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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우리 풍수 | ‘소리꾼의 터’ 순창 적성면 임동마을

기생 이화중선 낳은 ‘매미 명당’

  •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dgkim@core.woosuk.ac.kr

기생 이화중선 낳은 ‘매미 명당’

기생 이화중선 낳은 ‘매미 명당’
일본인 학자 가와무라 미나토는 ‘말하는 꽃, 기생’이란 책에서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쪽인 중국과 한반도로 진출해 일본까지 흘러간 집시에서 기생이 유래했다”는 설을 제기했다. 물론 조선이나 일본의 기생들이 혈통상으로 인도의 집시 후손이란 게 아니라, 집시들이 흘러 들어와 동아시아의 ‘기생문화’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기생은 그 품격이나 자질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시서화(詩書畵)와 가무(歌舞)에 능해 뭇사람으로부터 존경까지 받는 ‘일패(一牌)기생’에서 퇴물 기생인 ‘이패(二牌)기생’, 술집의 작부나 매춘부와 같은 ‘삼패(三牌)기생’, 그리고 여사당패에 이르기까지 기생 나름의 등급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기생 하면 일제시대 최고의 여류 명창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이화중선(李花中仙: 1898~1943)이 떠오른다. 과연 그녀는 어떤 기생이었을까? 이화중선의 성장기에 관해 확실한 자료는 거의 없다. ‘부산 동래에서 태어나 전남 보성 장거리에서 자라다가 남원의 소리꾼에게 처음 시집을 갔다’고도 하고, ‘부산 동래가 고향인 아버지가 보성에서 그녀를 낳은 뒤 남원과 임실 부근으로 옮겨와 생활하였다’는 등 다양한 설만 나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화중선이 시집에서 도망쳐 나와 순창 적성면 임동마을에 살고 있던 장덕진에게 소리를 배웠다는 사실이다. 적성면 사무소에 보관된 장덕진의 호적에 그녀가 첩으로 올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앞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증언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여든 살이 넘은 이 마을 노인들은 자신들이 대여섯 살 무렵에 “화중선이 이곳에서 살면서 다른 무리들과 앞산을 돌며 북과 장구에 맞춰 소리를 하는가 하면, 마을 입구 꾸지나무에다 줄을 매고 그 패거리들이 줄타기를 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아마도 임동마을에서 장덕진에게 소리를 배운 후 한양으로 올라가 명성을 떨친 듯하며, 대략 1920년대 초반의 일인 듯하다.

이화중선이 살면서 소리를 익혔던 적성면 임동마을은 풍수적으로 어떤 터일까? 풍수학자 최창조씨(전 서울대 교수)는 “좋은 땅 나쁜 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어떤 용도로 그 땅에 의지하는 것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밝혀내는 것”을 풍수라 정의한 바 있다. 말하자면 학교 터로 적합한 땅이 있고, 절터로 적합한 땅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임동마을은 과연 어떤 터이기에 당골네와 소리꾼의 터가 되었을까? 이곳의 행정구역명은 한자음 그대로 숲마을(林洞)이다. 특히 임동은 세 뜸(‘뜸’은 마을의 작은 단위)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치 나무에 달라붙어 있는 매미 형상 같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그 시끄러웠던 매미 소리’를 앞마을에서 듣고 살아왔던 양병인씨(전 면장) 역시 이곳 터가 매미터라고 말한다.

매미는 한철 멋드러지게 장사하는 곤충이다. 여름 한철 마음껏 울다가 곧 사라진다. 그러한 땅 기운 탓인지 이곳은 당골네와 소리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고 나가면 또 들어오고, 배워서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이화중선도 그러한 매미 명당의 기운을 받고 날아간 숱한 매미 중 한 마리였다.

8·15 광복 이후에도 이곳은 당골네와 소리꾼들의 소리로 새벽까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매미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1996년 전국 판소리 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복남씨(현재는 순창읍 거주)가 마지막으로 이 마을을 떠난 후, 현재는 빈집 두 채만 덩그러니 놓여 마당에는 잡초만 우거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은 떠났지만 땅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아마 매미터 명당의 지기(地氣)를 다시 회복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다시 날아들 매미들을 위해.



주간동아 349호 (p87~87)

< 김두규/ 우석대 교수 >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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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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