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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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총리서리, ‘여야 넘나든 마당발’

이회창 후보 동생 주도 사교클럽 ‘석유모임’ 가입 … 한나라 “인준 청문회는 별개”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0-01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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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총리서리, ‘여야 넘나든 마당발’
    장대환 총리서리 부부의 ‘부동산 목록’은 다채롭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임야 991평,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 임야 638평, 전북 김제시 옥산동 논 675평, 충남 당진군 송악면 임야 1600평,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2채, 서울 성북구 안암동 5가 건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 경기 가평군 별장 등이 두 사람 명의로 돼 있다.

    이는 장 총리서리 부부가 지난 20여년 동안 틈나는 대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매입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엔 ‘묻지마 투기 붐’이 일던 곳(전북 김제, 충남 당진 등)도 있다. 현재 장 총리서리 부부의 부동산 대부분은 매입 당시보다 가격이 크게 뛰어 결과적으로 재산 축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장상씨에 이어 장대환 총리서리도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검증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장 총리서리는 자신의 부동산 목록 중 유독 한 가지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빠뜨려 주목을 끌었다. 이는 부동산 문제가 아닌 인간관계, 대외 활동과 연관되는 대목이다.

    장 총리서리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473의 19 일대 대지 120여 평을 재산신고 하면서 그곳에 세워져 있는 21평 크기의 별장 건축물은 누락했다. 총리실은 “행정착오”라고 뒤늦게 밝혔지만 의문이 해소될 정도로 충분한 해명은 아니었다.

    이 별장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동생인 회성씨,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등 12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었다. 현 정권 실세들과의 친분이 총리 발탁 배경이라는 소문이 제기되고 있는 장대환 총리서리가 현 정권과 ‘대척점’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 특히 이회성씨와도 지근 거리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재계·학계 등 유명 인사들 다수 포함

    별장의 공동소유주 중 한 명인 곽상경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전언에 따르면 장 총리서리와 이회성씨는 20여년째 이어져 온 ‘석유모임(혹은 석유학회)’이라는 친목모임의 멤버로 함께 활동해 왔으며, 별장은 석유모임 소속 회원 12명이 공동 구입한 것이다.

    석유모임의 현 멤버는 장 총리서리, 이회성씨,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 윤수길 에쓰오일 상임고문,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 안종상 전 데이컴인터내셔널 사장, 서효중 전 유공 사장, 김창호 전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공사 사장, 고왕인 전 한양대 교수, 이석홍씨(중소기업체 대표), 곽교수 등이라고 한다.

    석유모임은 지난 80년 석유파동 때 이회성씨, 조갑제 사장, 곽교수, 조교수 등이 석유문제 연구를 위해 사적으로 조직한 것으로, 이후 회원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개인적 친분유지 목적의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장 총리서리가 이 모임에 가입한 것은 89~90년경. 곽교수는 “91년 친목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장 총리서리 등 회원들이 1인당 수백만원씩 공동 투자해 별장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석유모임은 최근까지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저녁 모임을 열었으며, 사교클럽으로 알려진 서울클럽을 회합 장소로 주로 이용해 왔다고 한다. 20여년간 정기 모임이 지속되어 왔고 별장까지 공동 구매했다는 점에서 석유모임은 멤버들간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 총리서리(52년생)와 이회성씨(45년생)는 경기고 동문으로 미국에서 경제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석유모임 멤버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 총리서리와 이회성씨는 석유모임 자리에서 몇 차례 만나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곽교수는 “장 총리서리의 경우 출석률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석유모임은 여야를 넘나든 장 총리서리의 인맥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하다. 장 총리서리는 사교 활동도 ‘전방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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