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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충격! 한민족 북방史 통째 찬탈 기도

중국 고구려사 편입 동북공정 숨은 속셈 … 3000년 역사 눈뜨고 빼앗길 것인가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충격! 한민족 북방史 통째 찬탈 기도

충격! 한민족 북방史 통째 찬탈 기도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중국이 지린성 지안시에서 발굴해낸 국내성 유적. 국내성은 홀본(일명 졸본)에 이어 고구려가 두 번째로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중국이 발굴해낸 국내성 유적을 국내에 최초로 공개하는 사진이다.

올겨울 한국사회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고구려사 찬탈 사건’일 것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다”라는 주장을 고착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3조원을 투입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진 후 많은 국민과 시민단체는 중국의 ‘중화(中華) 제국주의’를 비판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찬탈 사건을 이슈화한 것은 사학계가 아니라 언론이었다. 중앙일보는 2003년 7월16일 동북공정에 관한 최초의 보도를 내놓았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인 ‘광명일보’ 2003년 6월24일자는 고구려사가 왜 중국사의 일부인지에 대한 중국측의 속셈을 밝힌 ‘고구려 역사 연구의 몇 가지 문제에 관한 시론(원제 試論高句麗歷史硏究的幾個問題)’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기자는 이 시론 전문을 번역해 ‘신동아’ 2003년 9월호에 게재해 중국이 고구려사를 가져가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그리고 2003년 10월12일 방영된 KBS 일요스페셜이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중국측의 속내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고구려 문화유산 정비 3조원 투입

언론이 문제제기를 할 때까지 상당수의 국사학자들은 동북공정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알고 있는 일부 학자들도 이를 사회 문제화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커지자 이들은 “중국이 북한을 제치고 중국에 있는 고구려사 유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는 등 역사학에 한정된 좁은 눈으로만 이를 바라보고, 정부에서 정신문화연구원에 고구려연구센터를 만들겠다고 하자 여기에 참여하기 위한 암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자는 ‘중국이 단지 중국 내 고구려 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해서라면 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라는 가설하에 중국의 진짜 속내를 계속 추적했는데, 그 결과 중국은 705년간 계속된 고구려 역사가 아니라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3000년 북방사를 몽땅 중국 역사에 편입하기 위해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 사학계는 ‘삼국유사’를 근거로 기원전 2333년 단군이 한민족 최초 국가인 고조선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원전 2333년은 국가가 나오기 이전인 신석기시대다. 더구나 삼국유사는 “단군은 1500년간 나라를 다스리다 나이 1908세 때 산신이 됐다”며 단군을 신화 속의 인물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삼국유사가 고조선이 생긴 때로부터 3618년이 지난 후 쓰여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상당수 국내 사학자들은 단군조선의 실재를 선뜻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도 단군조선의 실체를 부정한다.

삼국유사는 이어진 기록에서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린 단군은 기자(箕子)를 조선 임금에 봉한 후 산신이 됐다”고 적어놓았다. 이른바 기자조선을 거론한 것인데 기자가 고조선에 온 시기는 대략 한반도와 만주에서 청동기시대가 시작된 때와 비슷하다.

지금의 한국 국정 국사교과서는 기자조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그러나 기자는 공자의 어록을 정리한 ‘논어’에 은(殷)나라의 현인으로 나온다. ‘상서대전’과 ‘사기’ ‘한서’ 등 중국의 고사서는 은나라를 멸망시킨 주나라 무왕이 기자를 조선 왕에 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대주의로 무장한 이성계의 조선은 기자를 숭배해 평양에 기자묘와 기자사당을 세워 제사까지 지냈다.

때문에 중국측은 “기자조선은 실재했다”며 “기자가 은나라 사람이니 기자조선은 중국 변방 정권 중의 하나였다”라고 주장한다.

“기자조선 중국 변방 정권” 주장

기자조선을 건너뛴 한국의 국정 국사교과서는 위만이 준왕을 쫓아내고 위만조선을 열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중국측의 고사료인 ‘삼국지’에 인용된 ‘위략’에는 “위만에게 쫓겨난 준왕은 기자의 후손이다”라고 돼 있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모든 사료는 위만은 중국의 연(燕)나라에서 왔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중국측은 “중국인인 위만이 중국인인 준왕을 쫓아내고 왕위에 올랐으니 기자조선에 이어 위만조선도 중국 변방 정권 중의 하나다”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국사교과서는 위만조선은 위만의 손자 우거왕 때 한(漢) 무제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고 돼 있다. 한무제는 이 자리에 한사군을 설치했는데, 요즘의 한국 국사교과서는 한사군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국사 교과서에는 한사군이 실려 있었다. 한나라는 중앙에서 직접 다스리는 지역에는 군(郡)을 설치하고 제후가 자치권을 행사하는 곳은 국(國)으로 지정했다. 중국학자들은 “주 무왕이 기자를 조선 왕에 봉한 것은 고조선을 중국의 제후국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한나라 때 군을 설치한 것은 중국의 정식 영토로 편입시켰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한다.

한사군 중의 하나인 현도군에 몇 개의 현(縣)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고구려현’이었다. 중국측은 “고구려현에서 생겨난 종족이 고구려인데, 한나라 이후 중국이 삼국시대와 위진남북조시대라는 대혼란기에 접어든 사이 강성해져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장악했다. 그러다 중국을 통일한 수나라가 고구려와 통일전쟁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그리고 수에 이은 당나라가 마침내 고구려와의 통일전쟁을 성공시켰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중국측은 단순히 고구려사 찬탈이 아니라 고조선 때부터 만주는 중국의 영토였다는 시각에서 고구려를 자기네 변방 정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화 제국주의 신호탄 올랐나

당나라가 망한 후 중국은 5대10국 시대라는 분열기로 접어드는데 이때 한반도에서 고려가 출범했다. 5대10국의 혼란은 송나라의 통일로 정리되지만 송나라는 곧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 여진족의 금나라, 몽골의 원나라와 힘겨운 대치에 들어갔다. 때문에 송나라는 고려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했는데, 이때 5대10국의 역사를 기록한 ‘구오대사’와 ‘신오대사’를 편찬하면서 ‘고려는 고구려를 이었다’고 잘못 기록하게 됐다고 중국학자들은 주장한다. 중국학자들은 한민족은 단군이 아니라 삼한(三韓)에서 비롯돼 백제·신라를 거쳐 고려, 조선으로 이어졌는데, 구오대사 등이 잘못 기록함으로써 중국 변방사인 고구려사가 삼한이 후예인 고려사로 이어졌다고 본다. 또 고려에 이어 등장한 조선이 기자조선의 맥을 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고조선까지 한국 역사로 가져갔다고 보는 것이다.

동북공정이 완성되면 중국은 단군조선의 건국(기원전 2333년)부터 고구려의 멸망(서기 668년)까지 3001년에 걸친 한민족 북방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한다. 발해 멸망 때(926년)까지로 따지면 무려 3259년사를 중국 역사로 가져가게 된다.

지난해 초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연구해온 국내 학자들은 중국측으로부터 “당신의 저작물을 중국어로 번역해도 괜찮겠느냐”는 문의를 받고, 좋은 뜻으로 생각해 흔쾌히 동의해주었다. 그러나 이후 이 문의가 동북공정과 관련된 것임을 알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서 고구려사 연구로 박사를 딴 사람은 14명이지만, 중국에는 한 명도 없다. 연구 성과가 빈약한 중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 학자가 연구한 고구려 발해사까지도 번역해 바로 그들의 역사 자료로 활용하려고 번역을 문의한 것이었다.

한민족 5000년사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북방사를 떼어가려는 중국의 작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쇠락을 거듭한 중국은 청나라의 멸망과 일본과의 전쟁,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내전을 거쳐 100여년 만인 1949년 비로소 통일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은 안정기에 접어들면 수와 당이 고구려를 침공했던 것처럼 주변을 복속하려는 중화 제국주의를 펼친다”며 “지금의 중국이 그런 상태에 도달한 것 같다”고 동북공정을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정신문화연구원에는 고구려사연구센터가 아니라 한국고대사연구센터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우리의 대응법”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420호 (p60~6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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