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9

2000.08.31

칠순 잔치를 재즈판에서

  • 입력2005-10-11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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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순 잔치를 재즈판에서
    9월5일 한국 재즈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이 열린다. 재즈 1세대 최세진씨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80여명의 재즈 아티스트가 총출동하는 ‘최세진과 함께하는 코리아 재즈 올스타 2000’이 기획된 것이다.

    평생 재즈 외길만을 걸어온 드러머 최세진씨는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재즈를 배웠다. 1947년 고(故) 김정구씨의 눈에 띄어 김정구악단 드러머로 정식 데뷔했고, 1953년에는 박춘석 빅 밴드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현 스카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스윙시대 최고 히트곡 ‘Sing Sing Sing’을 연주해 일약 스타가 됐다. 그 후 미8군 쇼밴드와 국일관 등 여러 클럽에서 연주활동을 계속했다.

    최세진씨가 인생의 분기점으로 꼽는 것은 1963년 4월18일 홍콩 힐튼호텔 볼룸에서 펼친 재즈공연이다. 당시 그는 미국 재즈가수의 반주자였는데 ‘Love For Sale’이란 곡을 연주하자 이를 지켜보던 텔로니어스 몽크가 최씨에게 한마디 던졌다. “당신은 왜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가?” 몽크라면 비밥의 창시자요, 그 무렵 한창 뜨고 있던 미국 최고의 재즈 뮤지션 아닌가. 그런데도 즉석에서 협연요청을 받은 몽크는 곧바로 피아노 앞에 앉더니 최세진씨 팀과 한판 연주를 펼쳤다.

    몽크의 따끔한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최씨는 이후로 어떤 곡이든 외워서 완전히 소화한 다음 연주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도 멋으로만 재즈를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존경받는 연주인이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 후 1978년, 작고한 길옥윤씨와 역시 재즈 1세대인 김수열 최선배 류복성 정성조씨가 의기투합해 ‘한국재즈협회’를 발족하자 사람 좋은 그가 초대 회장직을 맡았다. 지속적인 라이브 공연을 통해 한국재즈를 발전시키는 한편, 3년간 계속 불우이웃돕기 자선연주회를 펼친 것은 지금도 흐뭇한 기억으로 남는다. 현재 서울재즈아카데미 강사로 후진을 양성하며 청담동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최세진 쿼텟을 이끌고 있다.



    9월5일 공연은 단순한 최세진씨의 고희 축하연이 아니다. 사실상 한국 재즈 50년사를 총정리하는 무대. 김수열 최선배 정성조 신관웅 박성연 임희숙 김준 장우 류복성 이정식 등 한국재즈 1세대로 불리는 간판급 연주인들이 동시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고, 여기에 양준호 정말로 웅산 김현정 등 최세진씨의 제자나 후배들이 총출동해 한국재즈 50년을 자축할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서울재즈아카데미의 김홍탁 원장이 영상자료를 보여주며 한국재즈 역사를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공연의 대미는 80여명의 출연자 전원이 무대에 올라 펼치는 잼세션. 동덕여대 합창단과 임희숙씨의 보컬을 중심으로 한 ‘Take The ‘A’ Train’이란 곡으로 절정의 무대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일시: 9월5일 오후 8시/ 장소: LG아트센터/ 문의: 02-514-3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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