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55

2016.09.14

건강 특집 | 有名인의 無名 질환 극복법

고요한 살인자, 난소암

발견·진단의 난맥상, 원인 다양해 예방도 어려워…죽음보다 더 두려운 잦은 재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6-09-09 17: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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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소는 여성의 골반 깊은 곳에 자리한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장기다. 암이 상당히 진행되기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있더라도 골반통, 복통, 소화기장애 같은 내과질환이나 빈뇨, 배뇨 곤란 같은 비뇨기질환으로 나타나 쉽게 난소 관련 질환임을 눈치채기 어렵다. 환자의 90%는 난소 기능도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여성호르몬은 난소 내부에서 생성되고 암은 난소 표면에서 발병하기 때문이다. 난소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제일 위험한 ‘상피성 난소암’이 대표적. 의료진이 “상태가 위중한 난소암”이라고 하면 대부분 상피성 난소암을 가리킨다.

    난소 표면에서 발병하다 보니 암이 3~4기로 진행될 때까지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3기는 난소에서 생긴 암이 간, 대장, 소장, 복강 내 림프샘 등으로 전이된 상태를, 4기는 복강과 뇌, 폐, 목 주위 림프샘까지 전이된 상태를 가리킨다. 암이 전신으로 퍼져나갈 쯤에는 골반통, 복통, 소화기 장애, 비정상적인 질 출혈, 불규칙한 월경, 빈뇨, 배뇨 곤란, 오심, 구토 같은 증상이 함께, 또는 따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증상으로 오인되거나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국내 난소암 환자의 60% 이상이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암 진단을 받는다. 1기에서 진단받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1.5%에 불과하다. 가수 양희은이 난소암 말기(4기)에 진단받아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일화는 이 같은 질환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난소암 발병 원인도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법을 찾기도 어려운 편. 각 연구 결과를 조합해 밝힌 발병 요소는 배란 횟수 증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다. 배란의 경우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등 일생에 걸친 배란기가 길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도 쉽지 않다. 정기건강검진 및 산부인과 초음파검사 결과 난소의 이상이 의심되면 영상검사를 하거나 혈액검사, 골반 내진 등을 통해 난소암 검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최종 난소암 진단은 개복 수술 또는 복강경 수술로 난소 종괴를 적출한 후 조직병리검사를 통해 내려진다.



    많은 암이 정복된 지금도 난소암은 정복이 어려운 암으로 악명이 높다. 이는 조기 발견이 힘든 탓도 있지만 높은 재발률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난소암 환자의 생존율은 1기가 92.1%로 매우 높고, 2기는 73.2%이다. 3기 환자의 생존율은 28.3%로 급격히 감소한다. 하지만 1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더라도 재발률은 50~75%로 매우 높다. 실제로 난소암 환자의 50% 이상이 2~3년 내 재발하는데, 이는 난소 구조상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 매우 쉽기 때문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발성 난소암 환자는 ‘죽음’보다 ‘재발’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재발이 꽤 또는 매우 걱정된다’는 환자가 72.7%(복수 응답)로 ‘죽음’(42.6%)보다 1.5배 이상 많았고, ‘전이’(67.8%)가 뒤를 이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질환 특성상 재발률이 높고 증상도 미미해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며 “이 때문에 환자는 수술과 항암 약물 및 방사선 치료를 반복해야 하며, 장기간 항암치료의 주요 목적도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개선에 있다”고 말했다.



    삶의 질 높여줄 항암치료제 등장

    난소암은 잦은 재발로 반복적인 항암치료를 필요로 하는 만큼, 체내에 항암제 독성이 누적돼 환자는 다양한 부작용을 겪는다. 대표적인 것이 손발끝이 저리거나 화끈거리고 따끔함을 느끼는 신경병성 증상과 탈모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재발성 난소암 환자 1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암치료로 인한 심리적, 육체적 고통에 관한 삶의 질 연구’에 따르면 난소암 환자 중 절반(46.1%)에 가까운 환자가 항암치료에 따른 외모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탈모는 환자의 대인관계와 일상생활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환자의 65%는 탈모로 다른 사람과 만남을 꺼렸으며, 77.6%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탈모는 생각보다 환자의 삶을 크게 저하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연구에 의하면, 환자는 재발 횟수와 관계없이 일정 정도 외모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외모에 대한 관심을 묻는 질문에 재발 1회는 6.15점, 재발   2회는 6.38점, 재발 3회 이상은 6.44점을 보였다. 또한 난소암 환자가 가장 많이 겪는 신경병성 증상은 손발 저림 및 따끔거림(83.9%)이었다. 이로 인해 환자 삶의 질도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발 저림이 있는 경우 삶의 질은 10점 만점에 2.75점이지만, 없는 경우는 5.75점으로 높게 조사됐다. 손발 따끔거림도 유사한데, 따끔거림이 있는 경우 10점 만점에 2.89점인 삶의 질이 따끔거림이 없는 경우 5.5점으로 나타났다.

    난공불락 같은 난소암도 조금씩 치료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이제는 환자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환자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항암제 누적 독성. 최신 치료제는 항암제 성분이 체내에서 순환하는 동안 캡슐 형태로 유지돼 독성의 발현을 현저히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특수한 형태의 치료제는 일반 세포가 항암제의 독성에 노출되는 시간을 지연 또는 감소시킨다. 자연스럽게 탈모나 신경병성 증상 같은 부작용의 발현 비율도 줄일 수 있게 된 것.

    이정원 교수는 “탈모, 신경병성 증상과 같이 항암 누적 독성의 부작용으로 증상이 악화돼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있을 만큼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크다”며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의료진에게 적극 알려야 하며 증상이 심한 경우 약제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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