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으로 본 세상

법률혼과 별 차이 없어 상속권은 인정 못 받아

사실혼관계의 법적 권리

  • 남성원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nswwh@lawcm.com

    입력2016-08-12 16: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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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그룹 JYJ 박유천의 동생인 배우 박유환이 사실혼관계 파기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고, 또 모 프로야구 선수와 사실혼관계에 있다는 여성이 그 선수의 외도와 폭행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사실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문의하는 사실혼 관련 상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혼인신고를 해야만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하거나 부부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잖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상속권 문제로 자녀들이 재혼을 반대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노부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혼’이란 남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이라는 혼인관계의 실체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실혼관계가 인정되려면 주관적으로 서로에게 혼인관계를 형성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도 가족질서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는 혼인관계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부부관계를 형성한다는 의사와 단순히 같이 산다는 의사는 다르다. 따라서 단순 동거나 내연관계는 사실혼관계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사실혼관계는 법률혼이 아니므로 법률상 배우자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래서 상대방이 사망했을 때 상속권이 없고, 태어난 자식도 혼인 중 자녀로 인정받지 못하며, 당사자의 친척들 간 인척관계도 형성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법이 사실혼관계라는 실체를 완전히 백안시하는 것은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민법 규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부분은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이혼에 준해 사실혼관계 파기에 따른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사망으로 사실혼관계가 파기된 경우는 재산분할이 인정되지 않는다. 법률혼관계에서는 배우자가 사망하면 재산분할 대신 상속권이 인정되지만, 사실혼관계는 한쪽이 빈손으로 남겨지게 된다. 극히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혼관계에 따른 불안정한 지위를 법률혼으로 공식화할 방법은 없을까. 그것이 바로 사실혼관계존재 확인의 소다. 혼인신고를 원하는 쪽이 사실혼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재판확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 그 판결을 근거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다. 물론 재판에서 승소하려면 주관적, 객관적으로 사실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한 동거를 근거로 사실혼관계를 확인받을 수는 없다. 실제 부부관계로 인식하고 생활하면서도 어느 한쪽이 혼인신고를 거부하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개별 법률도 사실혼관계에 있는 사람을 법률상 배우자와 같이 취급하는 추세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 각종 보험이나 연금관계법령에서도 사실혼관계의 배우자를 법률상 배우자와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다. 혼인신고 여부를 떠나 부부의 연을 맺겠다는 약속은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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