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3

2000.05.11

김택수-김조순 커플 ‘호된 신고식’

  • 입력2005-11-01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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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수-김조순 커플 ‘호된 신고식’
    3월말 한 스포츠신문 1면 머릿기사로 남자탁구선수 김택수(30·대우증권)와 미녀 양궁선수 김조순(25)의 결혼 소식이 대서특필됐다. 김택수는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세계 최강 공링후이와 류궈량(이상 중국)을 잇따라 꺾고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한국 탁구의 대들보. 김조순은 ‘96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시드니올림픽 2관왕이 유력시되는 기대주였다. 인물이 인물인 까닭에 이 둘의 결혼은 체육계에 큰 화제가 됐다. 둘은 9월 시드니올림픽에 나란히 출전한 뒤 결혼한다고 발표했다.

    스포츠의 세계는 감동적인 승패와 함께 이같은 사람냄새가 나는 장외 휴먼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김택수-김조순의 결혼과 이를 취재한 스포츠담당 K기자에 얽힌 얘기에선 일반인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스포츠세계의 또다른 면이 읽힌다.

    K기자는 이 기사가 나오기 두 달 전인 올해 초에 둘의 열애 사실을 알았다. K기자는 공교롭게도 탁구와 양궁을 모두 맡고 있는 탓에 곧 완벽한 취재와 사실확인이 이어졌다. 특종은 모든 기자들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 올 가을 결혼날짜까지 정한 두 커플의 얘기는 스포츠신문의 1면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어 K기자는 더욱 기사에 욕심이 났다.

    하지만 인간적인 고민이 생겼다. 취재과정에서 평소 친한 김택수로부터 ‘예비신부 김조순이 양궁인생이 걸린 올림픽선발전을 치르고 있다. 올림픽선발전이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 K기자는 고민 끝에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양궁은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이고 특히 집안이 어려운 김조순에게는 결혼도 결혼이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가장으로서 대표선발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다. 두 달이 넘게 유지되던 비밀은 다른 루트를 통해 취재하던 경쟁지 기자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K기자는 경쟁지 1면 머릿기사로 ‘두들겨 맞았고’ 회사에 경위서까지 써야 했다. 김택수와 김조순 예비부부는 해당기자에게 인간적으로 몸둘 바를 몰라했다.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혼기사가 난 뒤 김조순은 수많은 곳으로부터 인터뷰 제의와 축하인사를 받았다. 종목 특성상 심리적인 영향이 작은 김택수는 상관없었지만 김조순은 흔들리고 말았다.

    이 때문이었을까. 결국 강력한 국가대표 후보였던 김조순은 4월 중순 열린 2차 대표선발전(양궁은 올림픽금메달보다 한국대표로 선발되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대표선발전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8차까지 진행된다)에서 탈락했다. 그녀는 그렇게 원하던 시드니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예비부부와 K기자는 술을 한 잔 기울였다.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자리였다.

    “가슴이 아픕니다. ‘물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보람이 없습니다. ‘낙종’하는 한이 있더라도 둘이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결혼할 때 축하해 줄게요.”(K기자)

    “기자님 성원을 받으니 든든합니다. 내년 세계선수권,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김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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