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2

2002.02.14

안정남 前 장관 동생 특혜 “없었던 일로”

무안공항 골재납품 독점계약 무산 … 형 물러난 뒤 여건 달라져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1-15 1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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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남 前 장관 동생 특혜 “없었던 일로”
    안정남씨가 건설교통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의 동생에게 제공되었던 골재납품 독점사업이 ‘없었던 일’이 됐다. 이를 두고 요즘 목포 건설업계에선 “세상 ‘인심’이 다 그렇지 않느냐”는 촌평이 나온다. “형이 각종 의혹으로 실세 자리에서 밀려난 후 동생의 처지도 급전직하, 특혜 누리는 것은 고사하고 서러움마저 톡톡히 보는 것 같다”는 얘기다.

    지난 2001년 6월 안 전 장관의 동생 창남씨가 경영하는 대양산업개발은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공사장에 투입되는 40만㎥의 골재를 전량 공급하기로 금호산업과 독점계약을 맺었다. 무안국제공항 공사는 3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된 국책사업.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주간동아’는 당시 안정남 국세청장 동생에 대한 특혜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공항 공사에서 골재납품을 한 업체에 몰아준 전례가 없다는 점 △타 골재업체엔 수의계약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 △공사 현장에 인접한 골재업체들을 놔두고 38km나 떨어진 대양과 독점 계약했다는 점 △골재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안씨가 골재회사를 설립하자마자 대형 납품계약을 성사시킨 점 등이 보도의 근거였다. 이 보도는 안 전 장관 동생의 또 다른 특혜의혹, 대치동 부동산 투기의혹과 함께 한동안 정국의 이슈로 떠올랐다가 결국 지난해 9월 안 전 장관이 사퇴하는 직접적 계기로 작용했다.

    최근 ‘주간동아’는 당시의 골재 계약 관계자들을 다시 접촉해 이후 상황을 들어봤다. 결론적으로 대양의 골재 독점납품은 당초 계약내용과 달리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양측은 현재 골재납품 독점권을 포기하고 남은 분량의 절반만 납품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부터 금호산업은 골재를 대신 납품해줄 업체를 찾고 있다. 안창남씨는 “주변에서 ‘우리가 다 해먹는다’고 특혜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산업 관계자는 “대양이 납품하는 골재에 대해 우리가 가격 책정과 결제 시기를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고 밝혔다. 막상 골재납품을 개시하자 안씨는 “가격을 이렇게 낮게 책정하면 어떻게 하느냐” “결제대금 지급을 왜 빨리 안 해주느냐”며 금호산업에 자주 항의했다고 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안씨는 이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다. 납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안씨가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골재업체 부장은 “비정상적이었던 일이 이제야 정상적으로 되어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많은 물량이 일시 투입되는 활주로 공사의 특성상 여러 골재업체들이 나눠 맡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무안공항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직한 A씨는 “대양의 독점납품 과정에서 상당히 난처한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시간대별로 정리한다면 안정남씨 동생 특혜의혹의 전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정남씨가 국세청장 재직 때 그의 동생은 골재 독점납품 계약을 따냄→ 그러나 실제로 골재 납품이 이뤄지면서 공사 현장에서 독점납품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 이 무렵 안정남씨 공직에서 사퇴→ 금호산업이 안씨의 동생에게 엄격한 조건을 내걸기 시작→ 안씨의 동생은 결국 독점권을 스스로 포기’.

    그러나 금호산업과 대양측은 “대양이 독점권을 포기한 것은 안정남씨의 장관직 사퇴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주장한다. 금호산업측은 “독점계약 자체도 특혜가 아닌 정상적 계약이었고 계약 내용대로 안씨에게 요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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