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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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쾌거’ 시드니로!

  • 입력2006-07-18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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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쾌거’ 시드니로!
    노력형 마라토너 이봉주. 올림픽 마라톤은 기록보다는 순위게임이다. 시드니 코스는 굴곡이 많은 난코 스. 스피드보다는 지구력과 경험이 승부를 좌우한다. 레이스 운영과 지구력이 뛰어난 이봉주. 그는 황영조에 이어 8년만에 마라톤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가까이에서 본 ‘봉달이’ 이봉주(30)의 인상은 생각보다 더 순박하다. 일단 충청도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와 작은 눈이 더욱 작아지는 눈웃음이 그렇다. 이봉주는 대사(큰 대회)가 있을 때마다 턱수염을 기르는데 상대방에게 강인한 인상을 주고 스스로의 승부욕을 돋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봉주는 부드러운, 좀 심하게 말하자면 다소 멍청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누구보다 선이 굵고 집념이 강하다. 그것이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진짜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이봉주는 후배 7명과 함께 ‘한국 마라톤의 산실’로 불리는 코오롱에 사표를 냈다. 서른살을 넘긴 나이에 핸드폰통화 등 사생활을 일일이 간섭받는 것은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었다. 그러나 이봉주가 ‘따뜻한 온실’코오롱을 박차고 나와 고생길을 택한 결정적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10월 중순 코오롱은 임상규 여자팀코치와 오인환 남자팀코치에게 사표를 종용했다. 오인환코치를 일찌감치 내쫓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자 임상규코치도 코오롱을 떠날 것을 결심했다. 이봉주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오랜 동안 숙고하던 그는 자신을 실질적으로 지도해온 코치들 및 후배들과의 ‘의리’를 지키는 길을 택했다.



    ‘무소속’ 이봉주는 당장 훈련비가 없어 쩔쩔매야 했다. 국가대표 자격으로 체육회와 대한육상경기연맹으로부터 훈련보조비를 받았지만 11월부터 시작된 자체 동계훈련비용을 부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훈련용 승합차가 없어 매형에게 봉고차를 빌려 왔다. 마이크도 못구해 연습 때는 오코치가 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 이봉주는 훈련비가 모자라자 결혼자금으로 모아두었던 돈을 헐어 1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물질적 어려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그런 그에게 용기를 북돋워준 것은 팬들의 성원이었다. 훈련 여건은 어려웠지만 정신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편했다고 이봉주는 말한다. 그는 동계훈련도 부상 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치러냈다. 충남 보령과 경남 고성의 시골마을에서 조용히 동계훈련을 치러낸 이봉주는 드디어 2월13일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2시간7분20초)을 수립했다.

    일본 언론은 이봉주에 대해서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과 후쿠오카대회 우승 뒤 4년이 지난 지금, 그것도 30이 넘은 나이에 이봉주가 어떻게 그때보다 더 잘 뛰느냐는 것이다.

    해답은 노력이다. 일반적으로 마라토너의 폐는 일반인들보다 2배 가까이 큰데, 선천적으로 발달되거나 운동을 하면서 커진다. 이봉주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이봉주는 레이스 운영(경험)과 지구력이 뛰어난 반면 세계 정상의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가 다소 떨어진다. 이는 동양선수들의 특징으로 무더운 날씨나 난코스에서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온다. 올림픽마라톤은 기록보다는 순위경쟁이고 시드니 코스가 굴곡이 많은 쉽지 않은 코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봉주가 92년 황영조에 이어 8년만에 마라톤 금메달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이봉주는 스피드훈련을 보강해 4월 보스턴대회에서 6분대 진입에 도전한 뒤 올림픽에 대비한 해외전지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코오롱사태 직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사인 삼성그룹은 마라톤팀 창단에 관심을 표시했다. 이번 이봉주의 ‘도쿄 쾌거’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약혼녀 김미순씨(30)와 결혼할 예정인 이봉주는 체력이 닿을 때까지 운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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