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7

2002.10.31

봉달이 “나는 아직 우승에 배고프다”

  • 최원창/ 굿데이신문 종합스포츠부 기자 gerrard@hot.co.kr

    입력2002-10-23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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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달이  “나는 아직 우승에 배고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우리에게 뜨거운 열정을 선물했다면 부산아시아경기대회는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대회였다. 여러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선전을 했지만 그중 남자마라톤 2연패를 일궈낸 이봉주(32ㆍ삼성전자)의 활약은 또 한 번 우리를 눈물짓게 했다. 특히 이봉주의 승리는 북한 여자마라톤의 함봉실(28)과 남녀 동반우승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봉봉 남매’의 역주는 분단의 역사를 끝내고 남과 북이 하나 되어 나가야 한다는, 거역할 수 없는 통일의 메시지였다.

    이봉주는 타고난 성실성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아시아경기대회는 상금도 없고 영예도 세계대회나 올림픽 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출전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뺏길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전의를 불태우던 이봉주는 ‘국민 마라토너’다운 멋진 승리를 얻어냈다. 고지식하고 가끔은 답답해 보이지만 이봉주가 돈과 명예만 좇는 대부분의 스포츠 스타와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로 42.195km 풀코스를 28번째 완주해내는 기록을 세웠다.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이 15번째 완주 후에는 기록이 하향세에 들어서며 은퇴를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특히 이봉주는 마라토너로는 치명적인 평발이다. 게다가 잦은 레이스로 ‘달리는 종합병원’이라 불릴 만큼 온갖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특유의 집념으로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왔다. 이봉주의 집념은 그가 경기가 있을 때마다 두르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머리띠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시드니올림픽 때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달려나가던 이봉주의 우직함은 진정한 승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4월 이봉주는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마라톤대회를 제패해 대회 한 달 전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께 눈물의 월계관을 바쳤다. 그리고 1년 뒤인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남북화합의 상징인 월계관을사랑하는 아내 김미순씨에게 바쳤다.

    이봉주는 이제 두 가지 목표를 위해 다시 한번 뛸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는 올 4월 미국의 칼리드 카누치가 세운 2시간5분38초의 세계신기록을 깨는 것이요, 또 하나는 못다 이룬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봉주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기록 도전에 나선다. 그는 “새 기록을 달성해 내년 3월 태어날 2세에게 바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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