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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를 싸게” 환경부 고군분투

“경유보다 ‘친환경’ 연료” 경제부처 압박 … 경유차 확산되면 대기오염 심화 불 보듯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LPG를 싸게” 환경부 고군분투

“LPG를 싸게” 환경부 고군분투

LPG 가스를 충전하고 있는 운전자들.

6월13일 부산역 광장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4000여명이 모여 경유 값 인상에 따른 보조금 전액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가 과연 이번에는 ‘선방’할 수 있을까. 2차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환경부가 이번에는 ‘친환경적 개편’의 뜻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0년 1차 개편 당시 정부는 환경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및 경유 대비 LPG 상대가격을 높임으로써 이후 LPG 연료 차량이 궤멸 직전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LPG 연료는 경유 연료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 상대가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최근 들어 레저용 차량(RV)이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연비 등을 고려할 때 경유 연료가 LPG에 비해 가격이 1.5배 이상 높지 않으면 운전자들이 LPG 연료 차를 선택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휘발유(경유)와 LPG에 각각 붙는 교통세와 특별소비세를 개편의 취지에 맞게 조정해 에너지 상대가격을 결정한다.

“경유 승용차 허용 철회 등 강경 대응 검토”

현재 상황에선 이번 2차 개편에서도 환경부의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연구용역 보고서 발표 마감 시한인 6월 말이 다가오면서 이번 연구를 주관하는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가 연구 시한 연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쪽에서는 “재경부가 몇 가지 더 검토할 내용이 있어 연장한다고 하는데, 이는 시간을 끌어 ‘친환경적 개편’을 무산시키려는 저의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이런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정부와 민간단체 간 협의기구인 ‘경유차 환경위원회’에서 경유 승용차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에너지 상대가격을 100(휘발유) : 85(경유) : 50(LPG)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작년 말에 재경부가 에너지 상대가격 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기겠다고 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이런 의심은 특히 재경부가 6월14일 ‘휘발유 경유 LPG 간 적정 상대가격비 결정 안 돼’라는 제목의 해명 자료를 낼 때 절정에 달했다. 이날 연합뉴스가 ‘경유 값 더 올리고 LPG 값 덜 올린다’는 제목으로 “정부 의뢰를 받은 한국조세연구원 등의 연구결과 경유 값은 당초 정부 계획보다 높은 휘발유 대비 85%, LPG 값은 계획보다 낮은 휘발유 대비 50%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자 서둘러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부도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재경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 경제부처 쪽 요구로 환경부가 경유 승용차를 허용해주는 대신, 경제부처 쪽에서는 휘발유 경유 LPG 간 상대가격을 100 : 85 : 50으로 하기로 분명히 합의했다”면서 “이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환경부는 경유 승용차 허용 철회 등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의 이런 ‘강경론’은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만옥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의 약 42%는 자동차 배출가스인데, 특히 서울의 경우 경유 자동차 배출가스가 총 배출량의 85%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LPG를 싸게” 환경부 고군분투

6월13일 부산역 광장에서 화물차 운전기사 4000여명이 모여 경유 값 인상에 따른 보조금 전액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경유차에서 다량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PM)와 질소산화물이다. 경유차에서만 배출되는 PM은 폐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다. 물론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생산되고 있는 RV나 SUV에는 과거의 경유차 엔진에 비해 유해 배출가스와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첨단 커먼레일 엔진이 장착돼 있는 데다, 경유 승용차 허용은 세계적 추세인 만큼 경유차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그 자체로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커먼레일 엔진도 PM이 줄기는 하지만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 경유 승용차 자체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체 유해물질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입장은 절박하다고 할 수 있다. 또 경유 승용차를 허용하는 곳은 경유차 엔진 기술이 발전한 유럽의 경우일 뿐이고, 미국에선 경유차로는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킬 수 없어 경유차가 환영받지 못한다.

환경부의 이런 ‘강경론’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환경부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행 시기만 해도 그렇다. 환경단체나 환경부는 당장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는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경부 김낙회 소비세제과장은 “일단 2000년 상대가격 개편 당시 2006년 7월까지 휘발유 경유 LPG의 상대가격비를 100 : 75 : 60으로 하기로 한 만큼 그 이후부터 개편안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경부 주장대로라면 2006년 100 : 75 : 60에서 바로 다음해에 환경부 안대로 개편하기 힘들기 때문에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을 둬서 2008년 7월1일부터 100 : 85 : 50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경우 경유 승용차가 이미 3년간 판매되고 난 다음이기 때문에 대기오염은 이미 엄청나게 악화된 상태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유값 큰 폭 인상 땐 화물연대 반발

환경부는 2000년 1차 개편에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는 당시 1차 개편안대로 시행할 경우 경유보다 친환경 연료인 LPG 연료 차량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예상돼 대기오염이 심화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부처에서 일단 2년 정도 시행해보고 추이를 봐가면서 다시 논의하기로 해 동의해주었는데, 이후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당시 개편을 주도한 곳은 산업자원부였다. 외환위기 이후 LPG 연료를 사용하는 RV 차량에 대한 수요가 폭증, LPG 수입이 늘어난 데다 LPG 차량을 위한 충전소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LPG 수요 억제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편안 마련에 참여했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당시 개편 목적은 달성했지만, 환경적으로는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당시 확정된 개편안은 2001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5년간 연차적으로 휘발유 및 경유와 LPG에 각각 적용되는 교통세와 특별소비세를 조정, 개편 전 100(휘발유) : 47(경유) : 26(LPG)에서 2006년 7월 100 : 75 : 60이 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6월 현재는 100 : 63 : 45 수준이다. 그러나 개편 이후 LPG 차량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신규 등록 차량에서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3.1%였으나 2001년에는 44.8%로 급증하더니 2002년 47.0%, 2003년 49.8%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경유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올릴 경우 화물연대 등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소속 근로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6월13일에는 부산역 광장에 3000여명이 모여 ‘교섭 촉구 및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 측에 성실 교섭과 교통세 인상에 따른 보조금 전액 지급 등을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태도 등을 지켜본 뒤 운송 거부 등 파업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의미에서 경유차 RV 등을 포함해 경유차 운전기사들의 반발은 ‘조직된 사익(私益)’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대기오염 개선은 조직화되지 않은 대중의 이익에 속한다. 환경단체로부터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0점 수준”이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442호 (p40~42)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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