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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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장훈’ 맹타 재일교포 “시원타”

日 프로야구 한신팀 3번 가네모토 도모아키 … 오사카 民團 응원단까지 만들어 성원

  • 도쿄=조헌주 동아일보 특파원 hanscho@donga.com

    입력2003-08-13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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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장훈’ 맹타 재일교포 “시원타”

    동료와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는 한신 타이거스의 가네모토 선수(오른쪽).

    ‘재일교포의 별’.

    프로야구 열기가 뜨거운 일본. 우승을 향한 ‘매직넘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한신 타이거스 소속 한국계 선수가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막 전부터 예상을 뒤엎고 센트럴 리그 우승을 향해 치닫고 있는 한신 타이거스의 노장, 3번 타자 가네모토 도모아키(金本知憲·35)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로 프로선수 생활 12년째를 맞은 가네모토는 2001년 7월 일본 여성과 결혼하면서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재일교포’는 아닌 셈. 하지만 한국계인 그를 성원하는 것이 재일교포 사회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가 태어나 야구선수 생활을 주로 했던 히로시마 일대와 한신 타이거스의 본거지인 오사카 일대의 재일교포 사회는 특히 그렇다.

    일본 프로야구는 센트럴 리그와 퍼시픽 리그로 이뤄져 있다. 6개의 구단이 각각 소속돼 있는 두 리그 중 단연 인기를 끄는 리그는 센트럴 리그. 이 리그에는 현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팀에서 활약중인 마쓰이 히데키가 뛰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있다. 초호화 선수군을 자랑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항상 리그 우승 후보로 꼽힌다. 내로라하는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들도 한번쯤 유니폼을 입어보고 싶어하는 꿈의 구단이 바로 자이언츠, 거인이다.

    올 시즌 일본 열도의 동쪽, 도쿄를 근거지로 하는 간토(關東) 지역 대표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에 맞선 숙명의 라이벌이 바로 가네모토가 소속된 한신 타이거스 팀이다. 이 팀이 간토 지역에 대해 뿌리깊은 적대감이 있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關西) 지역을 사실상 대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도쿄 사람들이 오사카 방언을 자주 흉내낼 정도로 동서의 말이 판이하고 음식 맛도 크게 다르다. 프로야구계에서 요미우리와 한신이 각각 긴 일본 열도의 동서를 대표해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180cm, 80kg 체격 재일교포 3세

    키 180cm, 몸무게 80kg의 다부진 체격의 가네모토는 올봄 11년간 소속선수로 뛰어온 히로시마 컵스를 떠나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다. 이후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신 돌풍’이 시작됐다. 개막 3연전에서 센트럴 리그 우승 후보 1위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한신 타이거스가 연거푸 꺾은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리그 5, 6위를 맴돌며 팬들을 한숨짓게 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18년 만의 우승? 한신 타이거스가 연승을 거두면서 설마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이 목표가 꿈이 아니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타도 거인’의 깃발을 치켜든 한신팀은 질풍노도처럼 리그 전반 승률 70%를 기록하는 놀라운 상승세를 기록했고 리그 후반에 들어서도 2위 팀과 18게임 정도의 압도적인 차를 벌려놓은 채 부동의 수위를 지키고 있다.

    ‘히로시마 촌놈’ 가네모토가 한신팀으로 이적한 것은 거인 군단 요미우리팀을 꺾어놓고자 하는 프로근성 때문이다. 히로시마에서 부동의 4번 타자였던 그는 늦은 변신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히로시마 컵스팀이 이겨도 환호성을 올리는 것은 히로시마현뿐이다. 그러나 한신 타이거스팀이 이기면 온 일본 열도가 들끓는다.” 맞는 말이다. 일본 열도의 서쪽 절반의 민심을 대표하다시피 한 ‘호랑이’의 맹활약에 온 일본이 들썩거리고 있다. 센트럴 리그 만년 꼴찌팀 한신은 지난해 ‘나고야의 태양’ 선동렬이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던 주니치 드래곤스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호시노 감독 영입 후 첫해 성적은 4위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무려 승률 70%대를 기록하며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신팀이 우승할 경우, 열광적인 한신 팬의 축제 기분 덕택에 일본 내 경제파급 효과가 1조엔(약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금융담당상이 “한신이 살아야 일본 경제가 산다”며 한신의 우승을 기원하고 있겠는가.

    ‘제2 장훈’ 맹타 재일교포 “시원타”

    규슈 오이타의 한신 팬들이 단체 응원을 하기 위해 떠나기 전 한신 타이거스의 상징인 호랑이 모양의 버스 앞에 모여 있다.

    그렇다면 올해 3할대를 오르내리는 타율과 12개의 홈런을 날리며 한신 타이거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네모토는 어떤 선수일까? 사실 가네모토(金本)란 성은 김씨 성을 가진 재일교포들이 여러 가지 사정상 부득이 일본으로 귀화할 때 즐겨 써온 성이다.

    가네모토 선수는 4형제 중 차남이다. 가네모토의 부친은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간부이며 부모 모두 국적이 한국이다. 재일교포 3세에 해당하는 셈이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고교시절에는 통산 20홈런을 기록하며 유망주로 꼽혔다. 대학시절에는 도호쿠복지대학 팀에서 활약했는데 4학년 때인 1991년 전일본대학선수권대회에서 소속팀이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대학을 마치고 다시 히로시마로 돌아왔다.

    18년 만에 한신 우승 꿈 실현?

    “사실 실력도 별 차이가 안 나는데 요미우리팀 유니폼만 입으면 대단한 선수가 된 것처럼 행세하는 풍토가 못마땅했다.” 프로 생활 12년째의 노장은 이런 불만을 풀 팀으로 때마침 ‘타도 거인’의 기치를 치켜든, 호시노 감독이 지휘하는 한신 타이거스를 택했다. 운이 따랐는지 이제는 프로생활 첫 리그 우승, 나아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가네모토의 이적으로 그를 응원해온 히로시마의 재일교포들도 덩달아 자연스럽게 한신 팬으로 ‘이적’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 국적 혹은 북한 국적을 가진 재일교포에게 일본의 프로야구팀 연고지야 무슨 상관이겠는가만, 오사카 민단측은 가네모토의 한신 이적을 반기며 가네모토 응원단까지 구성했다.

    일본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한 사람 가운데 이제까지 가장 유명한 한국계 선수는 장훈이다. 일본식 성 ‘하리모토(張本)’로 일본에서 알려진 그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첫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수위타자를 7회나 한 유일한 선수로 기록돼 있다.

    한국계 선수의 공통점으로는 무엇보다 강인한 파워와 스피드가 꼽힌다. 또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는 정신력, 맹렬한 훈련을 거듭하는 강렬한 투지도 한국계 선수들의 장점이다.

    가네모토의 어머니는 일본의 언론매체에 당당하게 한국인임을 밝히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한국계임을 숨기며 활동하는 이들이 많은 터에 매우 드문 일이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고 해서 가네모토를 비판하는 이도 있다. 그런 까닭에 그를 가리켜‘제2의 장훈’이라고 하면 끝까지 한국 국적을 지킨 장훈 선수와 가네모토를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계에는 가네모토 말고도 귀화한 한국계 선수들이 적지 않다. 한국 야구팬들도 익히 TV를 통해 보아온, ‘성깔 사나운’ H감독, 요미우리팀의 노장 강타자 K, 역시 요미우리의 노장 투수 K 등도 한국계로 알려져 있다.

    일본 생활 13년째인 한 재일교포는 “일본 사회에 차별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국적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귀화 여부에 상관없이 한국계 프로선수들의 활약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성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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