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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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핸 16 숫자와 인연이 깊네”

  • < 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입력2004-10-14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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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핸 16 숫자와 인연이 깊네”
    “임오년 숫자가 16이니 16강 아니겠소?”

    자타가 공인하는 주역의 1인자인 대산(大山) 김석진옹(75). 그간 언론과의 공개 접촉을 꺼리던 김옹이 6월7일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초청으로 모처럼 주역 강연을 가졌다. 구한말부터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주역 스승(이달)에 대한 에피소드와 한국의 기인(奇人) 달사(達士)들과 나눈 신비스러운 체험담이 구수하게 흘러나왔다.

    강연회를 마친 후 한담을 나누던 자리에서 한 대학원생이 느닷없이 물었다. “선생님, 우리나라 축구팀이 16강에 들 수 있을까요?” 그 자리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 질문이었지만 동석한 교수진과 학생들 모두 김옹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김옹은 망설임 없이 “올해가 임오년(壬午年) 아니오. 당연히 16수를 의미하지 않겠소” 하고 말했다. 천간(天干)의 ‘임’은 아홉 번째 수에 해당하고 지지(地支)의 ‘오’는 일곱 번째 수에 해당하므로 둘을 합치면 16수다. 즉 임오년 자체가 16수이므로 그 상(象)을 취해보면 주최국에서 벌어지는 우리 축구팀의 성적과 연관된다는 ‘역리적’ 해석이다.

    내친김에 김옹은 월드컵 얘기를 더 꺼냈다. 한국과 폴란드가 경기를 펼치던 6월4일 저녁, 김옹은 노구를 이끌고 서울 동숭동 흥사단에서 16년째 해오는 주역 강의를 위해 대학로에 갔다가 엄청난 인파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 겨우 강의실에 도착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날 예정된 강의 주제는 주역 64괘 중 ‘풍수환괘’였는데, 민심이 떠나고 사람들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강의를 하면서 대학로를 보니 마음이 흩어졌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열렬히 한국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보입디다. 나는 ‘한국팀이 이길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예측했지요.”



    그러면서 김옹은 한국팀이 16강에 들지 못할 경우 겨우 다잡은 민심이 또다시 파편처럼 갈라질까 걱정하는 말도 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잔치는 단순히 스포츠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응집력, 나아가 우리 국운으로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 팀의 월드컵 승리 기원에 관한 한 속세와 거리를 둔 도인이나 중생 모두 한마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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