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19

2004.01.22

흥미진진 ‘음식만화’ 군침 꿀걱

음식 중요성 커지고 대장금 열풍으로 ‘인기 고조’ … 식객·미스터초밥왕 등 꾸준한 판매고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01-15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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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진진 ‘음식만화’ 군침 꿀걱
    설 연휴, TV특선영화도 지겹고 떡국에도 물렸다면 다양한 맛과 삶의 깊이가 담긴 ‘음식만화’는 어떨까. 최근 TV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면서 5, 6종의 어린이만화 ‘대장금’이 나왔고, 전설적인 ‘미스터초밥왕’은 지난해 말 애장판 14권(‘이별의 벚꽃초밥’)과 하드커버에 컬러로 초밥사진을 넣은 ‘양장한정판’이 동시에 나왔다. 85권째를 돌파한 ‘맛의 달인’도 여전히 만화방의 베스트셀러다.

    무엇보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음식만화 ‘식객’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져 ‘미스터초밥왕’에 필적하는 수작으로 꼽힌다. 현재 동아일보에 연재 중이고, 앞서 나온 단행본 5권이 대부분 대형서점 만화 베스트셀러 부문에 올라 있다.

    대원씨아이 오태엽 차장은 “음식은 단일 주제로는 만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음식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소재고 전문인들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에로물로 폄하되던 성인만화에 대한 인식을 많이 바꿔놓았다. 그러나 음식만화엔 연구와 취재가 필요하다. 즉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만화가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장르”라고 아쉬워한다.

    비용 많이 들어 도전 어려운 장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음식만화의 인기는 1980년대 일본 ‘구르메(일종의 미식 취미) 붐’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즉 일본 음식만화에는 100만원이 넘는 희귀 와인이나 비싼 프랑스 메뉴가 줄줄이 나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버블경제’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 경기가 나쁘긴 하지만 한번 올라간 입맛은 ‘좋았던 80년대’를 기억한다. 우리나라도 2000년 이후에 들불처럼 번진 퓨전-프렌치-이탈리안-중국-아시안-궁중식 레스토랑 붐이 최근의 음식만화에 대한 관심을 설명해준다. 동시에 음식만화 자체도 나날이 ‘전문화’하고 있어서 최근 음식만화는 카레, 빵, 프랑스 요리, 라면, 생선 등 한 가지 음식만을 다룬다.



    음식만화의 교훈은 언제나 똑같다. 최고의 음식은 목숨을 걸 만큼 가치 있는 것이며,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사랑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식만화를 보면 그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 한밤중에 ‘라면요리왕’을 보면 라면을 끓여먹어야 직성이 풀리게 되는 것이 음식만화의 진짜 매력이다. 눈과 코, 그리고 혀의 즐거움, 그것이 보통사람들이 음식만화를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닐까.

    흥미진진 ‘음식만화’ 군침 꿀걱
    강추! 음식 만화 18선

    # 식객 (허영만 글/ 그림)

    식재료를 팔고 사는 트럭행상인 성찬은 최고의 재료가 아니면 팔지 않는 장사꾼이자 정성 없는 음식은 먹지 않는 미식가. 그가 음식 맛에 대해 고민하는 장인들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는 것이 줄거리. 우리 입맛에 착 달라붙는 소재, 3년간의 준비기간과 대게의 울진, 과메기의 포항, 고랭지 배추의 태백 등을 직접 누빈 취재뿐 아니라 별도의 음식 취재자를 고용하는 등 보기 드문 ‘투자’도 인정받는다.

    # 미스터초밥왕 (테라사와 다이스케 글/ 그림)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 음식만화의 왕. 거대 초밥기업 사사가 장악한 홋카이도 오타루에서 주인공 쇼타의 아버지는 토모에 초밥집을 겨우 꾸려간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자 쇼타는 초밥의 장인이 되는 긴 여정에 나선다. 초밥에 대한 분석, 조리법 덕분에 신라호텔 요리사 사이에 필독서가 되기도 했는데 ‘초밥왕’의 매력은 역시 권을 더할수록 오버의 극치를 경신해낸 시식의 순간-오르가슴 이상-이다.

    # 맛의 달인 (데츠 카리야·아키라 하나사키 글/ 그림)

    도대체 이 많은 소재를 어떻게 찾는지 경이롭다. 김치, 불고기도 곧잘 등장. 동서신문의 ‘완벽한 메뉴’ 코너를 맡은 지로와 유코가 경쟁지 ‘최고의 메뉴’와 경쟁을 벌인다는 내용. 아버지와 아들의 묘한 경쟁심리를 설정해 드라마가 강하다. 이 만화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맛과 인생의 달인’이라 할 수 있을 듯.

    흥미진진 ‘음식만화’ 군침 꿀걱
    # 짜장면 (박하·김재연 글/ 그림)

    최초의 한국형 요리만화로 허영만이 시작했으나 박하, 김재연이 완성했다.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리얼과 조폭 설기가 우연히 만나 최고의 자장면을 만들겠다고 의기투합한다. 자장면 자체의 ‘미학’보다 중국음식점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더 많다.

    # 대사각하의 요리사 (니시무라 미츠루·히로시 가와스키 글/ 그림)

    도쿄 특급호텔 조리사 코우는 ‘흔한 재료로 마음을 전하는 요리’를 만들겠다며 베트남 주재 일본대사의 주방장을 자원한다. 서방과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베트남 사람들, 잘난 척하는 강대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코우는 음식을 통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정통 프렌치에서 베트남 퓨전,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 화려한 식탁 (후나츠 가즈키 글/ 그림)

    ‘커리(카레)하우스 가네샤’를 중심으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가려는 유이와 그녀를 돕는 카레의 명인 마키토가 매회 새로운 카레를 만들어낸다. 카레의 레서피가 별도로 붙어 있는 것도 장점. 일본 소년 만화 특유의 ‘노출’ 장면이 거슬리기도 하는데, 이것이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 신중화일미 (오가와 에쓰시 글/ 그림)

    ‘청요리’를 완성한 청조 말기를 배경으로 쓰촨성 ‘국하루’의 전 요리장 아들과 제자가 ‘요리장’ 자리를 놓고 음식 대결을 벌인다. ‘대장금’에 등장한 ‘만한전석’의 오리지널, 다른 나라 음식문화를 이렇게 열심히 취재한 작가에게 찬사를.

    # 맛있는 관계 (마키무라 사토루 글/ 그림)

    음식만화로는 드물게 순정물. 몰락한 부잣집 딸 모모에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최고의 음식을 찾기 위해 작은 양식집에서 일을 배운다. 8등신 꽃미남 주방장 오다는 난폭하지만 베일에 싸여 있다. ‘수퍼식도락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농어베사멜소스’ ‘사슴 로즈 누아젯’ 같은 정통 프렌치 만찬이 이어진다.

    # 따끈따끈 베이커리 (하시구치 다카시 글/ 그림)

    일본 최고의 ‘재빵’(재팬+빵)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진 소년 아즈마가 제빵그룹 빵타지아에 입사하여 고수들과 대결을 벌이며 정상을 향해 간다. 바게트빵에서 크루아상, 카스텔라 등 고소한 빵 이야기가 펼쳐진다. ‘초밥왕’에 못지않은 오버-빵을 맛보고 천국에 가버린다-도 볼 만하다.

    # 어시장 삼대째 (나베시마 마사하루·하시모토 미츠오 글/ 그림)

    대기업의 정리해고 업무를 맡은 샐러리맨 준타로는 자신도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의 명물 어시장 츠키지에서 중간도매상을 하는 처가의 가업을 잇기로 한다. 왕초보인 그를 따라 독특한 일본의 생선과 해산물을 맘껏 맛볼 수 있다. ‘쓸데없는 고민은 맛있는 생선을 먹으면 사라진다’는 게 이 만화의 주장.

    # 떠돌이요리명인 (타가와 야스유키 글/ 그림)

    # 셰프-주방장 (츠루기나 메이·가토 다다시 글/ 그림)

    두 만화 모두 떠돌이 명인 요리사가 주인공이다. ‘떠돌이요리명인’은 일본의 전통음식을 다룬 코믹스타일이고, ‘셰프-주방장’은 프랑스 음식을 다룬다. 거액을 받고(물론 마음만 통하면 돈은 문제 되지 않는 것이 고수의 세계), 음식을 한 수 가르치고 배우는 사무라이식 요리사들의 세계.

    # 라면요리왕 (로쿠로 구베·단 가와이 글/ 그림)

    한 상사의 말단 직원인 코헤이는 라면 마니아로 퇴근 후 몰래 포장마차 라면집을 운영하며 ‘라면수행’ 중이다. 일본의 라면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스턴트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맛에 대한 묘사, 코믹한 상황과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 맛 일번지 (준타 아베·요시미 구라타 글/ 그림)

    도쿄 최고의 음식점 주방을 배경으로 조리사들의 우정과 역경을 극복하고 최고가 되려는 노력을 그렸다.

    # 라면짱 (츠키야마 시게루 글/ 그림)

    고지식한 라면집 요리사인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은 불량소년 아들이 특유의 오기와 승부근성으로 전국을 돌며 라면비법을 배워와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는, 다소 전형적인 줄거리.

    # 명가의 술 (아키라 오즈 글/ 그림)

    술을 좋아한다면 강추. 읽다 보면 쌀로 빚은 온갖 술에 취기가 오른다. 카피라이터로서 성공을 앞둔 나츠코는 술도가업을 잇던 오빠가 갑자기 죽자 오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양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1부와 2부가 완결편으로 나와 있다.

    # 아카네 (니시 유미·다나 도시노부 글/ 그림)

    일본의 유명한 ‘요칸’-전통 여관에서 술통 욕조 목욕을 하고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전통 일본음식을 맛본다-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만화. 도쿄 특급 호텔 직원이던 아카네는 아버지가 죽자 고향으로 간다. 에도 시대부터 가업으로 내려오던 양조장을 이어받기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과 호텔 일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카네는 양조장에 작은 여관을 만들어 전통을 잇기로 하지만, 숙부는 사사건건 그녀의 일을 방해한다.

    # 추억을 파는 식당 (니시무라 미츠루·요시카이 간지 글/ 그림)

    평범한 샐러리맨 다이쿠리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죽자 그 맛을 이어가기 위해 사표를 던진다. 반면 퓨전 레스토랑 사장으로 성공한 요리사 형 다이요는 대세에 따라야 한다며 이 식당을 인수하려 한다. 물만두, 크로켓 등 소박한 음식들이 추억과 잘 어우러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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