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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광장 | TV 사절, 음반으로 승부

얼굴 없는 가수들 전성시대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얼굴 없는 가수들 전성시대

얼굴 없는 가수들 전성시대

노래는 인기를 얻고 있는데 TV 화면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는 ‘얼굴 없는 가수’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수영, 델리스파이스, 안재모, 클릭B, 김범수, god, 김형중, 쿨, 브라운아이즈, 리치.

이들은 ‘뮤직박스’가 3월 둘째주에 발표한 가요 베스트 10에서 1위부터 10위까지를 차지한 가수들이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가요 10곡을 부른 이 가수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어지간한 가요 팬이라도 얼굴이 떠오르는 가수가 반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적지 않은 가수들이 TV 출연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앨범판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서태지는 아예 한국에 없는 상태다. 이처럼 가요계에는 새 앨범을 내도 TV 출연을 기피하는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가장 철저한 얼굴 없는 가수인 브라운아이즈의 경우 공식무대에 선 일이 단 한 번밖에 없다. 남성 듀오인 이들을 두고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다” “얼굴이 너무 안 생겨서(?) TV 출연을 기피한다”는 등 각종 억측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TV 출연도 하지 않는 데다 가요계가 불황인 상황 속에서도 브라운아이즈의 2집은 7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신비주의 마케팅 등 사연은 다양

‘얼굴 없는 가수’의 원조는 최근 5집을 발표한 조성모다. 조성모는 1집 ‘투 헤븐’을 출시할 당시 가수 대신 뮤직비디오만 대중에게 공개하는 특이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조성모의 신비주의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로 왁스, JK 김동욱, 조PD 등 얼굴 없는 가수들이 줄을 이었다.



얼굴 없는 가수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방송활동을 기피한다. 가장 쉬운 추측은 ‘TV에 나가기에는 너무 못생긴 거 아니냐’는 것. 사실 이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얼굴 없는 가수들은 못생겼다기보다는 노래의 분위기와 얼굴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성모는 1집을 낼 당시 성숙한 발라드곡에 비해 지나치게 앳된 이미지여서 얼굴을 알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또 여린 목소리로 발라드곡을 부른 한 가수는 목소리와 달리 얼굴과 몸매가 ‘근육질’이라서 TV 출연을 피한다는 후문이다.

비스뮤직의 박한별 대표는 ‘TV 화면에서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시청자들은 노래보다도 눈에 보이는 가수의 얼굴이나 몸, 춤 등에 더 쉽게 주목하게 된다’고 말한다. “댄스 가수들은 이 같은 점을 이용해서 보다 화려하고 현란한 댄스를 구사하지만 보여줄 게 없는 발라드 가수는 자신의 얼굴보다 노래에 시청자의 감각이 집중되기를 원하죠. 그래서 발라드 가수들은 차라리 얼굴을 숨기고 라디오나 음반만으로 노래를 알림으로써 ‘내 노래가 이만큼이나 좋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하는 겁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얼굴 없는 가수’ 전략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댄스 가수의 경우 한 번 TV에 출연할 때마다 백댄서 출연료, 안무비, 의상비 등으로 100만~200만원의 비용이 나간다. 솔로 가수가 대부분인 발라드 가수는 비용 부담이 좀 덜한 편이지만 근래는 발라드 가수마다 20~30명에 이르는 ‘현악반주단’을 동반하는 추세여서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그러나 팀엔터테인먼트의 이봉배 이사는 “비용은 얼굴 없는 가수가 오히려 더 든다”고 말했다. “얼굴 없는 가수는 TV라는 위력적인 홍보매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대신 극장 광고, 뮤직비디오, 인터넷 홍보 등에 돈을 들여야 합니다. 또 TV는 단숨에 전국 시청자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반면 얼굴 없는 가수는 홍보에 시간이 많이 들죠. 최소한 비용만 가지고 따지면 얼굴 없는 가수가 쓰는 비용이 더 많을 겁니다.”

TV 프로그램의 열악한 음향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최근 컴백한 록그룹 ‘부활’은 고심 끝에 TV에 출연하기로 결정했지만 설령 출연을 하더라도 라이브로는 노래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음향 시스템 때문. 최소한 10여명의 가수가 한꺼번에 출연하는 TV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가수의 특징과 성향에 맞게 세세하게 음향 시스템을 조절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라이브로 노래를 해도 립싱크만한 효과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이들이 얼굴을 숨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는 “TV 출연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이 숨어 있다. “가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TV 프로그램은 가수의 사생활 위주인 경우가 많죠. 일단 얼굴이 드러나면 개인기 등을 자랑하며 프로그램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발라드 가수가 개그맨처럼 행동하면 가수의 이미지가 망가지기 쉽습니다.” 한 음반 제작자의 말이다.

이러한 사정들 때문에 지난 연말 5집을 내놓은 god를 비롯한 여러 가수들이 TV 출연보다 차라리 라이브 공연에 주력하는 길을 택했다. 공연의 경우는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기업 협찬을 받을 수 있고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는 것. ‘얼굴 없는 가수’들의 득세는 가수에게 노래 외의 다른 ‘장기’를 보여주기를 자꾸 강요하는 TV 가요 프로그램에 대한 조용한 경종인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376호 (p90~91)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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