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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 임금체불 내막

‘좋은 사람들’ 왜 말 많나

퇴직자 285명에 임금삭감분 지급 안해…재직직원엔 IMF삭감분 포기 각서 구설수

‘좋은 사람들’ 왜 말 많나

‘좋은 사람들’ 왜 말 많나
인기 개그맨이자 내의업체 ㈜좋은사람들의 대표이사인 주병진씨가 퇴직한 근로자 297명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한 혐의로 노동부에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동부는 주씨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 2월18일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주씨는 “자신이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순발력이 뛰어난 개그맨으로 TV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기도 했던 주병진씨. 주씨는 ‘제임스 딘’ ‘보디가드’ 등 자체 개발한 브랜드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자신의 기업을 국내에서 건실한 내의업체 중 하나로 키웠다. 그런 그가 왜 ‘체불 기업주’로 몰리게 됐을까. 이 사건은 IMF 사태 당시의 임금 삭감분 처리문제를 안고 있는 많은 기업들에 참고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낸 12명에게만 뒤늦게 선별 지급

관할 유권기관인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가 내놓은 조사결과에 따르면 97년 12월부터 1년여 동안 ㈜좋은사람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상여금을 지급치 않았다. 또 구조조정을 하며 많은 직원들을 내보냈다.

문제는 직원이 퇴직할 때 회사는 삭감된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의 여부. 퇴직한 직원 12명은 “퇴직금도 삭감된 임금을 토대로 계산돼 액수가 줄었다”며 지난해 8월부터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냈다. 회사측은 조사과정에서 “근로자의 자발적 동의에 따라 삭감된 것이어서 퇴직자에게 삭감분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했다.



서부사무소는 퇴직자의 편을 들었다. ‘근로자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는 등 임금삭감과정에서 노사 당사자간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 서울서부사무소 관계자는 “회사대표 주씨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퇴직자 297명에게 임금 삭감분과 퇴직금 차액 1억3059만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수개월에 걸친 조사의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행정 당국은 진정인 12명 이외에도 285명의 퇴직자들을 근로감독관이 직접 찾아내 이들까지 이 사건에 포함시켜 검찰에 송치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다음은 2월17일 만난 진정인 대표 이필환씨(98년 해직)의 주장. “임금삭감 당시인 97년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103억원이었다. 회사측은 구두로 임금 삭감이 결정됐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적금 들었다고 생각해라. 삭감분은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역시 구두로 약속했다. 구조조정으로 퇴직당한 직원에 한해 위로금을 받았지만 임금 삭감분 지급은 노동 당국의 결정대로 별개의 사안이다. 희석될 문제가 아니다. 이후 ‘좋은 사람들’은 98년에도 흑자를 냈다. 99년 이 회사는 순이익이 5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순이익이 1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액면가 500원인 이 회사 주식은 5000~6000원을 호가해 대주주인 주병진씨는 수백억원의 재산가가 됐다. 그런 회사가 1억3000만원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퇴직자들과 맞서서 ‘주니 안주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 아닌가.”

한 여성 퇴직자는 노동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씨로부터 두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주씨는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일 배우다 스스로 나갔으면서 어떻게 진정을 낼 수 있냐’며 내게 욕설을 했다. ‘차라리 불우이웃 돕기 하면 했지 너희들에겐 절대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엔 ‘미안하다’고 하더라. 주씨에게 폭언을 들었지만 진정을 낸 것이 그의 말처럼 배은망덕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다. 또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몫만 요구했을 뿐이다. 이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가.” 역시 주씨로부터 전화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또다른 여성 퇴직자는 “다시는 그쪽과 부딪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좋은사람들은 최근 진정을 낸 12명에게 임금 삭감분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회사 관계자는 “진정을 제기하지 않은 나머지 185명 퇴직자들에 대한 삭감분 지급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좋은사람들은 재직 중인 직원들로부터 이번에 문제가 된 97년말∼98년말 사이 임금 삭감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진정을 냈다가 최근 삭감분을 돌려받은 한 퇴직자는 “좋은사람들측이 진정인들에게 삭감분을 지급한 것은 ‘이 회사의 퇴직자라면 삭감분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정을 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삭감분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동료였던 재직근로자들에게 결과적으로 미안한 일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기자는 주병진씨와의 직접 대화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주씨측 개인사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2월18일 오후 주병진씨와 어렵게 전화로 연결됐다. 주씨는 이번 체불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자신이라며 진정인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주씨의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97년 103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났다고 하지만 청바지사업 쪽에서 적자가 많아 여유가 없었다. 내 개인 돈 70억원을 회사에 내놓기도 했다. IMF상황에서 우리 회사의 임금 삭감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삭감도 내가 먼저 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의견을 낸 것이다. 그때는 임금삭감과 관련된 법규도 잘 몰랐다. 구조조정으로 내보낸 퇴직자들에게 1개월 분 월급만 줘도 되는데 위로금조로 3개월 치를 줬다. 임금도 99년부터 원상회복시켰다. 난 직원들에게 보너스 1000% 주는 게 꿈이다. 나는 한 번도 비도덕적으로 사업한 적이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적으로 주게 돼 있는데 왜 안줬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 난 내가 할 도리를 다했다. 검찰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가 진정인들에게 돈을 못주겠다고 한 것은 이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삭감분을 돌려줘야 한다면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우선적으로 받고 그 다음에 회사를 떠난 사람들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진정인들에게 먼저 삭감분을 지급해 준 것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1억3000만원은 회사로서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 직원들이 이번에 삭감분 포기각서를 낸 것은 순전히 자발적 의사였다. 이번 사건 와중에서 몇 명의 여자 퇴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욕한 일이 있다. 가족처럼 생각하고 인간적인 배려를 해줬는데 내게 그럴 수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배신감마저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기업 이미지와 관련,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특정 기업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보다는 많은 기업들이 IMF 때의 임금삭감조치와 관련된 문제로 비슷한 어려움과 곤란을 겪고 있다는 식으로 시각을 넓혀 주었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223호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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