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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칼럼

권력에 항거한 고 안경희 여사 1주기

  • < 여영무 / 언론인 >

권력에 항거한 고 안경희 여사 1주기

권력에 항거한 고 안경희 여사 1주기
한국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에 오르던 날은 5000년 역사상 가장 기쁜 날이었다. 10대와 20대 중심의 ‘붉은 악마’들은 DJ식 햇볕정책의 독주로 훼손되었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되찾아주었다. 월드컵은 잘못된 햇볕정책과 개혁 명분의 독점이 빚었던 갖가지 분열과 갈등, 이념혼란을 국민적 일체감으로 승화시켰다.

지난 4년 반 동안 DJ 정치의 ‘중심고리’였던 햇볕정책과 부패척결의 ‘개혁독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DJ 정치의 특징은 독선과 오기, 편집증적 옹고집, 나르시즘과 심통, 지역편중주의와 측근정치 일변도, 친(親)김정일, 권력의 사물화, 마녀사냥식 앙갚음, 도덕 불감증과 ‘권력살인’등이다.

지난해 이맘때 당시 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 여사의 죽음은 DJ식 언론개혁과 군사작전식 초강도 표적 세무조사가 저지른 ‘권력살인’이나 다름없다. 142일간이라는 사상 최장의 불공정 세무조사와 800억원대의 짜맞추기식 추징금 부과는 권력의 언론사 고사(枯死) 의도 외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자유언론 제단에 바친 ‘숭고한 뜻’ 헤아려야

이는 바로 대한민국 건국이념을 훼손하고 친북 일변도의 잘못된 햇볕정책을 비판한 동아일보에 대한 DJ식 잔혹한 앙갚음이고 자유언론의 말살 행위였다. 정도세정으로 세금을 많이 거둬 통일자금으로 사용하겠다면서 합법을 가장한 징세칼을 휘둘렀던 안정남 전 국세청장이 떳떳하다면 왜 외국으로 야반도주 했는가.



작년 7월 초 심야 안경희 여사는 “빌어라. 그렇지 않으면 동아일보도 회장도 다 죽는다”는 협박전화를 두 번씩이나 K대 H교수로부터 받고 견딜 수 없는 심적 충격을 받았다. 그 전화는 당시 청와대 고위당국자 지시에 따른 것이었고 안여사는 10여일 후인 7월14일 이 협박에 항거, 비극적 방법으로 생을 마쳤다. 김병관 전 명예회장 역시 지난 1월14일 1심 재판 최후 진술에서 권력으로부터의 협박전화가 안여사의 죽음을 초래했음을 암시하면서 그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도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군 화도읍 금남리 고인 묘소에서 열린 안여사 1주기 추모식 및 추모비 제막식 추모사에서 안여사는 권력의 집요한 횡포를 견디지 못해 동아일보를 대신해 유명을 달리한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고인의 친구인 정영희씨는 추도사에서 “고인의 일평생은 동아일보를 위한 기도와 헌신이 전부였다”고 울먹였다. 안여사의 죽음은 권력의 잔인한 협박과 핍박에 의한 ‘권력살인’인 것이다.

안여사가 돌아갔던 작년 그때 천둥이 울리면서 폭우가 쏟아졌고 1주기 추모식 날에도 금남리 산소에는 비가 쏟아져 안여사의 눈물인 듯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했다. 한 가문의 종부로서 권력도 정치도 경영도 몰랐던 안여사는 평소 몸에 밴 검소한 생활로 가사에만 전념해 왔다. 93년 동아일보가 석간에서 조간으로 바뀔 때 절에서 3천배를 할 만큼 안여사의 동아일보에 대한 사랑은 극진했다. 결국 그는 권력이 빚은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하고 생명처럼 아끼던 동아일보를 위해 살신성인한 것이다.

안여사 1주기를 맞은 지금 언론 재갈 물리기와 ‘민중언론’ 실현을 위해 광기 어린 군사작전식 표적 세무조사를 벌였던 DJ정권은 일가족 및 친인척들의 부정비리와 실패한 햇볕정책의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언론 세무조사는 온 나라를 4분5열, 갈기갈기 찢어놓고 언론사 생명줄기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 외에 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안여사는 극락에서도 뼈아팠던 불공정 표적 세무조사 뒤처리의 향방을 지켜볼 것이다. “한 사랑으로 동아일보 아껴오신 님/ 어둠 속에 빛 더하고 스러졌으니/ 그 넋 자유언론으로 영원하리라”는 추모비에 새겨진 글귀가 안여사의 숭고한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렸을까.



주간동아 344호 (p92~92)

< 여영무 / 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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