 있다. 이사야라는 이름은 ‘여호와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그는 BC 739년경에 활동하기 시작하여 BC 680년경 남유다 므낫세 왕에 의해 순교를 당했다. 전설에 의하면 므낫세 왕은 이사야의 목을 칼이 아니라 톱으로 켜서 죽였다고 한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이후 이스라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되어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BC 8세기경 주변 지역의 패자가 된 아시리아는 BC 722년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남유다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국운이 위기에 처한 시기에 이사야 선지자는 남유다 백성들의 죄를 지적하면서 여호와 하나님께로 돌아올 것을 권면하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심정이 이사야서 첫머리에 잘 나타나 있다.

    위부터 아래까지 썩은 ‘소돔의 관원’ ‘고모라의 백성’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소는 그 임자를 알고 나귀는 주인의 구유를 알건마는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도다. 슬프다 범죄한 나라요, 허물진 백성이요, 행악의 종자요, 행위가 부패한 자식이로다. 그들이 여호와를 버리며 이스라엘의 거룩한 자를 만홀히 여겨 멀리하고 물러갔도다.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패역하느냐. 온 머리는 병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것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뿐이거늘 그것을 짜며 싸매며 기름으로 유하게 함을 받지 못하였도다.’ 온갖 죄악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매를 더 맞으려고 작정한 자들처럼 더욱 패역한 죄악 가운데로 빠져드는 남유다의 형편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사야는 남유다의 정치 지도자와 관료들을 가리켜 ‘소돔의 관원’이라고 불렀고, 남유다 백성들을 가리켜 ‘고모라의 백성’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나라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썩을 대로 썩었다는 뜻이다.

    남유다의 죄악들을 살펴보면 목록들이 다음과 같다. 첫째, 우상을 숭배하였다. ‘그 땅에는 우상도 가득하므로 그들이 자기 손으로 짓고 자기 손가락으로 만든 것을 공경하며, 천한 자도 절하며 귀한 자도 굴복하오니 그들을 용서하지 마옵소서.’(2:8, 9) 둘째, 재력과 군사력을 의지하며 교만해졌다. ‘그 땅에는 은금이 가득하고 보화가 무한하며, 그 땅에는 마필이 가득하고 병거가 무수하며.’(2:7) 셋째, 지도층 인사들이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다.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독주를 따라가며 밤이 깊도록 머물러 포도주에 취하는 그들은 화 있을진저. 그들이 연회에는 수금과 비파와 소고와 저와 포도주를 갖추었어도 여호와의 행하심을 관심치 아니하며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생각지 아니하는도다.’(5:11, 12) ‘포도주를 마시기에 용감하며 독주를 빚기에 유력한 그들은 화 있을진저.’(5:22) 넷째, 부패한 관료들이 뇌물을 먹고 재판을 공평하게 하지 않고 백성들을 억압하였다. ‘그들은 뇌물로 인하여 악인을 의롭다 하고 의인에게서 그 의를 빼앗는도다.’(5:23) ‘여호와께서 그 백성의 장로들과 방백들을 국문하시되 포도원을 삼킨 자는 너희며 가난한 자에게서 탈취한 물건은 너희 집에 있도다. 어찌하여 너희가 내 백성을 짓밟으며 가난한 자의 얼굴에 맷돌질하느냐.’(3:14, 15) 다섯째, 관료와 부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일삼았다. ‘가옥에 가옥을 더하며 전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서 홀로 거하려 하는 그들은 화 있을진저.’(5:8)

    원래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으로부터 땅을 골고루 분배받았다. 그 땅에서 나는 생산물의 십분의 일을 따로 떼어내 성전을 섬기는 레위인들의 양식을 보태주고 가난한 자와 나그네들을 도왔다. 그런데 부패하고 억압적인 정치로 인하여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허영과 사치’ 눈멀면 망할 수밖에

    몸이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여성들.

    온몸 장신구 치장•피어싱 유행 남 이야기 아닌데…

    관료와 부자들은 지나치게 많은 가옥과 땅을 차지하고, 가난한 자들은 농사 지을 땅도 없어 십일조도 드릴 수 없고 성전에 예물도 바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가난한 자들은 종교적인 행사에서도 소외되고 말았다. 이와 같이 총체적으로 부패한 나라에서는 성적인 타락도 극에 달하게 마련이다. ‘신실하던 성읍이 어찌하여 창기가 되었는고.’(1:21) ‘무녀의 자식, 간음자와 음녀의 씨 너희는 가까이 오라. 너희가 누구를 희롱하느냐 누구를 향하여 입을 크게 벌리며 혀를 내미느냐. 너희는 패역자의 자식, 궤휼의 종류가 아니냐. 너희가 상수리나무 사이, 모든 푸른 나무 아래서 음욕을 피우며 골짜기 가운데 바위 틈에서 자녀를 죽이는도다.’(57:3-5) 무엇보다 이런 시대일수록 여자들의 몸가짐이 요란해지고 음란해진다. 섹시하다는 말을 기분 좋은 칭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사야 선지자는 남유다 여자들의 화려한 장신구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 여자들이 받을 형벌을 예언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또 말씀하시되 시온의 딸들이 교만하여 늘인 목, 정을 통하는 눈으로 다니며 아기죽거려 행하며 발로는 쟁쟁한 소리를 낸다 하시도다. 그러므로 주께서 시온의 딸들의 정수리에 딱지가 생기게 하시며 여호와께서 그들의 하체로 드러나게 하시리라. 주께서 그날에 그들의 장식한 발목걸이와 머리의 망사와 반달 장식과 귀고리와 팔목걸이와 면박과 화관과 발목사슬과 띠와 향합과 호신부와 지환과 코걸이와 예복과 겉옷과 목도리와 손주머니와 손거울과 세마포 옷과 머릿수건과 너울을 제하시리니 그때에 썩은 냄새가 향을 대신하고 노끈이 띠를 대신하고 대머리가 숱한 머리를 대신할 것이며 너희 장정은 칼에, 너희 용사는 전란에 망할 것이며 그 성문은 슬퍼하며 곡할 것이요, 시온은 황무하여 땅에 앉으리라.’(3:16-26)

    ‘아기죽거려 행한다’는 말은 자연스럽게 걷지 않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유혹하는 몸짓으로 걷는다는 뜻이다. 아기죽거리며 행하도록 굽이 높은 하이힐 같은 신들이 개발된 셈인데, 그런 신들은 현대판 전족(纏足) 신발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발로는 쟁쟁한 소리를 낸다’는 말은 걸어갈 때 신발 소리가 요란한 것을 말하기도 하고, 발에 찬 발목걸이나 사슬 장식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코걸이까지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도 몸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는 피어싱이 유행하였던 모양이다.

    ‘허영과 사치’ 눈멀면 망할 수밖에

    이사야서는 사회가 혼란할수록 여성들의 노출과 장식이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이사야가 열거한 여자들의 장신구와 의상, 소지품들은 요즘 말로 하면 이른바 명품에 해당하는 물건들이었다. 이런 물건들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낭비했을까. 여자들의 허영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남자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일을 서슴지 않았고 그 결과 나라 전체가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기강이 해이해지고 말았다. 그런 나라는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장정과 용사들은 칼과 전란에 망하게 마련이다. 전장에 나간 남자들의 전사통지가 날아오므로 성문은 슬픈 곡소리가 끊이지 않게 된다. 결국 남자가 귀하게 되면서 여자들은 결혼 상대자를 찾기 어려워지고 음욕을 피우고 싶어도 대상이 없어 쩔쩔매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날에 일곱 여자가 한 남자를 붙잡고 말하기를 우리가 우리 떡을 먹으며 우리 옷을 입으리니 오직 당신의 이름으로 우리를 칭하게 하여 우리로 수치를 면케 하라 하리라.’(4:1)

    이 시대도 여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각성하지 않으면 집안과 나라가 망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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