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6

2004.03.18

조순형 강공, 대망론 멍석 깔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3-11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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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오만불손한 대통령을 제자리로 바로잡아야 한다.”

    3월3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던진 경고에는 노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조대표는 이 경고 후 탄핵정국을 여의도에 상륙시켰다. 4일 밤에는 3시간여에 걸쳐 상임중앙위원 및 고문단 연석회의와 의원총회를 주재, 당내 여론을 단일화했다. 5일 아침에는 기자회견을 자청,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대표의 탄핵 명분은 헌정 수호. 노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어기며 헌정을 유린했다는 것. 그러나 논리, 설득력 그 어느 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보였다. 탄핵정국의 끝은 누구나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 조대표의 승부수에 생각보다 동조세력이 많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설익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무리수’라는 한나라당과 당내 이견에 대해 “복안이 있다”고 응수했다. 과연 복안은 무엇일까.

    무욕(無慾)을 강조해온 조대표의 정치 행보에 ‘복선이 깔렸다’는 의혹의 시선이 꽂힌 것은 이 시점. ‘조대표가 다른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이른바 조순형 대망론으로 연결된 것. 대망론은 꽤나 탄탄한 중ㆍ장기 시나리오에 바탕, 설득력을 더한다. 이 시나리오의 1단계는 한·민 공조체제 구축이다. 이를 통해 탄핵정국을 구축, 투쟁에 나서며 결국 탄핵에 성공한다. 그 다음 단계는 조대표를 과도기 대통령으로 옹립하는 것이다. ‘과도 대통령 조순형’은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주도, 이른바 대망론이 완결된다. 개헌에 의한 야권의 권력분점이 이른바 조순형 과도 대통령론의 핵심인 셈. 이 시나리오는 한 언론이 주장한 ‘조순형 대안론’을 발전적으로 해체, 새롭게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조대표는 이런 대망론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최근 사석에서 “대통령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는 말을 했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표현한 말로 풀이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강운태 사무총장은 조대표의 2004년 사주를 “적장의 목을 베는 점괘”라고 말했다. “싸우고 또 싸우고, 그 뒤 다시 싸워 끝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조대표의 2004년 운세”라는 것. 조대표 측근들은 “싸우고 싸워 목을 베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분위기를 다잡는다. 그러나 현실은 원칙주의자 조대표의 이런 구상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은 탄핵론에 소극적으로 대처, 조대표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조대표의 대망론은 첫 단계에서 엉켜버렸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구름 위에 사시는 분”이라며 조대표를 천상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조대표측은 탄핵의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어떤 상황이든 적장의 목을 베는 운세를 타고난 조대표는 움직여야 하고, 그래야만 살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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