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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개발 물거품 되나

충청남도 외자유치 또 실패 ‘사업 원점’ … 주민들 “장밋빛 청사진 믿고 규제도 참았는데” 허탈

  • 안면도=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안면도 개발 물거품 되나

안면도 개발 물거품 되나

알 나스르의 투자 포기로 안면도 관광단지 개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장밋빛 미래는 모두 어디로 갔는가.

개발 비용 35억 달러, 개발 기간 10년. 지중해를 낀 남부 프랑스풍에 한국의 전통미가 더해진 호텔과 해양박물관, 블록별로 리츠칼튼 MGM(호텔) 타이거우즈파운데이션(골프장) 페들롭(해양박물관) 베뷰 가든·밀란드라(실버타운) 등 전문업체 유치, 종합병원 외국인학교 실버타운을 갖춘 환경친화적 관광·주거단지 건설…. 충청남도 외자유치 업체 알 나스르의 충남 태안군 안면도 ‘에메랄드포인트리조트’ 개발계획의 일부다.

그러나 최근 알 나스르가 투자 포기 의사를 최종 통보하면서 충남도의 안면도 개발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토지의 해외 매각과 환경 파괴 논란 등으로 개발 방법과 주체가 여러 차례 바뀌며 혼선을 거듭해왔던 안면도 국제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89년 이후 재산권 제한 등 불이익

충남도의 외자유치 실패는 심대평 지사가 알 나스르의 소유주인 국제 무기상 아드난 카쇼기와 직접 접촉하는 등 4년을 끌어온 협상이 무의미하게 끝난 것으로, 충남도 행정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겼다. 충남도는 1997년 2월 미국 투자회사 인피니티와도 12억 달러 규모의 안면도 관광개발 협약을 맺은 뒤 일방적으로 파기당한 바 있다. 결국 동일 사업에서 두 번이나 비슷한 형태로 외자유치에 실패한 것이다. 충남도는 외자유치가 무산된 이유에 대해 “9·11테러, 미-이라크 전쟁 등 대외환경 악화와 개발토지 해외 매각 반대, 생태관광 전환 요구 등 국내 여건 변화 등으로 알 나스르가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발사업이 사실상 무산되자 안면도 주민들은 “허탈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안군 안면읍, 고남면 등 안면도 지역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사회단체장 등 113명으로 구성된 안면발전협의회의 문정식 사무국장은 “기대가 컸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충남도가 안면도 관광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것은 14년 전인 1989년이다. 이후 안면도 주민들은 건축 제한 등의 행정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했다. 강옥자 안면도 새마을부녀회장은 “개발 청사진을 철썩같이 믿고 장밋빛 미래를 담보로 인내하며 살아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펜션을 운영하는 박모씨(42)는 “충남도의 말만 믿고 섣불리 투자했다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면발전협의회는 “이번 투자협약 파기는 전적으로 충남도의 정책 수행능력 부재에 기인한 것이므로 그동안 안면도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물질적 손실에 대해 충남도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면도 개발 물거품 되나
주민 김모씨(48)는 “안면도 개발계획이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대선 때마다 당선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왔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지난 대선 때 충남도 계획(150만평)의 3배나 되는 면적에 골프장과 디즈니랜드 등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건 게 대표적인 사례. 태안군의 한 공무원은 “주민들은 심대평 충남지사가 표를 얻기 위해 안면도 주민들을 우롱했다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충남도가 안면도 개발을 위해 외자유치 쪽으로 돌아선 것은 사업성을 이유로 투자 의사를 밝힌 국내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97년엔 인피니티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개발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IMF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인피니티가 협약을 파기해 외자유치는 무산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안면도 개발사업은 2000년 12월 심대평 지사가 프랑스에서 카쇼기와 안면도 투자협정을 체결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외환위기 직후 ‘유행’처럼 번졌던 외자유치 붐을 타고 충남도가 새로운 외국인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을 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카쇼기였던 것. 카쇼기는 86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란-콘트라 스캔들에 관련된 무기거래상으로 유명하다.

안면도 개발 물거품 되나

알 나스르가 제시한 안면도 개발계획 조감도 (왼쪽)와 외자유치 무산 소식으로 활기를 잃은 안면읍사무소.



2002년 9월 안면도 관광지 개발·환경 정책 대토론회에서 알 나스르가 35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알 나스르는 더 이상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고, 조바심이 난 충남도는 “돈이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결국 최근 알 나스르가 투자 포기 의사를 밝혀오면서 두 번째 외자유치 시도도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렇다면 카쇼기측이 투자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충남도 이정훈 투자유치팀장은 “현지 주민들의 참여 요구, 수익금 환원 요구 등이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환경단체가 개발 자체에 반대하거나 생태관광지화 등을 주장해, 한국에 투자해도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대와 무리한 요구가 사업 실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업 전망 불투명’이 투자 철회 이유인 듯

그러나 안면도 주민들은 이런 충남도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개발계획에 적극 찬성했기 때문이다. 안면도 주민들은 “책임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알 나스르가 투자를 철회한 이유는 불투명한 사업 전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알 나스르는 카지노 사업에 관심이 있었다. 또 수익성 보장을 위해 해안선의 독점적 사용권을 요구했다. 그러나 카지노는 국내법상 여러 제한이 따르고, 해안선의 독점적 사용권은 충남도가 거부했다.

알 나스르의 안면도 개발 프로젝트 규모가 지나치게 컸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안면발전협의회는 “외자유치에 의한 일괄 개발 방식보다는 국내외 기업에게 분할해 맡기는 분산 개발 방식을 도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남도가 알 나스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밀어붙였다” “외자유치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에 능력도 없이 추세에 따르다 낭패를 봤다”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오는 상태.

충남도 관계자는 “카쇼기를 만나기 40일 전부터 카쇼기측 대리인을 통해 투자 의향을 타진 했다. 당시엔 원칙론에만 합의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의 경우 주간사를 선정한 다음 이 회사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충남도가 직접 나서 외자유치를 추진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충남도로서는 외자유치 노하우나 능력도 없는 공무원들이 한때의 유행을 좇다 허망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충남도 정남균 관광과장은 “투자 의향을 밝히고 있는 쪽과 다시 협의해서 외자유치를 추진,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다.



주간동아 385호 (p40~42)

안면도=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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