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5

2004.07.29

자문위 후보 가운데 대법관 찜?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7-22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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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위 후보 가운데 대법관 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가 7월 16일 이홍훈 제주지법원장, 전수안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시환 변호사,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신임대법관 제청 대상 적격 후보자로 선정했다(위부터 시계방향).

    “모두가 재야나 다름없다.”

    7월16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다음달 퇴임하는 조무제 대법관의 후임 후보를 공식 발표했다. 이홍훈(58ㆍ사시 14회) 제주지법원장, 전수안(51ㆍ사시 18회)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란(48ㆍ사시 20회)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3명과 박시환(51ㆍ사시21회)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재야에서 활동한 인물은 제외됐으나 이들 가운데 무려 3명이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법조계는 놀라움을 표시하며 향후 최종영 대법원장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법조계가 흥분하는 이유는 4명의 후보 모두 재조와 재야를 대표하는 진보 성향의 법조인들이기 때문. 이 제주지법원장은 국가보안법, 세무, 노동산재 등에 대해 진보적 성향을 가진 법관으로 분류되고, 두 명의 여성 후보 역시 법원 서열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더구나 박변호사는 진보적 법관들의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좌장격으로 지난해 사법파동 때 소장파 법관들의 개혁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법복을 벗은 사법 개혁의 상징적 인물.

    이로써 법원 내 서열 파괴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대법관 가운데 가장 사시 기수가 낮은 김용담 대법관(사시 11회)과의 차이가 무려 3년에서 10년까지 나기 때문. 게다가 만일 여성 대법관이라면 후폭풍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너무나 혁신적인 후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의문점은 과연 자문위의 발표를 대법원이 흔쾌히 받아들일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자문위는 법관 3명(변재승 선임대법관, 손지열 법원행정처장, 우성만 창원지법 진주지원장), 법조계 3명(강금실 법무부 장관, 박재승 변협 회장, 송상현 법학교수회 회장), 외부 인사 3명(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장영섭 연합뉴스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 선정을 다수결로 했는지, 아니면 전원 합의에 따른 것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의문이다.



    게다가 자문위는 그야말로 자문기구일 따름이고, 대법관 제청권한은 헌법에 명시된 대법원장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최 대법원장이 자문위 발표를 무시하고 대법관을 제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후보 추천 막판까지도 최 대법원장이 독자 후보를 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소장판사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명권자인 대법원장이 후보를 추천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였다.

    한 중견 법관은 “현직 지방법원장의 대다수인 사시 12회, 13회를 제외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대법원장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자문위 한 관계자는 “이들 후보는 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대법원도 동의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과연 최 대법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법조계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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