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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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주인공에서 만신창이 앙숙으로

  • 김용습 기자/ 스포츠서울 연예부 snoopy@sportsseoul.com

    입력2004-07-16 15: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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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애보 주인공에서 만신창이 앙숙으로
    지루한 싸움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법이다. 1년 9개월간 계속돼온 가수 길은정(43·사진 왼쪽)과 전남편인 가수 편승엽(40) 사이의 법정 공방이 사실상 끝났다.

    7월7일 재판부가 길은정에게 편승엽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7월의 실형을 선고해 편승엽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길은정이 즉각 항소를 해 양측의 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듯했다.

    그러나 9일 오후 편승엽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 길은정에 대한 민·형사상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혀 사태가 일단락되는 쪽으로 급진전했다. 이날 편승엽은 “이 정도면 진실이 규명됐다고 생각한다. 아내와 나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쯤에서 길은정씨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여의 소송 과정에서 상대편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게 밝혀졌다. 길은정씨가 실형을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한 정신과 몸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편승엽 측의 변호사는 “소 취하는 편승엽씨가 단독으로 내린 결정이며 이 과정에서 상대편과 일체의 협의는 없었다. 민사소송은 바로 취하했고, 형사소송은 길은정씨가 항소할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구성되는 대로 바로 취하장을 제출하겠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나타내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이므로 피해자의 의사가 재판에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길은정의 편승엽에 대한 명예훼손에 따른 고소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길은정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편승엽이 ‘순애보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사회에서 매장당할 만큼 파렴치범은 아니라고 본다. 편승엽이 A여인을 성폭행했으며, 일명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길은정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길은정이 편승엽과 그 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었는데도 사과나 합의의 노력이 없는 등 반성의 여지가 없어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측이 합의의 여지를 갖고 있으며 피고인의 암 투병 등 건강상태를 고려해 재판부는 길은정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실형이 선고되는 순간 길은정은 “편승엽에게 사과하란 말이냐. 난 그럴 수 없다”며 10분여 동안 울부짖은 뒤 실신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법정싸움은 지난 2002년 10월 길은정이 “편승엽은 순애보 사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난 정신적, 물질적 학대를 받았다”는 내용의 일기를 인터넷에 연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편승엽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소송과 함께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양측은 10여 차례의 공판을 통해 폭로전을 전개하며 극한적인 감정싸움을 벌여왔다. 두 사람은 1997년 길은정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편승엽이 출연한 일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특히 편승엽은 길은정이 직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결혼식을 올리는 순애보 사랑으로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섰다. 98년 이혼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 사랑해서 이혼한다”고 해 두 사람을 아끼는 사람들한테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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